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재력·정보가 힘이 되는 사회
부모의 재력·정보가 힘이 되는 사회
  • 윤예림
  • 승인 2019.10.08 09:51
  • 조회수 7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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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대학 부정입학 의혹을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씨는 2010학년도 고려대 어학특기자 전형(세계선도인재전형)을 지원해 합격했다. 2007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입학사정관전형 중 하나였다.

 조 장관 딸 논란에서 보듯 초기 입학사정관제는 적잖은 부작용을 낳았다. 2010년을 전후해 대학 입시 시장에서는 논문과 봉사활동, 인턴 경력 등 스펙 쌓기열풍이 불었다. 입시에 유리하다는 풍문을 타고 독서와 동아리·봉사활동, 소논문 쓰기 등 각종 비교과활동 프로그램이 양산됐다. 발 빠른 특목고와 전국 단위 자사고 등은 학부모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했다.

 이 당시 고교생들의 논문 공저자 등재와 있는 집 학부모들의 논문과 인턴 품앗이는 유행처럼 번졌다. 지난 5월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7년 이후 전국 총 50개 대학 소속 교수 87명이 139건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 대학 중 서울대 교수가 가장 많았다. 교수 7명은 논문에 대한 기여가 없는 자녀를 논문 12편의 공저자로 올리기도 했다.

 조 장관 딸의 입시부정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교육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불공정 논란이 제기된 것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다. 교육부는 학종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기소개서와 학생부 축소 등의 보완을 내놓았다. 대입제도, 특히 학종의 공정성 논란은 도입 초부터 꾸준히 불거져왔다. 학종은 본래 학생의 진로와잠재력 등 다양한 역량을 평가하고자 도입됐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취지만 좋은 전형이라는 비판과 함께 '금수저 전형'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특히 수상 경력, 봉사활동이 이른바 금수저 요소로 많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학종의 장점은 높은 점수를 위해 문제풀이만을 반복하는 무미건조한 학습 대신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워 학습하도록 장려한다는 것이다. 한 번의 시험 결과로 바뀌는 정시가 아니라 3년 동안의 학습 과정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부유층 자녀만 만들 수 있는 스펙을 학생 선발 기준으로 삼는 것을 옳지 않다. 학생이 제출한 자료에서 출신 배경에 따라 유리 혹은 불리해지는 실적은 배제하려는 대학의 노력도 필요하다.

 '대학'은 대학민국 청년들에게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주제이다. 죽어라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하고, 또 죽어라 공부해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있는 청년들에게는 이런 대입 관련 특혜 논란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대한민국의 입시 제도를 거쳤다면 더욱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저 잘 난 부모를 둔 덕에 명문대 학생이 되고 취업을 보장받은 조 씨에게 청년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공정성'에 예민해져 있다. /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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