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밥러 입니다.
나는 혼밥러 입니다.
  • 미디어 한남
  • 승인 2018.10.30 14:28
  • 조회수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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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프로그램에서 걸그룹 화사가 홀로 곱창 먹는 모습이 방송에 나간 뒤 장안에 화제가 되었다. 최근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예능이 점차 늘어가고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MBC<나 혼자 산다>처럼 대놓고 혼자임을 강조하는 예능은 매 회 방송 후 화제가 된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점점 개인을 중요시하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
MBC 나 혼자 산다

 

현대 사회에서는 혼밥뿐만 아니라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술(혼자 술 먹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등 혼자 어떤 활동을 하는 경우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대학가와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 즉 혼밥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예전과 다르게 혼밥러들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설문자료
설문자료
설문자료
설문자료
설문자료
설문자료
설문자료
설문자료

 

한남대학교 재학생 70명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설문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혼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혼밥을 하는 이유 중에는 혼자가 편해서라는 답변이 40.5%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외의 답변으로는 다른 사람과 시간 맞추기가 불편해서’(21.4%), ‘친구가 없어서’(16.7%), ‘음식 선택의 자유로움 때문에’(14.3%), ‘여유롭게 먹기 위해서’(8.3%)라고 답했다. 혼밥과 관련하여 재학생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뿐만 아니라 혼밥러에게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그들을 부러워 하기도 했다.

혼밥레벨표(네이버)
혼밥레벨표(네이버)

 

 

최근 온라인에서는 혼밥 레벨분류표가 네티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1단계 편의점에서 밥 먹기부터 9단계 술집에서 술 혼자 먹기까지 장소와 메뉴에 따라 혼밥을 어디까지 경험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가 진단표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며 혼밥의 경지를 보여준다. 일부 네티즌들은 자신의 레벨을 자랑하며 혼밥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는 혼밥이 일종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자신이 과연 몇 단계에 해당 하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혼밥족(네이버)
혼밥족(네이버)

 

혼자가 좋아요 인생은 홀로 와서 홀로 간다.’는 말에 더욱 절감하는 시기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혼자 밥 먹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이들은 사회 부적응자라는 딱지가 붙곤 했다. 점심시간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반찬을 나누어 먹었던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누구와 밥 먹느냐가 그 사람의 성격을 알아보는 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태가 변했다. 일명 왕따아웃사이더처럼 혼자 사는 것에 대한 과거의 부정적인 사고가 점차 자유롭고 합리적인인식으로 바뀌며 이미 하나의 사회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밥은 함께 먹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고, 본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혼자 자유롭게 먹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TV프로그램 등 대중매체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혼자 살아도 이렇게 잘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1인 가구’, ‘혼족등을 겨냥한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식샤를 합시다
tvn 식샤를 합시다

 

혼밥마스터(Comedy TV 맛있는 녀석들)
혼밥마스터(Comedy TV 맛있는 녀석들)

 

혼밥족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겨냥한 혼밥식당도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전과 다르게 일부 식당에서는 고객을 안내하는 종업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무인 자판기를 이용해 주문을 하고 원하는 자리에 앉아 벨을 누르면 종업원이 메뉴를 가져다 주는 식당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요식업체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수도권은 칸막이 식당에서 부터 1인용 샤브샤브, 1인용 화로구이, 1인용 보쌈 식당 등이 새로이 생겨나는 것은 물론, 혼밥족들의 불편을 고려하여 식당의 구조를 1인용 좌석으로 바꾸거나, 4인 이상은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문구를 매단 식당도 생겨났다. 이렇게 우리는 더 이상 혼자 식당에 들어가 타인의 시선에 의해 구석자리를 찾을 필요가 없다.

