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장] 유독한 것 들에게
[사색의 장] 유독한 것 들에게
  • 한남대신문
  • 승인 2023.03.21 13:48
  • 조회수 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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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은(융합디자인학과19)

벗어놓은 옷을 빨아도 빨아도

매케한 냄새는 벗겨지질 않고

내 손에서 자라난 손톱에

자꾸 스스로 베이고

소주에서 나는 소독약 냄새가

유난히 목을 조이는 듯 한 날

감자에게 자라난 싹을

대충 도려내고 먹으려다가

너는 문득 스스로가 독인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너의 가시를 원하지 않았고

아무도 너에게 재촉하지 않았다는데,

티 하나 없이 말갛기만 한 낮에

너는 자체로 유독한 것이 된다.

탓에 딱 살아낼 만큼 피워낸 가시는

해를 싫어해서 밤중에 여린 살을 파고 자란다.

결국 아무도 찌르긴 커녕

보여주지도 못할 게 뻔한 가시를

쉽게 잘라내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도 모르는 수고를 너는 알기 때문에.

그러나 너는 너무 강해질 필요도

모진 독을 품을 필요도 없다.

세상 모든 것들이 잔잔히 흐른다.

딱딱하게 뭉쳐 있던 것들이

녹아 흐르는 봄이 오고

결국에는 응어리가 증발하는 여름이 온다.

그럼 너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을을 거닐다

다시 올 겨울을 무사히 보내주면 된다.

너는 유독한 것이 아니라

유독한 것들까지 품었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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