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없는 다문화 사회로 나아갈 때

올해 5월, 디즈니에서 만든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개봉한다.(사진=디즈니 제공)
올해 5월, 디즈니에서 만든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개봉한다.(사진=디즈니 제공)

 올해 5월, 캐스팅 논쟁이 이어진 ‘인어공주’실사 영화가 개봉한다. 원작과는 다른 캐스팅으로 팬들 사이 ‘내 에리얼이 아니야(Not My Ariel)’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캐스팅 논란에 대해 디즈니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신의 문제’라며 편견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영화 예고편 공개 이후에도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이번 캐스팅이 인종차별을 타파한 시의적절한 기획이며, ‘누구든 인어공주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롭 마샬 감독과 제작자인 숀 베일리는 ‘할리 베일리가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이기에 캐스팅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원작과 다른 캐스팅으로  인종적 다양성을 위해 등장인물을 흑인으로 설정하는 추세를 비꼬는 표현인 ‘블랙워싱’과 원작 훼손을 주장해 불만을 표했다. 이에 디즈니는 “덴마크 사람 중에도 흑인이 있으니 인어도 흑인일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반박했다. 디즈니는 백설공주 실사 영화에 라틴계 배우, 피터팬 실사 영화에는 흑인 배우를 캐스팅하며 다양한 인종을 캐스팅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인 배우 캐스팅은 드물다는 점에서 다소 모순적이다.

 이 같은 인종차별로 인한 아픔은 우리 사회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인이 겪는 인종차별은 일부 외국인들이 동양인을 향해 눈을 찢는 행위다.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 행위를 말하는 ‘아시안 혐오’로 언어폭력과 왕따, 온라인 욕설 등 차별적 행위가 존재한다. 미국에서 한 대학생이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버스에서 흉기 공격을 당하는 증오범죄, 한국인 유학생에게 독일인 남성2명이 접근해 “혐오스러운 중국인”, “중국인을 다 죽이겠다 ”등의 언어폭력을 행사했다. 코로나19확산 초기 영국 런던에서 싱가포르 유학생이 인종차별적 폭행과 폭언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아시아인들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견고한 사회적 장벽을 나타낸 ‘대나무 천장’이라는 용어도 백인 위주의 서구 사회에서 아시아인들에게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한국에서의 외국인들이 겪는 인종차별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인이 가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로는 흑인과 조선족, 무슬림,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등을 비하하는 용어 사용으로 인터넷상 이들을 비하하는 단어를 자주 볼 수 있다. 한국식 인종 혐오가 경제적 차별과 결합해  외국인들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발전된 국가에 출신인지에 따라 인종적 위계를 만드는 경우도 발생한다. ‘GDP차별’로 불리며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들의 피부색이 다르고 우리나라보다 경제 발전이 느린 국가 출신이라고 차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국경을 불문하고 인종차별  문제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개별법에서 피부색, 인종, 출신 국가 등 일부만을 언급해 차별이라고 선언한 상태로 남아있어 인종차별 관련 법 제정 필요성이 나타나고 있다.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회옥 교수는 “이미 우리 땅에서 오랜 기간 삶을 공유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시민으로서 포용하는 제도와 문화를 갖추는 것이 완성된 민주주의로 가기 위해 남은 과제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친백인성과 반흑인성의 고착화된 사고를 버리고 서구 중심적 패러다임에 갇혀 그들의 인종 서열화마저 그대로 답습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들이 더 많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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