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공학전공 19 복승인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고 소신 있게 본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던 사람. TV 너머로도 느껴 지는 자신감과 뚜렷한 가치관, 신념들이 멋있어서 그의 SNS에 들어가 그간 올렸던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속 깊이 내재돼 있던 생각들을 표출하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사회가 됐지만, 그 속에서 의견을 당당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멋있었다. 그도 그중 한 명이라 그가 올린 많은 글들에 매료돼 에세이까지 찾아읽게 됐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외면했던 현실 세계의 단면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지금 모래를 퍼내고 계십니까’라는 챕터에서는 아베 고보의 ‘모래의 여자’라는 소설을 인용한다. 주인공은 새로운 변종 곤충을 찾아 곤충도감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사막을 탐험하던 중, 마을의 끝없는 모래 구덩이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묵묵히 모래를 파는 여자를 보고는 분노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저항하고 탈출을 시도한다. 계속된 실패 끝에 마침내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사람들에게 자신이 발명한 유수 장치를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다는 이유로 탈출을 미룬다. 결국 구덩이 속 불편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길들여지고 순응하게 된 것이다.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문제의식이 사라진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 불편함을 마주하지 않고 도피하게 될 경우 그 끝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의 모습에서 위기감을 느꼈던 이유는 그와 현재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일까.

 작가는 이 소설을 인용하며 한국 사회의 제일 큰 키워드는 ‘불편함’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불편한 걸 불편하다고 얘기하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으며, 불편함을 마주하기보다는 무작 정 도피한다. 심지어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진지충이라고 부르는 등 벌레에 빗대어 폄하하며, 진심을 왜곡하고 갉아먹는 이들도 존재한다. 시간이 지나도 불편함은 해결되지 못한 채 여전히 대물림되고 있다. 우리는 불편함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것에도 대담한 용기가 필요해진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런 사회에서 도피에 기대는 방법은 해결은커녕 시간을 지체시키고, 원점 으로 회귀하는 것뿐이다.

 당연한 것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이 당연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목소리를 잃지 않아야 한다. 불편한 것을 불편하다고 당당하게 외치며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 어쩌면 인간은 사회에서 적응의 동물이 아닌, 반항의 동물이 되어야 생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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