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도 기사가 운전하는 617번 버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자동차노련)이 파업 의사를 밝힌 것은 올해 7월부터 버스업체의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는 데 따른 것이다. 노조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임금 감소분 보전과 신규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버스 파업과 더불어 버스 기사의 근로환경에 대한 문제 역시 대두되고 있다. 한남대신문사는 동인여객 617번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이선도 기사님을 만나 근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 당시 대전 지역 버스 노조는 아직 파업을 결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남대 신문사(이하 한): 지금 근무하고 계시는 환경은 어떤가요?

이선도 기사(이하 이): 617번 버스 같은 경우엔 다른 노선에 비해 굉장히 긴 노선입니다. 때문에 왕복으로 다녀오면 평균 2시간 40분에서 3시간이 걸립니다. 주말에는 차도 덜 막히고 승객도 많지 않기 때문에 수월하지만 평일 출퇴근 시간은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왕복 4시간이 걸려 차고지에 들어온 적도 있습니다. 그냥 운전대를 잡았다 하면 기본 3시간은 운행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버스운전 기사에게는 중간시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배차간격을 맞추기 위해 조정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기사들은 과속을 하기도 하고, 정류장에 잠시 정차하기도 합니다.

 

한: 중간시간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 중간시간을 못 지키면 회사에서 압박을 줍니다. 한 마디로 계속 ‘터치’를 하는 겁니다. 시간을 꼭 맞춰야 그만큼 컨플레인(불만)이 안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을 잘 지키는 게, 시에서 회사를 평가를 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기사들이 중간시간을 못 지키면 회사는 시로부터 지원금을 많이 받지 못합니다.

 

한: 근무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이: 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정말 불안합니다. 자칫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피해보상은 전부 저희가 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 불안합니다. 특히 요즘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버스에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항상 긴장을 한 상태로 운전을 해야 합니다. 운전대를 잡으면서 교통 신호도 봐야 하고, 승객들의 안전도 살펴야 하고...

 

한: 기사님들의 임금은 어떤 구조로 이뤄져있나요?

이: 저희들은 일당제로 받습니다. 일 하는 만큼 받는 것이죠. 기본 급여가 있는데, 그건 월 100만원도 안 돼요. 수당으로 먹고 사는 셈이죠. 야간수당, 추가수당, 이런 수당으로... 그리고 수익 구조가 수직구조입니다. 중앙정부에서 시에게 지원금을 주면 시는 회사에게, 회사는 다시 기사들에게 주는 구조이죠. 그렇기 때문에 시의 평가제를 통해 회사에게 많은 지원금이 들어온다 해도 기사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크게 미치지 않습니다. 회사의 재량이니까요.

 

한: 그러면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혜택이나 복지제도는 없나요?

이: 없습니다. 전혀요. 저희는 모든 수당이랑 그런 게(복지제도) 회사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중앙정부나 시로부터 받는 복지제도 이런 게 없습니다.

 

한: 이번에 파업의 원인이 된 ‘주 52시간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솔직히 말하면 답답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희는 일당제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일해야 돈을 많이 벌기 때문입니다.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 그만큼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파업을 하는 곳은 한국노총에서 하는 거고, 저희는 소속 노조가 다릅니다. 저희는 노조가 지시하는 데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으로써는 이렇게 저렇게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저희는 그냥 월급만 변함없이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사진/인터뷰=김 산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 한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