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열광하는 당신의 웃음 코드, ‘하이퍼 리얼리즘’
모두가 열광하는 당신의 웃음 코드, ‘하이퍼 리얼리즘’
  • 오민지
  • 승인 2022.06.09 14:12
  • 조회수 16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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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OTT 서비스가 주목받으며 시장의 판도가 변했다. 콘텐츠 소비 매체가 TV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전환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조사한 ‘2021년도 방송 매체 이용 형태 조사’에 따르면, OTT 서비스 이용률은 69.5%로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유튜브 이용률이 65.5%[▲넷플릭스(24.0%), ▲페이스북(4.7%), ▲티빙(4.4%), ▲웨이브(4.4%)]로 OTT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드러냈다. 유튜브 ‘전성시대’로서, 사람들은 유튜브를 통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살아간다. 그 자체로 디지털 세상의 놀이터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유튜브는 새로운 컨셉을 추구하는 영상 콘텐츠들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생활식 개그를 활용한 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일상 속 한 번쯤 겪을 법한 ‘경험’과 ‘현실’을 접목한 콘텐츠로 시청자들의 폭풍 공감을 얻는다. 이러한 흐름에 각종 코미디 영상 콘텐츠 전반이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라고 지칭되며 확산되고 있다. 하이퍼 리얼리즘이란 본래 극사실주의, 초사실주의로 현실에 실재하는 것이나 현실을 그대로 촬영한 고화질 사진을 회화나 조각으로 재표현하는 예술적 용어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미디 분야에서 웃음 키워드로 활용되며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숏박스’ 화면 캡처, 최근 OTT 서비스 이용률이 증가하며 생활식 개그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유튜브 채널 ‘숏박스’ 화면 캡처, 최근 OTT 서비스 이용률이 증가하며 생활식 개그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퍼 리얼리즘의 대표 주자로 언급되는 ‘숏박스’는 2022년 5월 기준 구독자 약 160만 명을 보유 중이며 빠르게 성장한 ‘스케치 코미디’ 채널이다. 인기 콘텐츠 ‘장기연애 시리즈’, ‘찐 남매 시리즈’ 등 배우들이 다양한 상황극을 펼친다. 각 직업 종사자의 특징을 그대로 재현하며 일상 속 공감 스토리를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선보이기도 한다.
 그중 장기연애 시리즈는 부진했던 숏박스의 인기를 급부상시킨 콘텐츠다. 최고 조회 수는 약 866만 회이며, MZ세대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행 계획 편, 벚꽃놀이 편 등 신박한 소재를 활용해 영상을 흥미롭게 제작한다. 장기연애 커플의 웃기지만 슬픈 현실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형성한다. 퉁명스러우면서도 오랜 시간에 걸친 배려와 애정이 느껴지는 것이 장기연애 시리즈의 묘미다.
 이를 본 시청자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공감을 느끼게 하는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말하며 독보적인 채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유튜브는 개그맨의 개성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한 영상을 만들기 좋은 플랫폼이다”라고 덧붙였다. 

SNL 코리아 ‘인턴 기자’ 하이라이트 영상 캡처, 주기자는 최근 MZ세대에 각광받고 있는 캐릭터 중 하나다.
SNL 코리아 ‘인턴 기자’ 하이라이트 영상 캡처, 주기자는 최근 MZ세대에 각광받고 있는 캐릭터 중 하나다.

 

 하이퍼 리얼리즘은 신기술에 대한 적응이 빠르고 디지털 활용에 능숙한 MZ세대에게 더 자극적이다. 이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빨리 받아들이고, 집단보다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한다.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며, 실감 있고 직접적인 경험을 선호한다. 더불어 자신만의 여가를 중시하고 현실성을 기반으로 한 재미를 추구한다. 소유에서 공유로, 공유에서 구독으로 옮겨가는 추세인 오늘날, 구독경제의 높은 이용률을 보이는 소비자의 소비 형태를 활용한 것이다.
 MZ세대에게 각광받고 있는 또 하나의 캐릭터는 SNL 코리아의 ‘주기자’다. 이 역시 시청자의 웃음 포인트를 정확히 표현하고, 관찰력·묘사력과 연기력까지 더해진 하이퍼 리얼리즘 형태의 현실반영 영상 콘텐츠다. 화제의 인물 주현영 인턴기자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공개 2주 만에 누적 조회 수 약 500만 회를 돌파했다. “젊은 패기로 신속 정확한 뉴스를 전달한다”라는 인턴기자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사회 초년생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기사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앵커의 간단한 질문에도 크게 당황하며 떨림을 감추려는 부자연스러운 말투와 태도를 보인다. 동공 지진이 일어난 불안한 눈빛, 자신의 무지를 덮으려 무의미한 답변을 늘어놓는다. 의욕은 넘치지만 실력은 턱없이 부족한 주기자의 모습은 많은 직장인들로 하여금 본인의 신입사원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주기자는 어리숙한 모습에서 점점 성장해나가는 캐릭터로 거듭나며 지금의 사회인들에게 큰 여운을 남겼다. 현실성 넘치는 모습으로 20대 사회 초년생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으며 친근감을 형성하고, 이는 결국 몰입도를 높여 주기자 캐릭터를 응원케 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상황극 컨텐츠를 업로드하며 인기몰이 중인 ‘너덜트’, ‘피식대학’ 등 대다수 유튜브 채널에서는 ‘리얼리즘’을 통해 웃음을 끌어내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SNS 이용률 중 유일한 지속 증가세를 보이는 인스타그램에서도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한 영상을 제작해 인기를 얻고 있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활용해 숏폼 플랫폼의 성장을 북돋우고 있는 것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고, 솔직함을 기반으로 위로와 감동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은 하이퍼 리얼리즘의 매력이다. 과장된 개그와 지나치게 연출된 콘텐츠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평범하면서도 공감 가는 사실주의적 영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바쁜 현대사회에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포인트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것이 ‘숏 무비’를 성장하게 하는 요소라고 평가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빠져들었던 ‘현실 고증 100%’, 흉내 내듯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진짜 나의 삶을 그대로 복사해낸 극사실주의. 어쩌면 이러한 하이퍼 리얼리즘은 현대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한 오늘날의 ‘흥행 공식’이 돼버린 것이 아닐까. /오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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