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박사 학위 취득한 김용구 목사
장애 딛고 박사 학위 취득한 김용구 목사
  • 송민채, 오유진
  • 승인 2022.04.05 16:57
  • 조회수 438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척수장애를 딛고 본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남대학교회에서 사역을 하는 목사님이 있다. 그는 사회복지학, 상담학 등을 연구하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같은 척수장애인들을 상담하며 마음의 위로를 전하고, 바꿔야 할 일에 목소리를 냈다. 한남대신문은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해 새로운 목표를 세워 끊임없이 도전하는 김용구 목사를 만나봤다.

▲ 김용구 목사가 한남대신문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용구 목사가 한남대신문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장애를 갖기 이전의 삶은 어떠셨습니까?

 장애 이전의 삶은,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으로서 목회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전하고, 성도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 사람들을 돌보고, 같이 이겨내는 평범한 목회를 꿈꿨습니다. 삶에서도 특별하다기보다는 일반적인 삶을 추구했지만, 어느 날 이렇게 특별한 사람이 됐습니다.

 

- 장애를 갖게 된 경위는 무엇입니까?

 2009년 11월 29일, 집에서 쉬다가 몸이 안 좋아서 큰 병원에 갔는데 바로 심정지가 왔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하던 중 척수 신경이 손상됐고, 손상된 부위 아래로 마비가 왔습니다. 두 다리는 잃었지만 많은 의사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심폐소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다시 태어난 날과 같은 날입니다. 

 

- 장애가 생긴 후 마음가짐에 어떤 변화가 있으셨습니까?

 사실 ‘큰 변화라고 할 게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변화는 딱히 없었습니다. 다만 신앙적으로 얘기하면, 심정지가 여러 번 왔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생명을 건져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감사함으로 매일을 살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 2015년부터 재활 상담 심리 컨설팅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장애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별로 없습니다. 일반 목회에서 신방, 장례, 주례, 선교 등 많은 일을 진행하는데, 그 일들의 환경적인 여건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2009년 교육학 석사 수료를 앞두고 쓰러졌는데, 2011년 퇴원을 하며 사회복지를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회복지 분야의 일을 하려다 보니 신체적 여건이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상담·교육학·사회복지학을 모두 공부했으니 아우를 수 있는 상담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재활 상담 심리 컨설팅을 시작했습니다. 

▲ 지난 11일 제60회 학위수여식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용구 목사의 모습 (사진=홍보팀)
▲ 지난 11일 제60회 학위수여식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용구 목사의 모습 (사진=홍보팀)

 

- 박사학위에 도전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기독교학, 교육학, 사회복지학 석사를 취득했습니다. 어떤 분야의 박사를 도전할까 생각하던 중,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확실한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중도 장애인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갖고 상담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인생의 중간에 장애를 입은 사람이 같은 처지의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에서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전공을 공부했기 때문에 여러 사람과 전공에 대한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진로를 상담할 때도 이 분야들을 아울러 경험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얘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습니까?

 신체적인 어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척수장애인이다 보니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누워서 책을 보거나 논문을 쓸 수 없기에 앉아서 공부하면 다리가 코끼리처럼 부어오르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받은 도움이 있으셨습니까?

 내담자들의 도움이 가장 컸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다시 끌어낸다는 고통이 있음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재 외상화’라고 하는데, 이를 담담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같은 척수장애인이고,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정확한 연구가 가능했습니다.

 

-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에선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한남장애인심리상담센터’는 고용노동부 지정 장애 인식 개선 교육 지정 기관입니다. 2018년부터 의무인 장애 인식 교육을 설계하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심리상담도 진행하는데, 주로 저와 같은 중도 척수 손상 장애인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장애인식개선 교육활동은 어떻게 진행하고 계십니까?

 대면 강의와 인터넷을 통한 줌 강의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하는 내용은 장애 인식 개선 교육, 실제적인 이야기들을 주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실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실생활에서의 장애인 관련 법, 장애인 관련 이야기 그리고 장애인을 편견 없이 대하는 방법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 현재 하고 계신 일 이외에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으십니까?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제가 공부한 기독교학과, 교육학과, 사회복지학과가 상담학 박사를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이 됐기 때문에 교육학, 사회복지, 상담 쪽에서 장애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일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 장애인식에 대해 본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애인이라는 한쪽 면만 보고 판단하려고 합니다. 사람의 단면만 보지 않고 그 사람 자체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남대학교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약자라고 일컫는 사람들을 편견에서 자유롭고, 잘 품는 사람들이 되길 바랍니다.

 

- 본교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 학교의 장애인 학습 관련 제도는 좋은 편입니다. 장애학생 도우미를 비롯해 수업시간, 장소 등에서 배려가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계단 대체 우회로가 경사도가 높거나 폭이 좁아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각 쪽문에 턱이 있어 정문으로 돌아가야 하는 점, 리프트 사용의 위험 등 시설적인 부분의 불편함이 있습니다. 기관의 장애인식 수준은 장애인 화장실 수준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장애인용 화장실을 물품창고로 쓰지 않는 등 우리 대학도 이에 대해 조금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등교육기관으로써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 접근성을 더 높여 장애친화적인 대학, 장애인 평생학습이 가능한 대학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송민채, 오유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