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역사 왜곡에 필요한 ‘선’
[데스크칼럼] 역사 왜곡에 필요한 ‘선’
  • 한남대신문
  • 승인 2022.12.15 16:33
  • 조회수 3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문편집부 편집장 이소윤
신문편집부 편집장 이소윤

 최근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접한 적 있다. 그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극의 재미를 위한 역사 왜곡을 허용해야 한다’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며 세계 각국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다. 역사 왜곡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실제로 찬성하는 입장이 더욱 많았다. 정말 우리 사회는 재미를 위한 역사 왜곡을 찬성해야 하는 것일까?
 역사 왜곡이란 이미 일어난 과거의 역사를 후세에 유리하게 거짓으로 다시 지어 쓰는 일을 뜻한다. 크게 역사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왜곡과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가치 판단 왜곡으로 나뉜다. 역사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왜곡은 일어난 일을 일어나지 않았다거나,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극단적인 경우, 있는 기록을 폐기하거나 위서 혹은 유물 등을 날조해  거짓 근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반면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가치 판단 왜곡은 역사적 사실관계를 해석할 때, 유리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가치 판단 비중이 크고,  정치·사회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역사 왜곡의 범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역사 왜곡은 올해 큰 논란이 됐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한복부터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 등 이미 세계 각국에서 다분하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중국 학교의 80%가 채택 중인 인민교육출판사의 <세계역사> 교과서에서는 한글창제에 대해 ‘중국 음성학의 원리를 결합해 28자의 자모를 만들었다’며 한글의 독창성을 축소, 부정했다. 또한, 김일성이 주도해 일제 치하의 무장 투쟁이 이뤄졌고, 한국 전쟁은 미국의 침략 때문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역사 왜곡은 드라마 및 영화에서도 나타났다. 작년 3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중국식 한복, 월병 등을 소품으로 활용해 시청자의 반발을 겪고 2회 방송을 끝으로 폐지했다. 특히 태종과 충녕대군, 양녕대군 등 역사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중국식 소품과 의복 등을 사용한 점이 큰 논란이 됐다. 이후 JTBC 주말 드라마 ‘설강화’ 또한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당시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극 중 여주인공이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주는 내용을 문제 삼으며 “민주화운동 당시 간첩으로 몰려 고문당해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역사 왜곡 논란이 역사의식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하는 반면, 지나친 검열로 창작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우려도 있다.
 필자는 역사 왜곡에도 ‘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미 요소가 들어간 역사 콘텐츠에 눈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강도가 심해져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예상될만한 역사 왜곡은 이뤄져선 안 된다. 이는 한 나라의 역사를 무시하는 것이며, 잘못된 정보 전달로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역사 왜곡은 일방적으로 일어나 예방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학계, 언론은 역사 왜곡 발생 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는 필수며 세계인의 권리와 평화의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바라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