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짧은 러닝타임의 콘텐츠가 대세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주요 플랫폼에 오르는 영상들은 대부분 5분을 넘지 않는다. 카드뉴스 역시 독자가 1분 이내에 모든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끔 제작된다. 하지만 오히려 콘텐츠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분야가 있다. 바로 팟캐스트이다. 1시간은 기본이고 3시간 내외의 분량인 것들도 많다. 이용자가 제작자에게 분량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오디오 시장의 대표 콘텐츠인 라디오는 TV나 동영상 등의 다중 매체로 인해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데, 왜 유독 팟캐스트는 인기를 끌고 있을까?

 

팟캐스트가 뭘까요?

팟캐스트의 인기를 알아보기에 앞서, 팟캐스트란 무엇일까? 팟캐스트란 애플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이 합쳐진 말로, 인터넷망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이전부터 아이튠즈를 통해 제공되어 왔으며, 국내에서는 200911월에 최초의 팟캐스트가 제작되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활성화 되었다. 팟캐스트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토어에 가서 팟빵이라는 앱을 다운 받으면 원하는 방송을 들을 수 있다. 구독이라는 버튼을 통해 내가 관심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들을 수 있다.

                                                                                     

왜 팟캐스트에 열광할까?

팟캐스트는 왜 인기가 많을까? 먼저 포맷의 신선함에 그 이유가 있다. 기존의 라디오에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진행자가 질문을 하면 패널이 답을 하고, 음악을 듣고 청취자의 사연을 들은 후, 다시 음악을 트는 방식이다. 반면 팟캐스트는 형식의 구애가 없다. 구성과 내용이 모두 제작자 마음이다. 근황을 묻다가도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

또한, 정치 문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은 프로그램이 많다는 점 역시 이유 중 하나이다.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여겨지던 정치를 날것으로 나타냄으로써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재미로 인기를 끌었다. TV에서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나 우리를 자극하는 비유와 날 선 비판 등이 혼잡하고 답답한 정국으로 인해 불만을 가졌던 사람들의 속을 뻥 뚫어줬다.

마지막으로 팟캐스트는 누구나 할 수 있다. , 콘텐츠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희미하다. 만약 듣고 싶은 분야의 방송이 없다면 자신이 직접 방송을 시작하면 된다. 기존 방송에서 다루지 않는 자신만의 관심사를 이야기 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 도전한다. 유튜브나 아프리카 티비 등과 달리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돼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과 굳이 큰 장비가 필요 없어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도 팟캐스트를 쉽게 시작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20187월을 기준으로, 국내 팟캐스트 어플인 팟빵에는 13000여개의 방송이 개설되었고 등록된 에피소드는 100만건이 넘는다.

이런 팟캐스트는 어때요?

수많은 팟캐스트 방송 중에서 어떤 것을 들어야 할까? 지금부터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는 당신을 위해 테마별로 팟캐스트를 추천하려 한다.

 

<책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 책 읽는 시간’: 성인이 되면서 누군가 나에게 책을 읽어준 기억이 별로 없다. 우연히 전자책 어플에 책 읽기 기능을 알게 되어 듣게 되었지만, 사람이 아닌 기계음과 친해지기는 어려웠다. 그러다가 몇 달전 김영하의 책 읽어주는 시간이라는 팟캐스트를 발견했다. 책만 읽어주는 것을 넘어 책과 저자를 둘러싼 당대의 여러 이야기들, 그 책과 김영하 작가의 만남은 어땠는지를 들려준다. 이 팟캐스트를 듣게 되면 마치 김영하 작가와 카페에서 만나 차 한 잔하며 독서담을 나눈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팟캐스트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총 67회 분량이 올라가 있다. 각 분량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이며, 간혹 가수 이적과 같은 게스트도 함께 한다.

2. 이동진의 빨간 책방’: 평소에 지식 습득 위주의 편식 독서를 하는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팟캐스트이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이 진행을 맡은 이 프로그램은 소설을 재미있게 다룬다. 또한 꾸준한 방송과 이동진에 대한 신뢰 덕에 애청자들도 많다. 평소 문학이나 역사, 유명 한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팟캐스트 만한 것이 없다. 방송은 수요일 다 업데이트된다.

