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을 위한 자원봉사, 한국어교실 교사에 보람
외국인을 위한 자원봉사, 한국어교실 교사에 보람
  • 윤예림
  • 승인 2019.12.17 10:09
  • 조회수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보시스템 김기랑 행정조교
정보시스템 김기랑 행정조교

 우리는 한남대의 캠퍼스 안에서, 혹은 학교 주변의 생활 반경 안에서 손쉽게 외국인들을 마주칠 수 있다. 해외여행이 연령대를 불문하고 활성화되어 있고, 영어권 나라로의 어학연수가 필수적인 하나의 스펙처럼 여겨지며, 지구촌이라는 단어는 하도 쓰이다 못해 이제는 촌스럽게 느껴지는 지금의 시대에서 타국인의 존재란 그리 신기하거나 낯설지 않다.

 우리는 심드렁하게 그들의 곁을 지나치며 학교의 외국인 유학생이겠거니 생각할 것이다. 워낙 흔하게 곳곳에서 마주치는 터라 그들은 일상적인 풍경 중 하나로 치부되어 금세 잊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눈을 마주보고 안부를 묻고, 쉬운 단어를 골라 천천히 대화하며, 한국에 관해 혹은 그들의 나라에 관해 묻고 답하며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SEM International, 자발적인 한국어 교사들이다.

 SEM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과학 기술자들과 그의 가족들을 위해 대덕연구단지의 과학 기술자들이 1995년에 설립한 자원봉사단체다. 2015년에 비영리 사단 법인으로 등록하였으며, 외국인 기술자뿐만 아니라 국내 대학의 유학생과 교도소의 재소자들을 위해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유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이름은 <한국어 교실>, 현재 국내 대학 9곳 안에 지부를 가지고 있다. 한남대 지부에는 우리가 흔히 캠퍼스 안에서 마주치고 지나치곤 하는 그 외국인 학생들이 모인다. 베트남인이 대다수지만 중국인과 일본인도 다수 존재한다. 교사들은 한남대의 재학생이거나 졸업생, 혹은 교직원 등으로 각자 다양한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교사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의 사명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봉사 속에서 그들이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것. 즉 전도다. 한국어에 서툰 학생들로 인해 대화조차 원활하지 않은데 전도라니, 일단은 턱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한글을 가르친다. 음운론이나 문법론 같은 이론적인 내용은 어학당에서 배울 테니, 우리는 보다 실용적이고 일상적인 측면에서 접근한다. 한반도 지도를 펴놓고 지역 이름을 써보고 그 지역의 유명장소와 맛집들을 논해 보는 식이다. 다 같이 한복을 차려입은 채 절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한국 유명 가수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교사라기보다는 봉사자, 봉사자라기보다는 친구에 더 가깝다.

 그렇게 몇 번의 수업을 함께하고 나면 유학생들도 점점 소극적인 태도를 벗고 서툰 한국어로나마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시험이 어려웠다는 이야기, 주말에 있었던 일 이야기, 좋아하는 가수에 관한 이야기 등. 여느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와 다르지 않다. SEM 교사들은 다정한 친구로서 무슨 말에든 고개를 끄덕여주고 때론 틀린 단어들을 조용히 고쳐준다. ‘만일 누가 말하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 같이 하고 누가 봉사하려면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힘으로 하는 것 같이 하라(벧4:11)’라는 말씀이 있다. 수업이 끝 난 뒤 유학생들이 돌아가고 난 빈 교실에서 교사들은 마지막으로 함께 기도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친구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고, 우리로 말미암아 하나님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생소한 발음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호명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