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언] 집이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기자일언] 집이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 한남대신문
  • 승인 2022.06.0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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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지편집부 정기자 박지연
교지편집부 정기자 박지연

 

UN은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2006년부터 매년 6월 15일을 ‘노인학대 인식의 날’로 제정, 관련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같은 날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정해 노인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무색하게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이다.
 노인학대는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신체적·정서적·성적 폭력, 경제적 착취, 가혹행위, 유기, 방임을 하는 것을 뜻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1,918건으로 5년 동안 2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그중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된 사건 수는 2,823건으로 전체의 23%에 불과하다.
 원인은 가족 간 범죄라는 특수성에 있다. 대부분의 노인학대는 자녀, 배우자 등 가까운 친족에 의해 발생한다.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거나 가해자를 선처하는 일이 잦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노인학대는 단발성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사실 노인학대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보다 훨씬 많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대가 집이라는 폐쇄적인 장소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나 가족이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죄책감에 신고를 망설이거나, 학대 사실을 부끄럽게 여겨 감추려는 노인도 많다.
 노인을 학대로부터 보호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노인을 무기력한 존재로 보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노인학대는 노인의 삶이 가치 없고 무의미하다고 보는 데에서 시작한다. 이는 학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지 않다는 편견으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그러나 노인학대는 사회의 관심 없이 예방할 수 없다. 전반적인 인식 교육을 통한 노인에 대한 포용적인 태도 형성에 집중해야 한다. 노인에게는 신고 방법, 대처 방안 등 학대에 대한 메뉴얼을 제공하여 가족의 부적절한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해야 한다. 타 연령층에게는 노인에 대한 편견을 알려 이를 타파하고 노인을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시설의 확충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보호시설로는 노인학대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이하 노보전), 피해자를 가해자와 분리해 보호하는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이하 쉼터) 등이 있다. 그러나 전국에 노보전 37개, 쉼터 19개만 설치돼 있어 그 개수가 현저히 부족하다. 심지어 이들은 대부분 도시에 있어 모든 지역의 노인들이 방문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보호시설의 규모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거나 전용 차량을 마련하는 등 시설에 대한 노인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그들을 향한 우리의 따뜻한 시선이다. 누구나 노인학대의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남’이 아닌 ‘우리’의 문제로 인식해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인의 집이 완연한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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