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소금 책의 용도
빛과소금 책의 용도
  • 미디어 한남
  • 승인 2018.11.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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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시대 생존법은 ‘책'으로부터… 습관이 중요
조용훈 기독교학과 교수
조용훈 기독교학과 교수

 

2학기 개강하는 첫날 눈이 휘둥그레진 문과대 학생들이 건물 로비를 들어서며 한 목소리로 외친 말은 ‘대-박’이었다. 확 바뀐 문과대 로비의 컨셉은 책이었다. 마치 유럽 어느 도시의 유서 깊은 서점이나, 어느 귀족 가문의 고풍스런 서재를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다. 거기다 젊은이들 풍의 소파와 의자까지 갖추었으니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보였다. 천정 높은 곳 서가와 책들이 실물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사실조차 유머스럽다. 책의 용도는 여럿이다. 문과대 로비처럼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훌륭한 장식품이기도 하지만, 잠이 안 올 때에는 수면제가 되기도 하고, 독서실에서 아픈 팔을 대신해서 베개 역할도 한다. 급전이 필요할 때에는 중고서점에 내다 팔 수 있는 물건이 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은 미끼이기도 했다. 서가에 꽂혀있는 책도 이렇게 유용하거늘 하물며 펼쳐서 읽는 책의 용도는 얼마나 많고 클까. 인공지능과 일자리를 다투어야 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생존법이라는 생각하는 힘과 창의력은 바로 책으로부터 온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책을 펼쳐 읽을 생각은 안한다. 물론 대학생의 현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전공공부 부담이 늘어난 데다 아르바이트다 각종 스펙쌓기다 여간 바쁜 게 아니다. 스마트폰에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것도 책을 멀리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검색하는 일이 사색하는 일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검색과 사색은 같은 읽기라도 그 폭과 넓이에 있어서 그리고 글을 대하는 태도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기독교 영성 전통에서는 책(성서)을 통해 하나님 지식만 아니라 그분을 인격적으로 체험하는 렉티오 디비나(거룩한 독서) 독서법 전통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관건은 어떻게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 갈 것인가이다. 으레 도서관에나 있을법한 책을 문과대학 로비로 끌어냈듯이 책을 대학생의 생활 속으로 가져다 놓을 수 있는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2018년 올해는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정부가 정한 ‘책의 해’라고 한다. 이 뜻깊은 해가 다가기 전에 대학구성원 모두가 책읽기 생활화를 다시 한 번 고민하면 좋겠다. 비싼 브랜드 가방에 별다방 커피를 손에 든 젊은이보다 옆구리에 잔뜩 책을 끼고 활보하는 젊은이가 캠퍼스에 더 많아지는 꿈은 시대착오적 바람일까? 문과대 로비의 책이 도서관에서 걸어나와 로비로 온 것처럼 독
서가 대학생의 일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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