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편집부 정기자 오민지
신문편집부 정기자 오민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4년 만에 권부의 심장, 청와대가 윤석열 정부 취임과 함께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권력의 중심이었던 곳이 국민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시도했던 청와대 부분 개방이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통해 전면 개방으로 완성됐다. 이에 국민이 찾고 싶은 쉼터이자 조선과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축으로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청와대는 아주 잘 조성된 멋진 공원이자 문화재입니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 개방에 언급한 말이다. 이처럼 청와대는 해방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발자취가 담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상징적 공간이다. 현 정부는 청와대의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기 위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본보기 삼아 문화예술공간으로 탄생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개방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정부의 섣부른 판단에 개방 첫날부터 경내 문화재 시설이 훼손되고 연풍문의 화장실이 쓰레기장이 돼 몸살을 앓고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에 비해 시민의식 수준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름을 인지한다. 과거 숭례문 화재 사고로 우리 민족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국보 1호 문화재가 전소되며 한국 역사의 큰 아픔을 겪었다. 인력과 예산 등 부족한 경제적 원인도 있었지만, 향후 사회 범죄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이 마련되지 못한 탓이다. 문제는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국민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문화관리의 허점이 이어져 국가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다는 일차적인 성과에만 집중해 이에 대한 부작용을 간과하는 모습이다. 

 한편 최근 벌어진 뜨거운 감자, ‘청와대 화보 논란’과 함께 이 문제는 더욱 불거졌다. 보그 코리아의 패션화보는 한국 패션과 전통, 문화유산을 알리고 한복의 예술적 면모를 선보이기 위해 기획됐다. 그러나 화보 공개 후 청와대 활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한국 문화 홍보가 아닌 도리어 세계적 망신을 초래했다. 근현대사의 상징인 청와대가 상업적인 용도로 활용돼 국민적으로 지탄받은 것이다. 역사적인 공간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은 권력자의 무지가 낳은 비극에 불과하다. 결국 개방과 소통이라는 허울로 비관적 사실을 포장한 것이다. 나아가 한복이라고 보기 어려운 의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서양 드레스에 꽃신을 신는 게 한복인가”라며 참담함을 드러냈다. 더불어 몇몇은 일본 디자이너의 작품인 것으로 확인돼 한복의 의미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누군가는 단지 하나의 예술 행위로 받아들이지만, 사실 이는 국격이 떨어지는 일에 가깝다. 

 청와대는 역사적 공간이지만 국민의 발길이 닿는 순간, 권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정의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곳이다. 다만 청와대가 갖는 진정한 국가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채 시행된다면 당최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국민의 품을 떠나는 것은 머지않은 일이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믿음을 통해 청와대 개방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철학을 마련하고 국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것을 기대한다. 나아가 이를 둘러싼 논란을 정쟁으로 치부하는 자세가 아닌 구체적 원인부터 살펴 개방에 대한 참된 의의를 갖춰야 한다. 소통하는 대통령 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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