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혼잣말이 들려
너의 혼잣말이 들려
  • 김민겸
  • 승인 2018.11.26 17:44
  • 조회수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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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누군가가 자신의 힘듦을 알아줬으면 하는 날에 한탄의 혼잣말이 나온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혼잣말을 하며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근처, 등굣길, 물론 한남대학교 이곳저곳에도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혼잣말들. 이번 호에서 청림은 이런 혼잣말들을 위로하려 찾아 나섰다.

 문과대학 건물에서 청소를 하시던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해봤다. 마침 오전 일이 마무리 되는 차라 아주머니는 흔쾌히 휴게실에서 대화를 나누자고 하셨다.

문과대 청소부 아주머니 휴게실 앞

청림(이하 청)- 한남대학교에서 일을 시작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미화원(이하 미)- 저는 학교에서 오래 일한 사람 중 한 명 입니다. 지금 19년 째 접어들고 있어요. 저 같은 고참들은 학교 통틀어서 10명 정도 있네요. 이곳에 오래 머물렀던 만큼 학교가 변화하는 모습도 많이 봤어요. 개인적으로 교양 강의동건물을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 오래 일하신 만큼 학교 이곳저곳에서 일하셨겠네요?

- 2016년에 문과대로 왔어요. 그 전에 본관건물에서 꽤 오래 있었죠. 11년 동안 일하다가 그 해에 담당구역을 바꿀 기회가 생겨서 나오게 됐어요. 처음에는 공과대학에서 일하다가, 조형예술대학 밑에 있는 고시원, 중앙도서관, 평생교육원 등에서 근무했어요. 본관에 가기 전에 많이도 돌아다녔네요.

 

- 하루 일과를 말씀해주세요.

- 8시부터 일과의 시작이에요.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깨끗하게 청소해야 하니까요. 늦어도 1130분에는 오전일과를 마쳐요. 1시까지 식사 시간이고 오후 일정은 5시에 마무리가 돼요. 일은 그냥 쓸고 닦고 치우는 노동이에요. 하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이니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돈이야 많이 받고 싶지만 일하는 것 치고는 보수도 괜찮다고 봐요.

 

- 올해 들어서 청소부 휴게실의 위치가 바뀐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달라진 점은 뭔가요?

- 휴게실이 없지는 않았죠. 단지 1층 계단 밑에 있었는데 작년부터 다 위로 올라온 거죠. 계단 아래에 있던 때는 위험하고 환경도 좋지 않았고요. 빈 사무실을 미화원 방으로 만들어주곤 하는데, 문과대학건물도 작년에 3층으로 다 올라왔다가 공사를 하면서 지금 장소로 이동했어요. 56주년 기념관 휴게실이 가장 넓고 좋아요. 물론 이 곳도 좋은 편에 속하죠.

 

- 그 외 최근에 근무하면서 좋아진 점이 있나요?

- 담배지정구역이 생기면서 아주 편해졌어요. 그 전에는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 비하면 눈에 띄게 줄어들었죠. 학생들을 위해서 설치한 것도 있지만 저희에게도 큰 편의가 주어졌네요.

 

- 학생들에게 도움을 받은 일화가 있으신가요?

- 1년에 한 번씩 총학생회에서 여행을 보내줘요. 올해는 아직 이야기가 없네요. 그것도 고마운데, 여행을 가면 저희들의 부재를 학생들이 메워줘요. 아침마다 학교 진입로를 여사님들이 청소하는데 그 일을 학생들이 나와서 해주는 것이죠. 갈수록 학생들이 착해지는 것도 느껴요. 인사성도 좋아요. 밝게 인사해주는 학생들을 보고 항상 힘을 냅니다.


- 학교와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

- 뭐가 있겠어요. 주어진 일 열심히 하는 거죠. 얼굴 붉히고 지내지 않고 항상 밝게 인사해 줘서 고맙죠.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해줬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학교에서 화장실 내부 청결 관련된 일을 하는 것 같아요. 화장실을 이용하면 다음 사람을 위해서라도 깔끔하게 마무리 했으면 좋겠네요. 학생들이 먼저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려 19년간 한남대학교에 머무르며 학교와 함께 세월을 보낸 대들보같은 미화원 아주머니와의 짧은 담소를 마쳤다. 자신은 이제 늙었다며 젊은 분들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셨지만 긴 시간의 경험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신 덕분에 오히려 더 의미 있는 자리가 아니었나싶다. 뒤늦게 들어오신 여사님들과 잠깐의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하는 학생과의 대화가 꽤 즐거우셨나 보다.

 

미화원분들과의 담소를 마치고 학생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주위를 보니 바삐 움직이는 영양사분들을 마주하였다. 어쩌면 교수님들 보다 가까이 있는 이분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봤다.

