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 상승세···줄서기 대행 ‘오픈런 알바’
명품시장 상승세···줄서기 대행 ‘오픈런 알바’
  • 심우희
  • 승인 2023.03.21 13:48
  • 조회수 28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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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시급 9,620원보다 조금 높은 1만 2,000원 꿀알바?

 명품 오픈런을 위한 발걸음이 잦아지며 '오픈런 알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는 매장 문이 열리자 인기 제품 구입을 위해 달려가는 이른바 ‘오픈런’을 목적으로 리셀러들이 고용하는 알바를 일컫는다. 이들은 줄서기를 담당하는‘ 줄서기 알바’, 명품 업체들이 정해둔 구매 가능 요건을 충족하는 ‘구매대행 알바’ 등으로 세분된다. 네이버 카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알바를 모집해 대신 줄을 서게 한 뒤 번호표를 발부할 때 자리를 바꾸는 식으로 운영된다.

 줄서기 대행 알바의 탄생은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의 구매 열기이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연간, 1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거리두기 완화 등에 따른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지난해 주요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 대비 9.2%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연간 15.7%증가했고, 매출의 10% 이상은 해외 유명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줄서기 알바는 오픈런 대행을 원하는 명품 구매자들이 중고나라, 당근마켓, 카카오톡 오픈 채팅 등을 통해 대행자를 구하는 형태로, 고객이 원하는 기간과 장소를 정하면 조건에 맞는 구직자가 현장에 나간다. 예를 들어 고객이 'A백화점B브랜드 19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라고 말하면 대행업체에서 보낸 알바생은 19시부터 아침 7시까지 대기줄에 서 있는 것이다.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사는 구매대행 알바와는 별개다. 이들은 해당 명품 브랜드의 악성 구매자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지 않아야 하고, 리셀 업자가 원하는 제품의 과거 구매 내용도 없어야 한다. 이런 조건이 붙은 건 일부 명품 브랜드들이 리셀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뒀기 때문이다.

 구매대행 줄서기는 시간당 1만~1만 2,000원으로 최저임금 9,620원보다 높은 임금을 제공한다. 야외 업무상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급여의 차이가 있다. 봄·가을보다 여름·겨울이, 낮보다 밤이 최대 50%가량 시급이 센 편이다. 일부 업체는 대기자를 확보하고자 식비 등을 덤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하루 일당이 적게는10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까지 이른다.

 명품 줄서기 알바는 알바생들 사이 ‘꿀알바(시급 대비 업무 강도가 낮은 아르바이트)’로 통하는 만큼 사실상 자격 요건이 없어 진입 장벽이 낮다. 야외에서 장시간을 버틸 체력이 뒷받침하면 학력, 성별, 나이가 무관하다.

 명품 소비 증가로 리셀족(Resell·재판매)이 늘고 경쟁이 심화해 줄 서기·구매대행 아르바이트가 성행하는가 하면 대기자 간 언어·물리적 폭력 문제도 빚어진다. 판매점과 백화점 측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한편 대안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구매 희망자들 간 ‘총성 없는 전쟁’에 브랜드 이미지도 추락하는 모양새다./심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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