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한국에선 지난해 2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돼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커졌다. 하지만 죽을 권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첨예하게 엇갈린다. 평화롭고 존엄하게 죽을 인간의 마지막 권리 찾기는 어떻게 해결할까.

 연명의료결정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상태가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의미한다. 원명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라 하고 존엄사법이라고도 부른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1년 반을 맞아 현황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한 인원은 299천여 명, 실제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57천여 명에 달했다.

 연명 의료 중단을 원하는 환자는 담당의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에게 말기, 임종 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진단을 받을 경우 연명치료의 지속 혹은 중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때 환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서 연명 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그러나 환자의 의식이 없고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미리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는 환자 가족 2인이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진술하고, 그것도 없을 경우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에서 중요한 부분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구현이다. 치매 노인 등 취약계층의 연명의료결정을 위해 사전연명의료서 등록기관을 확대하고 결정 주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환경 또한 마련돼야 한다.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위해 연명의료결정 단계에서 마지막으로 당사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통증을 없앨 뿐 아니라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사망이라는 개념이 의료와 무관했지만 의료가 발전하면서 사망이 모두 의료와 연결됐다. 의학적으로 아무리 시도해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 하는 것이 연명의료결정이다. 죽음과 관련된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한다.

 우리는 좋은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누군가에겐 건강하게 오래 살다 가는 것,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으며 고통 없이 마무리 짓는 것 등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죽음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불필요한 연명의료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확실히 밝혀놓는 것이 좋다. 또한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만이 아닌, 다양한 제도와 시설로 각자에게 맞는 인생 마무리가 필요하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한편으론 마지막 권리를 지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인간은 마지막 권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마지막이 병원이어야 한다는 편견을 지울 수 없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남은 생을 입원해서 치료받으며 보내는 것과 집에서 못 다한 일을 하며 보내는 것 중 어떤 것이 좋을까? 물론 아픔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선택이 옳고 그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지막 권리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 윤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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