청림(이하 청)- 한남대학교에서 일을 시작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기숙사(이하 기)- 2013년부터 시작해서 6년 째 일하고 있습니다.

대덕캠(이하 대)- 저는 13개월 째 일하고 있습니다.

본캠(이하 본)- 저도 13개월 정도 됬습니다.

 

- 하루 일과를 말씀해주세요.

- 저는 신관, 구관 기숙사를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근해서 먼저 구관 기숙사에서 재고 조사를 마친 뒤 회의를 합니다. 그리고 신관으로 넘어와서 마찬가지로 진행합니다. 오후 시간이 되면 부원이 바뀌기 때문에 또 같은 작업을 합니다. 마무리로는 다음날 쓸 재고를 파악합니다. 일과는 다른 분들도 비슷합니다.

 

- 급식 형식으로 운영하다보니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겁니다. 혹시 이런 일로 학생들과 마찰을 겪을 적이 있나요?

- 기숙사는 아침을 안 먹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학생들이 시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아요. 그리고 오해하시는 것이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는 걸로 아는 분이 있더라고요. 저희는 순수 학생들이 낸 급식비로만 운영이 돼요. 요구사항도 직접 말로 하기보다 SNS에 올라오거나 심지어 학부모님들에게도 연락이 와요. 직접 와서 이야기 해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저희는 식수가 적어서 재료를 많이 준비 하지 않기에 메인 메뉴는 한정적이에요. 그래서 배식하시는 여사님들이 마찰을 가끔 겪습니다. 음식을 많이 가져가시는 것까지는 좋은데 잔반을 자주 남겨요. 그런 부분은 좀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 일을 하시면서 유독 힘든 시기는 언젠가요?

- 개강하기 직전입니다! 조리원이 많이 변동되고, 여사님들도 그만 두시는 분들도 계셔요. 방학기간의 기숙사는 신관만 운영합니다. 개강 시기가 다가오면 다시 오픈 준비를 하느라 심적 부담이 크죠.

- 심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는 개강 바로 전날 육체적으로 힘든 날은 개강 당일 날입니다. 개강일은 긴장도 많이 하게 돼요.

 

- 이 일을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신 적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일화가 있나요?

- 임용고시 합격한 친구가 밥 잘 먹었다고 음료하나 주고 가더라고요. 의무식 신청한 게 억울하다고 한 분이 졸업하고 다시 찾아왔었어요. 그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

- 새로운 메뉴에 대해 좋은 평을 해줬을 때 가장 기쁘죠. 좋은 평가가 나오면 저희끼리 서로 공유하고 그래요.

- 저는 한 곳에 있지 않고 자주 돌아다녀요. 그런데 교직원 분이 저를 찾아다니셨어요. 커피를 주면서 밥 잘 먹었다면서요. 그냥 두고 가도 되는데 직접 건네주시더라고요. 그 때 급식자랑 피급식자랑 소통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맛있게 먹었다는 한마디가 가장 큰 기쁨입니다.

 

- 또 다른, 힘들었던 일화가 있나요?

- 급식비 안에서 식단을 짜야하는데, 인건비 재료비는 계속 오르잖아요. 친구들은 그런걸 알지 못해요. 이게 2,500원짜리냐며 잔반통에 그냥 엎고 안 먹고 간 적이 있어요.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요. 청소부 여사님들은 때 되면 총장님께서 식사도 대접해주시고 이런 행사를 하시잖아요. 근데 저희 조리원 여사님들은 없어요. 저희도 수건이라도 한 장 주시면 좋겠습니다.

 

-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 말씀해주세요.

- 잔반문제가 심합니다. 쉽게 얻었다가 쉽게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다시 와서 드실 수 있으니까 먹을 수 있는 적당량만 가져가시길 부탁드립니다.

- 주방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예산 관련된 문제도 포함해서요.

-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컵라면 많이 먹더라고요. 모든 분들이 자식 생각하는 것처럼 정성껏 요리해요. 라면보다는 더 영양가 있는 식당음식 찾으면 좋겠습니다.

 조리원의 영양사분들의 고충은 끊임이 없었다. 언제나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학생들도 많이 없었을 것이다. 영양사분들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시는 조리원 여사님들의 고충도 간접적으로 들어볼 수 있었다. 학생식당을 찾을 때면 맛있게 먹었다는 한마디가 절로 나올 것 같다.

 

학교 안에 있는 혼잣말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었다. 미화원과 영양사분들만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그들 말고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홀로 고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우리들이 먼저 다가가 더 이상 혼잣말이 아닌 대화로 승화된다면 더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언젠가 닥쳐올 우리의 혼잣말도 위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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