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개미와 초록개미
파란개미와 초록개미
  • 윤예림
  • 승인 2019.06.17 09:10
  • 조회수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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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우 한남대학교 홍보팀장
전성우 한남대학교 홍보팀장

 파란개미들과 초록개미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요정이 개미들에게 마법을 걸어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있게 했다. 개미들은 처음엔 신기해서 종일 수다를 떨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파란개미들과 초록개미들 사이에 말싸움이 생겼다. 말이 없었던 이전 같으면 그냥 넘어갔을 사소한 일들이 심한 말다툼과 욕설로 번졌다. 더불어 미움과분노의 감정도 커졌다.

 늙은 개미들은 이것이 큰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심한 말을 하면 벌금을 내고, 한 달에 단 하루만 심한 말을 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개미들은 결정을 따르지 않고 늙은 개미들을 감옥에 가두어 버렸다. 파란 개미들과 초록 개미들 사이의 말싸움은 급기야 전쟁으로 번졌다. 모든 개미들이 처참하게 죽고 말았다. 이것이 오늘날 파란개미와 초록개미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이유라는 것이 철학동화 개미(위베르 니쌍)의 이야기다. 얇은 책이지만 말의 중요성에 대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미움과 다툼이 언어 이전에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언어로 표현되는 순간 그 감정은 서로에게 더욱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그것이 언어의 힘이고, 푸른개미와 초록개미의 멸망이 주는 교훈이다. 책도 말하고 있듯이 '춥다'라는 것은 하나의 사실이지만, "나 추워"라고 말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추위가 말로써 더 생생해지는 것이다. 더위, 배고픔, 목마름, 사랑, 분노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방송에서 이런 실험을 본 적이 있다. 똑같은 밥을 2개의 용기에 담고 4주 동안 하나에는 고맙습니다와 같은 좋은 말을, 다른 것에는 짜증나와 같은 나쁜 말을 계속하였다. 그 결과 좋은 말을 들은 밥에는 하얗고 좋은 누룩 냄새의 곰팡이가 핀 데 반해 나쁜 말을 들은 밥에는 색깔이 검고 냄새가 고약한 곰팡이가 많이 생겼다.

 이런 실험도 있었다. ‘늙은’ ‘은퇴한’ ‘황혼의등 노인이 연상되는 단어들을 나열해서 문장을 만들게 한 그룹과 도전적인’ ‘신입사원’ ‘스포츠등 젊음과 관련된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게 한 그룹의 실험 전후 걸음 속도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노인 관련 그룹은 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고, 젊음 관련 그룹은 걸음이 빨라졌다. 예일대 존 바그 교수는 우리 뇌는 움직인다라는 단어를 읽으면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준비를 하는데, 이는 특정 단어가 특정 부위를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언어는 행동을 지배한다. 그렇다면 언어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흉기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좋은 말을 쓸 자신이 없다면 침묵하는 것이 최선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의사에게는 세 가지 무기가 있는데, 첫째는 말이고, 둘째는 메스이고, 셋째는 약"이라고 했다. 가장 효과적인 치유는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실천해보자, 내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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