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파괴자
조용한 파괴자
  • 박효선
  • 승인 2019.11.13 15:24
  • 조회수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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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어 머그컵으로 음료가 제공됩니다. 올해부터 비닐봉지 제공이 안 됩니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는가?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했더라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일회용’이라는 이름에 맞게 잠깐의 시간 동안 우리 손에 머문다. 편리함을 전해주지만, 그 짧은 시간의 편의가 세상을 파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작년부터 환경부에서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을 위해서 자원재활용법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지금부터 일회용품 사용이 가져오는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알아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에 달한다. 이는 다른 국가에 비교하면 매우 많은 편에 속한다. 소비량보다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의 양이 적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 소비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폐기물로 판단된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방치돼 5mm로 분해가 되어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 플라스틱을 ‘2차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반면, 의도적으로 사용 목적을 가지고 제작되는 미세플라스틱은 ‘1차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미세플라스틱은 정화 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다나 강에 유입된다. 바다에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이 이를 먹이로 오인해 큰 문제가 된다. 그 해양생물이 우리가 식탁에서 접하는 해산물이 되며, 해산물을 먹은 우리의 몸속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쌓이게 된다. 사람의 건강뿐만 아니라 생물의 대사 작용을 교란시키는 등 악영향을 일으키고, 초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체내에서 독성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성도 가지고 있다.

출처: 크리스조단
출처: 크리스조단
출처: KBS1 취재파일K
출처: KBS1 취재파일K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대체품이 있으면 시장에서 금지되고, 대체품이 없는 경우에는 소비감축과 친환경 설계, 생산자책임재활용 의무가 부과되는 내용의 지침서를 제안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2016년부터 일회용 비닐봉지의 사용을 금지했고, 플라스틱 접시와 포크 등 식탁 용품은 2020년 이후 판매가 금지된다. 독일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신포장재법에 따라 제품  포장재(내·외 포장재 포함)를 다루는 모든 기업은 이에 대한 회수와 재활용 및 폐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올해부터 전국 2000여 곳의 대형마트를 비롯해 매장 크기에 165㎡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작년부터는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규제하는 등 일회용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컵 사용 적발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형식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작년부터 이러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가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오면서 논란이 됐다. 전통시장의 경우에는 비닐봉지 사용이 여유롭다. 반면 마트는 생선이나 고기처럼 액체가 샐 수 있는 제품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처럼 내용물이 녹을 수 있는 제품이나 흙 묻은 채소도 봉지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카페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은 금지지만 플라스틱 빨대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처럼 규제 기준이 모호하다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고, 장바구니와 재사용종량제 봉투 사용을 권하고 있다. 재사용종량제 봉투도 다른 비닐봉지처럼 한번 쓰고 버려지는 봉투이다. 그런데 이 버려지는 재사용종량제 봉투가 대부분 폐비닐이 아닌 새 비닐로 만들어졌다. 환경부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을 보면, ‘종량제봉투를 구매·제작할 경우 재활용 제품 등을 우선적으로 구매·제작·사용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폐비닐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 수지를 40% 이상 첨가한 종량제봉투 제조업체는 35곳에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규제 대상이 모호하다는 점과 종량제봉투도 새 비닐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모순이 있어, 규제 기준에 대해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시행 초반 무조건적인 금지정책에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올해 그린피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그린피스
출처: 그린피스
출처: WWF
출처: WWF
출처: 뉴데일리
출처: 뉴데일리

 

 

 

 정부의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국민들의 인식도 필수적인 요소로 나타난다. 플라스틱 제품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 패스가 주관한 친환경 릴레이 ‘플라스틱 프리챌린지’ 캠페인도 이슈화되고 있다. 참여방법은 텀블러 또는 머그컵을 사용하는 인증샷을 찍어 SNS에 ‘플라스틱프리챌린지’ 해시태그와 다음 참가자 2명 지목과 함께 48시간 안에 게시하는 것이다. 환경부의 규제와 함께 기업과 시민들도 플라스틱 줄이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외에도 장바구니 사용하기, 매달 사용하는 칫솔을 나무 재질로 바꾸기, 카페에서 자주 사용하는 빨대 대신에 반영구·종이 빨대 이용하기 등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하는 방법이 있다. 해외에서는 ‘트래시태그(#TrashTag)’ 챌린지가 인기이다. 쓰레기로 가득 찬 장소를 골라 쓰레기를 줍고 청소 전후 비교 사진을 SNS에 게시하는 것이다. 친환경의 나라 독일의 경우에는 플라스틱 공병 값을 환급받을 수 있는 ‘판트(Pfant)’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플라스틱 폐기물 절반을 재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플라스틱 공병에 대한 환급제도를 도입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을 시행한다면 많은 사람이 참여할 것이다.


모든 건 나로부터 변화한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나부터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프리 챌린지를 실천한다면 더 나아가 세상도 변화할 것이다. 미래의 환경을 위해 법으로 규제하는 국가의 노력과 더불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도 노력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플라스틱에 대해 나부터 생각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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