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역사가 정말 깊다. 최근까지도 영토분쟁과 역사분쟁이 있어 그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본의 변하지 않는 태도 때문에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런 와중에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그 당시에 국가 대 국가로서 맺은 것이 개인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판결이 나면서 기존의 국가 간의 협의를 반하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그것에 앙심을 품었던 일본이 이번 외교 관계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배제당하자, 한국에 대한 보복을 시작했다. 지난 7월 1일부터 일본은 본격적으로 수출규제를 시작했고 국민들은 이에 분노하여 스스로 불매운동 시작에 발 뻗고 나섰다.

 

No JAPAN, 불매운동의 불을 지피다.

 “한국과 일본 간의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되었고, 수출 관리를 부적절하게 하여 이러한 사안을 결정했다”라며 지난 7월 1일 일본은 한국을 향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일본의 산업과 무역을 관장하는 일본 경제 산업성은 한국에 수출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 이스트’, ‘애칭 가스’라는 세 가지 품목을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말은 한국이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 리스트에 있었을 때는 수입 시 허가 심사를 받아야 할 필요가 없었지만,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 리스트에서 제외된 지금은 이러한 품목을 수입하고자 할 때마다 매번 허가 신청부터 심사를 받은 후 수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3가지 품목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강세에 있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적인 소재라는 것이다. 일본의 규제가 계속해서 지속되면 기업들의 경제적 타격은 물론 산업 전면에 타격을 입어 결국 한국 전반적인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본의 조치에 대한민국 국민의 반일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펼쳐졌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이런 경제보복 조치를 취한 것일까?

 

끝나지 않은 or 해결되지 않은 싸움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군함도 강제노역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고 1인당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제강점기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은 사라졌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에 한국 정부는 해당 판결은 민사소송 즉, 개인적인 차원이고 한일협정은 국가 정치적인 차원이기 때문에 별개라는 입장을 취했다. 결국 지난 5월, 일본 제철의 강제매각 절차가 시작되며 이후 8월 2일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에서 대한민국을 배제했다.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던 일본불매 운동

2019년 이전에도 반일 성향의 불매운동은 여러 번 벌어졌다. 그러나 올해 일어난 불매운동은 이전의 불매운동과 확연한 차이가 보인다.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지 함께 알아보자.

이전의 불매운동은 주로 과거사 문제나 독도 문제와 관련되어 있었다. 즉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일제강점기 등 과거사에 대한 망언을 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19년 불매운동의 경우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따른 반발이 주요 원인이다. 또 다른 점으로 불매운동의 ‘주체자’로 볼 수 있다. 이전의 불매운동은 대부분 일본제품의 구매를 줄이기 위한 일반 소비자들이 사지 않는다는 불매 형태를 띠었지만 이번 운동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일본제품을 유통하고 판매하는 업체들도 이 운동에 동참하며 불매운동의 불꽃을 더욱 뜨겁게 달군 것이 차별점이다.

또한 이전에는 시민단체와 같은 특정 단체나 커뮤니티가 주도한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불매운동은 다수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불매 움직임도 장기간으로 지속해가는 분위기다. 오히려 불매운동 참가자와 지지자들이 앞장서서 정부와 지자체는 개입하지 말고 외교전에만 집중하라며 운동의 성격을 자발적 시민운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점들로 봐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일본 정부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보다는 일본과 협상해야 하는 한국 정부에 국민이 힘을 실어주는 의미가 크다”며 “일본 정부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때까지 일본 불매운동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우리의 힘으로 바꿀 것입니다.

불매운동에 발 뻗고 나선 국민들은 ‘불매운동 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시키며 불매운동의 불을 지폈다. 불매운동의 효과가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바로 주류이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일본 맥주 매출이 적게는 ‘18%’, 많게는 ‘40%’ 감소하며 1년 전보다 매출액이 ‘97%’ 하락했다. 이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일본 의류기업 ‘유니클로’는 국내에 191개의 매장을 보유하여 SPA 의류 브랜드의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유니클로 역시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르며 매출액이 ‘70%’ 하락하고 수도권의 종로3가점과 구로점에 이어 최근 이마트 월계점이 폐점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불매운동에 발 뻗고 나선 국민들은 ‘불매운동 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시키며 불매운동의 불을 지폈다. 불매운동의 효과가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바로 주류이다.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일본 맥주 매출이 적게는 ‘18%’, 많게는 ‘40%’ 감소하며 1년 전보다 매출액이 ‘97%’ 하락했다. 이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로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일본 의류기업 ‘유니클로’는 국내에 191개의 매장을 보유하여 SPA 의류 브랜드의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유니클로 역시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르며 매출액이 ‘70%’ 하락하고 수도권의 종로3가점과 구로점에 이어 최근 이마트 월계점이 폐점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불매운동, 동참하지 않으면 매국노라고요?

‘NO JAPAN’, ‘NO 아베’ 등을 외치며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됐다.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애꿎은 상인에게 비난의 화살로 돌아가기도 하고, 일본 브랜드 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익명성 감시나 불매운동 강제적 권유 등 반일 감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불매운동 대표 브랜드로 낙인찍힌 유니클로의 경우 직원들과 방문객을 몰래 찍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리는 일명 ‘유니클로 단속반’도 생겼다. 실시간으로 감시하여 매장 이용 고객들을 향해 ‘매국노’, ‘친일파’, ‘토착 왜구’등 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행위는 이유 없는 인신공격뿐만 아니라 초상권 침해 위험도 포함되어 많은 사람에게 비난을 받았다. 또한 일본 여행을 가거나 일본과 관련된 게시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계정을 찾아내 댓글과 쪽지로 이유 없는 인신공격과 비난을 함으로써 자발적이어야 할 불매운동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본 자동차 타면 매국노로 간주한다’는 플랜 카드를 찍은 사진, 다수의 자동차 수리 센터에 걸린 ‘일본산 자동차 수리 불가’를 알리며 일본 자동차 수리를 거부하는 플랜카드, 주유소에는 ‘일본 제품 No, 일본 차 주유 No’라며 일본 차 주유를 거부하는 주유소도 등장했다. 최초 자발적인 참여 형식으로 이뤄진 불매운동이 점차 강요 형태로 변질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여 일부에서는 불매운동의 취지가 점차 반일운동으로 이어진다는 아쉬움을 자아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일본 정부의 불합리한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우리 국민들의 자발적인 저항 행위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소수의 특정 사례와 다소 과격한 조치로 인해 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운동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짚어 불매운동이 이전과는 다르게 쉽게 사그라 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이 싸움의 승패를 중점으로 둬야 하는 것이 아닌 ‘운동’이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실질적인 경제적인 타격이 없더라도, 일본 정부의 만행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에 중점을 둬야 한다. 반일 불매 운동은 글로벌 사회에서 일본 정부가 국가를 상대로 저지른 부당함을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의의가 있다. 반일, 불매 운동은 일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즉 돈이 되는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자는 취지의 운동이다. 하지만 이를 잘못 받아들여 한국 자본으로 운영되는 일본식 식당을 가지 않거나, 인터넷에 일본과 관련된 것을 올렸다고 이를 비난하는 것은 운동의 본질을 흐려 결국 이전과 똑같은 패턴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이전의 실패를 발판으로 삼아 보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이번 불매운동을 진행해야 진정한 운동의 성과를 거둘 것이다. 또한 이번 불매운동이 국민 서로를 향한 공격으로 변질될 것이 아니라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한국인의 의지력과 끈기를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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