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붙잡으라/Carpe diem)

 

양인철 전임교목
양인철 전임교목

 연말이 다가올수록 많은 이들이 바쁜 일상생활로 인해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주어진 과제들과 씨름해야 하고,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특히, 취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은 어학시험과 각종 공인 인증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주어진 시간을 쪼개면서 생활한다.

 학생들만 바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캠퍼스 내 모든 교직원들은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일들에 열심히 매진하고 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일의 부담감이 학생과 교직원 모두에게 짐으로 느껴지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것인가? 성경에서 전도서는 일하는 것의 목적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전도서의 저자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은 “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현재 일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기뻐하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전도자는 하나님이 정해주신 자신의 시간에서 매 순간 노동이 주는 즐거움을 찾을 것을 강조한다.

 전도서 3장 11절에서 전도자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영원함(히브리어로 올람)”을 주셨지만 처음과 끝을 인간이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 기한다. 이 “영원함”의 의미에 대해 표준새번역은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감각”이라고 번역하였다. 즉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 속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

 그러나 전도자는 우리에게 3장 12-13절 에서 “즐거워하라”, “모든 노고 가운데 먹고 마시고 좋은 것을 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오늘 노동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기쁨은 “하나님의 선물”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전도자의 노동에 대한 관점은 현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도자가 강조하는 것은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고, 즐거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대 로마 공화정 말기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카르페 디엠”(현재를 붙잡으라/ Carpe diem)을 말했다. 이러한 그의 라틴어 문구인 “카르페 디엠”은 영어권에서 오늘을 충실히 하고 즐기는 것을 강조할 때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문구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은 학생들을 향해 “카르페 디엠, 너희들의 인생을 탁월하게 살아라, 소년들이여!”라고 외칠 때, 인용되기도 했다. 전도자는 호라 티우스와 키팅 선생의 “카르페 디엠”보다 더 오래 전에 현재의 일을 즐기는 것의 유익함을 강조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전도자의 외침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마태복음 6장 11절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주기도문을 제자들에게 가르치면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라는 말을 강조하였고, 6장 34절에서는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할 것이다.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다”라고 말씀하셨다. 오늘 하루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통해 양식을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이것이 하나님의 선물임을 깨닫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곧 나의 분깃이며, 그 일로 인해 기뻐하는 것이 복되다는 것을 전도자는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이러한 전도서의 메시지는 현재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쳐 있는 우리에게 힘을 주는 지혜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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