[기자일언] 청년의 외로움에 대하여
[기자일언] 청년의 외로움에 대하여
  • 이소윤
  • 승인 2021.06.10 16:03
  • 조회수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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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편집부 기자, 이소윤
▲ 신문편집부 기자, 이소윤

지난 1월 대전의 한 원룸 오피스텔. 현관문을 여니 각종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고 방 안에서는 악취가 진동한다. 화장실을 들여다보니 일주일 넘게 시신이 방치됐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세면대에는 담배꽁초가 쌓여 있다. 방주인은 32세 여성. 책장에는 토익 교재를 비롯한 취업 관련 서적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바닥에는 주민등록등본 등이 과자 봉투와 함께 뒤엉켜 있는 상태였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청년 고독사 현상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지금도 취업난과 우울증,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다. 청년 고독사는 무엇이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고독사(孤獨死)란 혼자 사는 사람이 질병, 자살 등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이다.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지만, 고독사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해 관련 공식 통계자료가 없다. 또한, 관련 정책 역시 미흡한 수준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고독사는 독거노인 등 고령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의 외로움관련 설문 조사 결과, 10명 가운데 6명이 일상적 외로움을 호소했다. 20대는 67%, 30대는 64%로 나타나며 청년의 외로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서울시 전체 고독사 중 10%도 청년 고독사로 나타났다. 청년 자살시도자 또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청년 고독사는 1인 가구 증가와 관련이 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0대가 전체 1인 가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등으로 청년의 개인 시간이 많아지며 우울증 등의 심리적 고립에 더 쉽게 노출된다.

지난 4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이는 고독사로 인한 개인·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고, 국민의 복지 증진 기여를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주요 내용에는 고령층을 위한 상담과 교육을 진행한다는 내용만 존재한다. 이렇듯 심리적, 경제적 고립에 갇힌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람들은 청년의 취업률에 집중할 뿐 대인관계, 심리적 부담감 등에는 무관심하다.

필자는 고독사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독사가 고령층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심리적, 신체적으로 지친 청년을 관리해 이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더불어 실태조사 발표 등 현 사회에서 청년 고독사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

청년 고독사를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한 때다. 반복되는 외로움에 지쳐 괴로움을 느끼다 나다움을 잃은 청년들이 하루빨리 웃으며 마주할 수 있는 세상을 고대한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그들에겐 커다란 에너지가 될 것이다./ 이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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