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소금] 마스크 벗는 날이 온다면
[빛과소금] 마스크 벗는 날이 온다면
  • 한남대신문
  • 승인 2021.12.13 16:02
  • 조회수 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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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과 조용훈 교수
▲기독교학과 조용훈 교수

마침내 방역지침이 일상회복 단계로 바뀌었다. 사람들의 얼굴은 밝아졌고, 카페와 식당은 손님들로 붐빈다. 물론 2년 전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가려면 아직 극복할 장애물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팬데믹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돌아갈 일상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마스크를 벗는 것 외에 무엇이 달라질까? 여전히 먹고, 일하거나 공부하고, 잘 것이다. 일찍이 구약성서 전도서 저자는 말했다. 해 아래에 새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제의 해는 오늘 다시 떠오르고, 오늘의 달은 내일 또 비칠 것이다. 매일 아침 새것들(news)은 금방 낡은 것들로 변하고, 신상은 금방 후진 것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 사회가 소비사회이니 그 변화 주기는 더 빨라질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성서는 물질과 세상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내면을 새롭게 하라고 권면한다.

코로나19 재난은 우리에게 일상을 새롭게 보고, 그간 살아왔던 방식을 되돌아 볼 기회를 주었다. 일상은 당연한 것이 아니며, 앞으로의 삶은 과거의 반복이어선 안 된다고 교훈한다. 인류의 생각과 행태가 변하지 않으면 언제고 다시 강력한 바이러스가 인류를 공격해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솔직히 인류의 구원과 행복은 내게 너무 거창한 과제들이어서 다만, 나 자신이 어떻게 돌아올 일상을 맞이할까를 생각해본다.

먼저, 경이로운 눈으로 아침 해를 바라보고 싶다. , 좋다, 굉장하다!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가졌겠지만 어릴 절 다녔던 그 큰 초등학교가 나이들어 보니 왜 그리 작고 초라한지. 고백하건데, 그 경이로움을 잃어버리면서 동시에 내 삶은 단조롭고 권태로워졌다. 다시 일상이 돌아온다면, 당연한 것들과 일상적인 일들을 모두 놀라움으로 대하고 싶다. 마스크 없이 숨쉬는 일, 반가운 사람과 아무 때나 손잡는 일. 큰 소리로 찬양하는 일. 마스크로 반쯤 가려져 있던 사람들의 얼굴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말해주고 싶다. 저엉말, 잘 생기셨네요.

다음으로, 감사의 기도로 잠자리에 들고 싶다.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우리는 마스크 없이 숨 쉬는 것이 더 이상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함께 모여 떠들고 웃으면서 밥 먹는 일도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전세계적으로 500만명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은 셀 수조차 없이 많다. 복음송 가운데 은혜”(손경민 작사,작곡)라는 노래를 우연찮게 교직원예배에서 두 번이나 들었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내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재난을 감사할 순 없지만 그 시련의 시간을 지나면서 경이로운 눈과 감사의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면 불행 중 다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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