<영어 실력 향상을 원하는 당신에게>

1. ‘All Ears English’: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영어 팟캐스트이다. 추천하는 이유는 하 나의 에피소드당 15~20분으로 길지 않아 하루에 하나씩 챙겨 듣기 좋다. 진행자들의 발 음이 매우 명확하다는 점과 일상과 비즈니스의 영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이 팟 캐스트의 매력이다. 이 방송은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에게 특히 안성 맞춤이다. 매주 월~목요일까지 한주에 총 4개의 에피소드가 올라오며 현재 1000개의 에 피소드에 달한다.

2. ‘내 방에서 영어 어학연수’: 이번 팟캐스트는 영어 초보자들을 위한 팟캐스트이다. 간단한 영어 문장들을 만드는 법을 알아가면서 영어의 기본기를 갖출 수 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어에 대한 자신감의 시작은 바로 기본에서 나오는 것이 다. 영어로 말하는 것이 어렵거나 배우고 싶지만 시간적, 장소적 제약이 있어서 자투리 시 간을 이용해서 간편하게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팟캐스트를 한 번 들어보기 바란 다. 방송은 올 7월에 끝났으며 총 20개의 영상이 있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당신에게>

  • 과학으로 장난치는 게 창피해? 과장창!’: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이 팟캐스트는 영화, 음악, 게임, 그리고 인문학 등 다양한 문화를 바탕으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거나 잘 몰랐던 부분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해 유쾌하게 얘기를 나눈다. 윤태진 아나운서와 과학커뮤니케이터 궤도엑소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는 매주 일요일 자정에 업데이트된다. 또한 녹음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네이버 TV에서 공개하고 있다.
  • 2. ‘과학이 빛나는 밤에’: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책 세상의 모든 과학’, ‘과학이 빛나는 밤에를 집필한 이준호님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이다. ‘낭만적 심야 과학방송이라는 컨셉으로 진 행되는 이 팟캐스트는 듣다 보면 이준호 작가의 과학에 대한 식견과 애정을 느낄 수 있 다. 또한 초등학교 선생님답게 쉽고 친절하게 과학을 풀어준다. 여러 과학 이야기를 적절 한 비유와 설명력을 통해 알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팟캐스트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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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이런 점은 조심!

앞서 본 것처럼, 현재에는 수많은 팟캐스트가 존재하며 이 팟캐스트들은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파급력이 큰 만큼 우리가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하며, 앞으로는 어떻게 들어야 할까?

먼저 팟캐스트의 수위 높은 발언과 풍자 화법이 때로는 문제가 된다. 조기 대선을 앞둔 지난해 3월 한 국회의원은 팟캐스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계산된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고, 이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아 자신이 맡고 있는 직위에서 내려왔다. 또한 지난해 4, 김어준 총수는 18대 대선 개표 과정에서의 부정행위 가능성을 제기한 영화 더플랜을 팟캐스트를 통해 홍보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기존과는 다른 자유로운 포맷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방송을 들을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편향된 사고방식에도 주의해야 한다.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사실보다는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찾아 들을 가능성이 높아 개인의 생각이 커지면서 특정한 사고방식이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즉 어떤 정보를 통쾌하다라고 느끼지만, 자신도 모르게 편향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쪽으로 치우친 방송만 듣기보다는 여러 의견을 제시하는 팟캐스트를 듣는 것도 좋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디어의 흐름이 팟캐스트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팟캐스트의 열풍과 지속적인 인기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알려주고, 기존 언론이 건드리지 못하는 예민한 부분을 대변한다. 정보가 중요시 되는 요즘 사회에서 팟캐스트는 지금도 진실을 규명하며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분명 존재한다. 팟캐스트에서 나오는 일부 발언은 여전히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청취자들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점 역시 염두에 두며 슬기롭게 팟캐스트를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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