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도 동화가 필요하다
대학에도 동화가 필요하다
  • 서정이
  • 승인 2018.11.26 17:44
  • 조회수 29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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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영 교수님

 동화의 사전적 정의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가끔 사람들이 저에게 동화란 무엇인가 물어보면 저는 어린이부터 즐길 수 있는 동심(童心)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라 말하곤 합니다. 어떤 소설은 청소년부터 어떤 소설은 대학생이 되어서야 즐길 수 있다면 동화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동화가 포괄적으로 독자를 품을 수 있는 이유는 동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동심은 단순히 어린이 마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켜나가야 할 보편적 진실을 말합니다. 이러한 진실은 이해타산에 밝아지는 성인보다 어린이에게 더 많기에 어린이 마음을 동심이라 합니다. 그래서 동화는 어린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우리 삶을 이해하고 성찰하게 해주는 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

 

 동화가 어린이 독자층을 수용하는 만큼 구조는 단순하고 간결합니다. 그러나 주제는 심오합니다. 단순함 속에 심오함을 녹이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덕분에 동화는 다차원의 은유 덩어리입니다. 원관념의 범위가 넓어 읽는 이가 누구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화는 독서치료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내담자가 동화를 읽으며 동화 속 인물이나 사건에 자신의 특성이나 사건을 비유하기 수월하여 내담자의 사연을 다루는 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동화가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결말을 갖는다는 점도 독서치료에 사용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치료실을 찾은 내담자는 동화를 통해 내담자 자신의 스토리(story)도 주인공의 스토리처럼 희망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곤 합니다. 어려움 앞에 좌절하지 않고 지혜를 발휘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주인공처럼, 내담자는 자신 안에 웅크린 용기를 깨닫습니다.

 

 주인공의 위기 극복에는 종종 환상이 개입되기도 하는데, 동화에서 환상성은 중요한 특징입니다. 환상은 현실에서의 도피가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오해입니다. 동화에서 환상은 실제 현실을 극복하고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동화의 환상성은 상상에서 비롯된 것인데 상상력은 인간이 가진 유연한 에너지입니다. 인간은 상상력을 통해 내면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변화된 내면을 밖으로 표출하면서 현실화 할 수도 있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의 이미지 트레이닝이 상상력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많은 문명의 혜택들도 예전에는 상상에 불과했던 것이 현실화 된 것입니다. 모든 것들은 세상에서 현실화되기 전에 우리 내면에서 먼저 이루어집니다. 한낱 환상일 뿐이란 평가를 받을지라도 그것은 현실화될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동화의 환상성은 이 같은 가능성을 지향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동화 중에 마녀 위니(밸러리 토머스 글)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마녀 위니는 까만 집에 살고 있는데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도 까만색입니다. 그래서 위니는 종종 고양이를 보지 못해 생활에 불편을 겪습니다. 고민 끝에 위니는 요술 지팡이를 휘둘러 고양이를 알록달록한 색깔로 바꾸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변해버린 자기 모습에 슬퍼합니다. 위니는 결국 슬퍼하는 고양이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고 자신의 까만 집을 알록달록한 집으로 바꿉니다.

 

 이 동화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단순하고 간결한 구조의 이야기입니다. 또 미래지향적인 결말을 갖습니다. 주인공은 위기를 극복하였고, 환상성이 개입되었습니다. 이 동화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아마 이 동화의 주제는 수십 가지일 것입니다. 읽는 이마다 자신에게 와 닿는 의미가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하나같이 삶의 진실과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동화에서 위니가 고양이의 원래 모습을 존중해주고 자신의 집을 바꾼 장면에서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마치 위니가 책에서 나와 저에게 요술 지팡이를 휘두른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많은 학생들과 만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특히 와 닿았던 것일까요? 위니는 저에게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변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이라 말해주었습니다. 이 동화는 제가 학생들 각자의 색깔을 존중하며, 내가 바뀔 부분은 무엇인지 성찰하는 데 큰 영향을 준 동화입니다.

 

 동화는 내 안에 없는 것으로 울림을 주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 안에 있는 것은 울림을 통해 그것의 성숙을 돕거나 현실을 건강하게 가꾸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되어 줍니다. 전공 서적 앞에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날, 단순하고 간결한 동화책 한 권 펼쳐보는 것 어떠세요? 정말 동화 같은 일이 여러분 삶에 펼쳐질 수 있습니다. 동화는 늘 여러분의 가능성을 응원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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