1인 삼겹살(네이버)
1인 삼겹살(네이버)

 

1인 샤브샤브(네이버)
1인 샤브샤브(네이버)

 

 

혼밥은 나 다움의 상징이다

서구권 나라들과 같이 한국은 혼자 식사라는 표현 자체가 생소하다. 대가족을 이루고 살던 옛 사회를 살펴보면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밥을 먹으면서 일과를 공유하거나 정을 나누곤 했다. 동아시아 나라 중에서 특히 한국은 어렸을 때부터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정서가 발달했다. 따라서 혼자 식당을 가거나 영화를 보는 사람을 타인과의 소통이 부족한사람으로 낙인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그들을 보아야 할 시점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 사회로 진화하고, 대가족 사회에서 핵가족화 되어가고 이제는 가족을 떠나서 나 홀로 살아가는 혼족이 늘어가고 있다. 홀로 밥을 먹고 나 홀로 살아가는 1인 가구, ‘혼밥이 대세를 넘어 사회적 트렌드가 되어 가고 있다. 사회는 나날이 빠르게 발전해 가고 사람들은 혼자 살아가기도 바쁘다. 나 혼자 벌어먹기 힘든 사회에서 타인과의 소통은 사치이자 불편함의 연속일 것이다.

대중매체는 이를 더욱 부추기듯이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문화를 연신 보도하고 온통 먹방이라는, 먹는 방송이 각 방송사마다 경쟁하듯 편성되고 있으니 먹고살 만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섭생에 신이 들린 듯, 한이 맺힌 듯, 여전히 집착하는 듯하다.

tvn 혼술남녀
tvn 혼술남녀

 

지금까지 대부분의 예능은 공동작업이었다. 한 두명의 진행자와 여러 명의 패널이 조화를 이루며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그랬던 예능이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나 혼자 산다>,<미운 우리 새끼>와 같은 예능을 살펴보면 나홀로 생활을 보여줄 뿐 어떠한 자극적인 코미디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다. 단순히 집을 꾸미는 모습, 밥을 해 먹는 모습, 여행가는 모습 등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며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TV가 이렇게 나홀로족(혼족)에 주목하는 이유는 1인 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1)코노미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우리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혼밥과 혼술족이 늘어나면서 식당의 인테리어와 메뉴 구성이 바뀌고, 1인용 간편식이 뜬다. 편의점이 불황 속 호황을 누리는 것도 1인 가구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혼영족이 늘어나자 혼영족 전용 극장 좌석이 등장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번 보는 ‘N차 관람열풍도 혼영족과 관련이 있다. 또한 혼자 여행하는 혼행족도 나타났다. 1인 노래방·코인 노래방이 생기고, 반려동물 시장이 뜨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TV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코인노래방
코인노래방()

 

불과 몇 년 전까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시대와 인식이 예전과는 달리 빠르게 변화했다고 말하지만 혼자라는 단어에는 아직까지도 외로움’, ‘고독’, ‘측은함이라는 인식이 뒤 따라 오는 게 사실이다. 타인의 혼밥에 애처로운, 혹은 조롱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 미식가 앞에 굳이 고독한이라는 수사를 붙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이 갑갑한 사회의 적나라한 한 단면이다. 사실 그들이 어떠한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혼자 밥 먹는 행위를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혼밥하는 사람이 외롭고 고독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사실 연민하는 것에 가깝다.

 

혼자이든 함께이든

이라는 글자는 참 오밀조밀하게도 생겼다.

(시옷), (), (리을), (미음)이 모여 구획을 적당히 나눈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약간의 간격을 가지고 독립된 듯, 살짝 떨어져 있으면서도 그 거리가 마냥 멀진 않게 보인다. 사회 속에서 긴밀하게 더불어 살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도 하는 것이 삶이라는 글자와 닮아 보여서 생김새와 의미가 묘하게 느껴진다.

당신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우리는 커다란 행복을 기다리며 매일을 살아가지 않는다. 나의 하루에 자그마한 행복을 바라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행복이란 상대적이며 사회적 기준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항상 행복을 위해 살고 있는 당신이라면 그것이 혼자이던 함께이던 상관없다는 말이다. 당신은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인생을 즐길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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