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규 작가는 소설의 형식을 회화에 적용한다. 사회 문제나 경험 등을 소재로 가져와 마치 소설처럼 가상 인물을 만들고 허구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2021 아트랩대전에서는 죽지 않는 것, 기묘한 인간들의 출처, 루프 드림 등 총 9편의 연작 시리즈 작품이 전시했다. 단편소설처럼 작품마다 화자가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한남대신문은 이번 기획에서 직접 강철규 작가를 만나 소외되고 지친 군상을 담은 작품에 대한 질문과 한남대신문 독자들과 해당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함께 느껴본다.

▲챕터1 죽지 않는 것(Not to die) 1
▲챕터 1 죽지 않는 것(Not to die) 1

- 이번 단편집 주제가 죽지 않는 것들인데 이 타이틀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평소에 부재와 상실을 다룹니다. 이번 전시엔 자전적인 이야기는 빼고 소설을 쓰듯 작업했습니다. 외딴 세계의 얘기보다는 기존에 했던 얘기를 각색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부재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타이틀을 정했습니다.

 

- 재현한다는 것은 과거의 시간을 붙잡는 일로, 지나간 시간을 추모하는 공간 속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연결하신다고 하셨는데, 지나간 시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잊기 싫어서 이미지로 잡아뒀습니다. 염원, 집착, 외로움, 애도, 그리움 등이 담겨있습니다. 지나간 시간보다는 사건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건에 따라 아련한 추억이 될 수도,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는데 좋은 추억과 안 좋은 추억이 공존했을 때가 딱 이때입니다.

 

- 작가님 작품 초기엔 소외되고 지친 군상을 담으셨다고 하는데, 이번 작품에도 타인을 위로하는 의미가 있나요?

소외되고 지친 군상은 평론가가 한 말입니다. 예전엔 나른하거나 고독한 사람들이 등장했지만, 이번 전시엔 타인을 위로하는 의도는 하나도 없습니다. 이야기만을 읽으며 만족했으면 좋겠습니다.

 

- 오디오북 첫 문장이 분명 그것을 죽였다입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문장입니까?

중의적인 의미입니다. 나무를 태워 죽인 것이지만 내 기억을 죽인 것도 되고, 나약했던 나 자신을 죽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디오북에 무엇이 죽은 것이고 무엇이 죽지 않은 것인가 모르겠다.’ 이렇게 나오는데 죽였다고 하는데 죽지 않고 트라우마로 계속 나타나는 것입니다.

 

- 작가님의 그림에는 나무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나무가 저에게 친숙한 소재인지는 모르겠는데 저만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숲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 전체적으로 초록빛이 많은 이유도 숲은 초록색이고 나무가 초록빛이기 때문입니다.

▲기모한 인간들의 출처(The source of a weird mortal) 1
▲기모한 인간들의 출처(The source of a weird mortal) 1

- ‘기묘한 인간들의 출처에서 기묘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일종의 상상입니다. 대학생활,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딪치는 인간들을 기묘한 인간들이라 지었습니다. 같은 세상에서 다른 행동을 하고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했을까? 엄마 배 속에서 나온 게 아닌 다른 곳에서 날아와 떨어져 같이 살아가는 의미로 생각됩니다.

기묘한 사람들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기묘한 인간들과는 관련 없는 사람들입니다. 나와 비슷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누군가에겐 기묘한 인간일 수 있습니다. 이상한 사람이 아닌 기묘한 사람. 매력적이기도 한 사람들을 상상해 그렸습니다.

 

- 챕터 3의 루프 드림은 무슨 뜻인가요?

상실된 꿈의 고리처럼 계속 돌고 돌며 눈 뜨면 사라지고 눈 감으면 다시 나타나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현재엔 없지만 꿈에서 죽지 않고 나타나고, 죽지 않는 것, 부재에 대한 느낌을 루프 드림이라는 이름으로 담았습니다.

 

- ‘화학 반응챕터 중 가운데 그림에서 한 명은 수술방으로, 다른 한 명은 사람을 업고 있는 그림으로 보였습니다. 그림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것은 무엇입니까?

그림은 엄마 등에 업혀있는 아이를 담았습니다. 이불에 배인 냄새를 맡으며 기억이 살아나는 것을 화학 반응으로 표현했습니다. 기억이 살아나며 그 속의 엄마가 보이고, 분명 죽었는데 죽지 않고 냄새로 남아돌고 도는 이들을 나타냈습니다. 엄마는 죽었고, 엄마 등에 있을 때 맡았던 냄새가 떠올랐지만 사실 죽었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흐름입니다.

▲챕터5 죽은 눈(dead eye)
▲챕터 5 죽은 눈(dead eye)

- ‘죽은 눈챕터에서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씨에 다 쓰러진 나무 사이에서 책을 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 , 나무 등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작품을 볼 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상황 설정이고 고독한 느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초점 풀린 눈이 일부 연령대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겠다 싶었지만, 고독이란 상황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챕터 8 솔리튜드(Solitude) : 즐거운 고독
▲챕터 8 솔리튜드(Solitude) : 즐거운 고독

- 솔리튜드가 즐거운 고독인데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입니까?

혼자 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담배 또한 고독을 이야기하기 위한 설정입니다. 솔리튜드라는 작품은 전시를 볼 때 무겁지 않게 하기 위한 쉼표 같은 느낌입니다.

 

- ‘My brother Tom’ 챕터는 유일하게 20년도에 그리신 작품을 전시하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지만 작년에 코로나 사태로 전시를 못 했습니다. 이번 전시 공간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시했습니다. ‘My brother Tom’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등장인물이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하는 서사가 부재라는 논점에 맞아떨어졌습니다.

▲2021 아트랩대전이 열리는 이응노미술관 프로젝트룸 M2 전경
▲2021 아트랩대전이 열리는 이응노미술관 프로젝트룸 M2 전경

- 2021 아트랩대전이 작가님에게 기존 전시회와 다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어떤 변화가 생기셨나요?

기존엔 저의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똑같은 루틴이 이어지고, 만나는 사람도 고정되고, 현실에 대한 아픔 등 다 놓아버린 시점이 이번 전시회입니다. 도피, 만남, 생활, 아픔 등을 담았는데 기존과 이미지는 비슷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포부에서 시작해서 포부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 평소 작품을 위해 따로 영감을 받는다면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제가 영감을 받는 것엔 온앤오프가 없습니다. 따로 특별히 받기보다는 여러 군데에서 계속 떠오릅니다.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영감을 받을 수 있고, 영화를 보거나 누군가와 농담을 하다가도 영감을 받습니다. 저에겐 모든 것이 영감으로 다가옵니다.

 

-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작품을 볼 때 내용적, 상징적인 측면보다는 이야기 위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에선 작가를 배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작가의 이미지를 보고 상상했던 이미지와 다르면 작품의 의미까지 반감되는 경우가 있어 저 자체를 작업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송민채, 오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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