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의 존재를 기억하십니까?
빨간 우체통의 존재를 기억하십니까?
  • 최수경, 강태이, 이예빈
  • 승인 2022.07.08 09:38
  • 조회수 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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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현대 사회에서는 메시지’, ‘문자를 통해 손쉽게 보낼 수 있는 존재다.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잊혀지고 있는 빨간 우체통이 거리에서 찾기 힘들어졌다. 최근, 우정사업본부는 적자가 누적돼 우체통을 철거하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큰 사랑을 받았던 빨간 우체통’, 이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1. 빨간 우체통이란?

 길을 걷다 보면 가끔 마주치는 친숙한 빨간 우체통. 이는 조선 후기부터 운영하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편지를 전달할 수 있어 남녀노소 상관없이 큰 사랑을 받아왔다.

 위 사진은 한국 우체통의 변천사다. 1884년에 우정총국이 우편 업무를 시작함과 동시에 전국적으로 우체통이 설치됐다. 초기 우체통은 목조의 사각형으로 작은 크기였지만, 광복 이후 수요가 늘어나면서 크기가 커지고 원통형으로 바뀌었다. 1950년부터 사각형 우체통으로 바뀌고, 이후 우체통 전체를 빨간색으로 칠하며 이후 우체통 전체를 빨간색으로 칠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체통이 왜 빨간색으로 변했을까? 조선 후기부터 1983년 이전까지 적갈색을 사용해 눈에 띄지 않는다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1984년부터 전체를 빨간색으로 칠하며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정사업본부는 신속, 정확, 긴급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에게 편지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느낌을 주고, 눈에 잘 띄는 장점을 지닌다.”라는 말과 함께 선택하게 된 이유를 덧붙였다.

 

2. 현재 우리 곁에 빨간 우체통은?

 1990년대 빨간 우체통은 시민들에게 많은 이용을 받아왔다. 국내 우체통이 설치된 1884년 이후, 급속도로 다양한 곳에 우체통이 설치되면서 1993년엔 무려 57,599개가 설치됐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급된 2000년 이후부터 시민들은 더 간편한 SNS를 선호하게 되면서 우체통 개수가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위 사진을 보면, 2000년에는 39,462개로 1990년대에 비해 약 31%나 감소했다.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2020년에는 10,213개의 우체통 개수가 집계됐다. 30년 사이에 우체통의 82%가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체통 개수가 줄어듦과 동시에 우편물 접수 물량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위 사진을 보면, 2009년에는 4,832백만 통의 우편물이 접수된 것에 비해 2018년에는 3,609백만 통으로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우정청 관계자는 요즘 SNS 등을 통해 정보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어 손편지를 쓰는 이들이 줄어들고, 이는 곧 우체국과 우체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3개월간 우편물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을 시 철거 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설상가상으로, 적은 우편물마저 주민등록증, 휴대전화 등 분실물과 쓰레기가 그 비중을 차지한다. 우체통 안에 재사용 불가한 종이 쓰레기는 물론 음식물 쓰레기까지 넣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정청 관계자에 따르면, 우체통 속 쓰레기의 악취로 인한 민원의 수가 상당하다고 한다. 우체통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사실상 실용성이 낮아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3. 빨간 우체통의 새로운 변신, ‘느린 우체통

 오늘날 전화·SNS 등의 발달로 거리에 존재하는 빨간 우체통이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1년 후에 편지를 받는 느린 우체통은 여러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재빨리 흘러가는 디지털 사회 속 기다림의 미학을 일깨워줄 수 있는 우체통이다. 접수된 우편물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뒤 수신처로 배달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위 사진은 국내 최초 느린 우체통으로, 2009년 인천 영종대교에서 시작됐다. 느린 우체통이 개설된 후 매년 3~4만 건의 편지가 접수되고 있다. 게다가 엽서에 특정 지역 풍경을 새겨 또 다른 선물이 되고 있다. 이 인기에 힘입어 울산 간절곶’, 서울 북악팔각정’, 강원도 경포대등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느린 우체통은, 지난해 320개로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일상에 완전히 자리 잡은 요즘, 느린 우체통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캐나다 출신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색스는 본인의 저서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인간은 인간의 감성이 묻어나는 휴먼 터치(Human Touch)’를 필요로 한다라고 말했다. 휴먼 터치란,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손길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이는 디지털 사회에서도 인간의 감성이 중요함을 의미하며 인간 간 소통의 매개체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차가워진 현대 사회에서 느린 우체통은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감성을 느끼게 해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우정청 관계자는 느린 우체통이 편지의 낭만이 담긴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면서 삶의 속도를 줄이고, 돌아볼 기회를 제공해 사람들이 찾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4. 따뜻한 온기를 전달하는 이들, 우체국 인터뷰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든 우체통을 관리하는 우체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대전광역시 정림동 강변 우편취급국 내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대전광역시 정림동 강변 우편취급국에서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남효선입니다.

 

Q2. 소속 부서에서 다루는 업무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A. 주로 우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EMS나 등기, 소포 관련 업무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3. 현재, 시민들의 빨간 우체통 사용량은 높은 편인가요?

정림동 우체통 내부(일 우편 접수량)

 A. 요즘 시민분들의 우체통 사용량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평상시에도 일 당 많으면 1~3건 정도만 접수되고 있습니다. 정보 통신 기술과 스마트폰의 보급 이전까지는 우체통을 이용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용건을 간편히 전할 수 있는 SNS 소통망이 발전하고 대중화되면서 우체통 사용량이 줄었습니다. 그로 인해 급한 서류가 아닌 이상 우체통을 찾는 이가 적어졌습니다.

 
 
 
 
 
 
 
 
 

Q4. 시민들의 우체통 사용량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우체통만의 진심 어린 마음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손편지는 발신자의 마음을 온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글자씩 꾹꾹 눌러 담은 편지가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디어 매체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면서 손편지의 사용량이 줄어든 것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Q5. 느린 우체통의 존재를 알고 계시나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알고 있습니다. 작년 인천 여행을 갔을 때 느린 우체통이 관광지에 설치돼있어 체험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저의 개인적인 고민을 적어 느린 우체통을 경험한 추억이 있습니다. 1년 뒤, 편지를 읽어보니 그때만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습니다. 느린 우체통은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의 작은 쉼터 역할을 하는 뜻깊은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바쁜 시대에서 아날로그 감성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Q6. 빨간 우체통과 다르게 느린 우체통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빨간 우체통은 2~3일 내 수신자에게 전달되는 데 반해, 느린 우체통은 장기간으로 6개월이나 1년 후에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받는 편지로, 추억을 되살릴 수도 있고 저의 변화된 모습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낍니다.

 

Q7.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각오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가벼운 메시지만이 전달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진심이 담긴 손편지를 보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직접 보낸 편지로부터 수신자가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 역할로 오랫동안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편지로 따뜻한 정이 꽉 채워지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점차 자취를 감추는 빨간 우체통, 우리에겐 행복한 추억을 안겨준 존재이다. 행복했던 추억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기 위해선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따스한 편지 한 통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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