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 : 어머니의 독백
딸에 대하여 : 어머니의 독백
  • 조혜림
  • 승인 2018.11.26 17:44
  • 조회수 32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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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정보학과 16 강스림

 

나는 그 애의 엄마라는 걸 부끄러워하는 내가 싫어요. 그 애는 왜 나로 하여금 그 애를 부정하게 하고 나조차 부정하게 하고 내가 살아온 시간 모두를 부정하게 만드는 걸까요. - 책 ‘딸에 대하여’ 中

 

 책을 읽는다는 건 감정소비가 심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주인공의 심리 위주로 진행되는 소설이나 우울한 묘사로 표현된 책은 유독 더 읽기 힘들다. 이 책이 그랬다. 퀴퀴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젠의 장례를 끝으로 책을 덮었을 때, 개운하지 않고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요양보호사인 어머니의 입장에서 진행된다. 스토리보다는 어머니의 심리묘사가 주가 되어, 동성애자인 딸과 요양센터의 노인 젠을 돌보며 느끼는 온갖 감정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똑똑한 딸이 동성애자라는 것에서부터, 한때는 잘나갔으나 이제는 요양병원에서 가족 없이 혼자 죽어가는 젠의 마지막 모습까지. 담담한 듯 보이지만 깊은 고뇌가 담긴 어머니의 독백은 독자 또한 비관에서 벗어날 틈을 주지 않는다.

 딸은 동성애 문제로 부당한 해고를 당한 동료 강사들과 함께 시위한다. 딸의 상처를 보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지만, 딸은 이번 시위가 자신의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끝까지 어머니는 자신이 해고당한 것도 아닌데 제 일인 양 앞장서서 시위하는 딸을 이해하지 못한다.

 후에, 시설의 운영비 명목으로 젠을 마음대로 다른 병원으로 옮기게 된다. 그때 어머니는 나서서 목소리를 낸다. 자신도 늙으면 저렇게 될까 하고 젠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그때 딸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했을 것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결코 나와 관련 없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또한 어머니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애들은 삶 한가운데에 있다. 환상도 꿈도 아닌 단단한 땅에 발을 딛고 서 있다. 내가 그런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이 애들은 무심하고 혹독한 삶 한가운데에 살아 있다.’ 우리는 삶 한가운데에 살아 있다. 아무리 삶이라는 것이 비통하고 힘들더라도 말이다. 늙은 어머니가 30대 딸을 보며 한 이 문장이, 사실 모든 청춘의 현실을 겨냥한 말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딸이다. 그렇기에 죽음이 다가올수록 혼자가 두려워지고, 자신의 세계에 더 이상 딸이 없다는 쓸쓸한 어머니의 독백이 더욱 와 닿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두 누군가의 ‘딸’이기 때문에 차마 책 속 딸의 심정까지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처럼 팽팽한 감정선이 잘 드러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단편적인 부분이다. 그 외에도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양하기 때문에, 직접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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