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한남미디어센터 운문 부문 심사평
제1회 한남미디어센터 운문 부문 심사평
  • 윤예림
  • 승인 2019.10.08 09:51
  • 조회수 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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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문학평론가, 국어국문•창작학과 교수)

 제1회 한남미디어센터에서 공모한 글짓기 운문 부문에 참가한 학생은 모두 18명, 작품 수로는 60여 편이었다. 이들이 형상화한 내용은 대체로 상식적인 수준이었으며, 그 표현 방식 역시 거칠고 추상적인 차원에서 전개된 나머지 시적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테면 발랄한 감수성과 시제를 다루는 참신한 상상력의 빈곤이 아쉬웠다. 시상을 전개하는 방식 또한 감상성과 관념성에 치우쳐 있음을 지적해 두고 싶다. 식상한 표현은 지루하며, 관념성은 난해하고, 감정의 지나친 노출은 추한 법이다.

 그렇다고 그다지 크게 흠잡고 싶지는 않다. 청년 학생들이 처한 현실과 성장 배경을 이루는 교육 문화적 환경에서 너나할 것 없이 출중한 창의적 표현력이나 상상력을 기대한다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너그럽게 이해하고 판단하려 애썼지만 선정작을 낙점하기까지는 몹시 주저스러운 일이었음을 고백한다. 궁여지책으로 이건호의 「벌레먹음」(생명시스템과학과, 4학년)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지만, 가작은 내지 못했다. 시는 어떤 상식이나 지식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알뜰하게 느낀 감성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전해주고 싶다.

 물신의 시대, 나날이 감각의 혁명을 요구하는 문화적 환경에서 어쩌면 문학에 대한 관심 그 자체만으로도 지배질서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지닌다. 삶과 세계에 대한 성찰적 사유를 문학을 통해 시도해보려는 모습이 아름다웠으므로 공모해주신 모든 학생들께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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