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민국? 대한민국을 강타한 대만열풍
대만민국? 대한민국을 강타한 대만열풍
  • 박효선
  • 승인 2020.02.19 13:53
  • 조회수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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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2030여성을 중심으로 대만 음식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만의 유명 음식인 흑당 버블티, 홍루이젠 샌드위치, 지파이, 대왕연어 초밥 등 대만음식과 관련된 SNS 게시물은 올 한해만 해도 수십만 개를 훌쩍 넘는다. SNS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길을 걷다 보면 한 번쯤 보거나 들어봤을 정도로 국내에서 대만 음식의 유행은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이런 열풍 기세에 맞춰 요식 업체들은 발 빠르게 대만과 관련된 신메뉴 개발 경쟁에 열을 가하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 대만과 관련된 디저트 프랜차이즈는 국내에 꾸준히 출시되며 2011년 이후로 국내시장에서 매년 ‘20%’를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대만 음식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현재 소비 트렌드와 함께 알아보자.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던 대만 음식

2012년 한국에 상륙한 대만 버블티 전문점 ‘공차’는 국내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2019년 기준으로 현재 국내에만 509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장 인기 있는 밀크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2016년 본사인 ‘대만 로열티 타이완’을 인수했다. 이로써 공차는 한국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대만 카스테라>, <벌꿀 아이스크림>이 등장하여 국내에서 반짝 인기를 끌었다. 당시 국내 소비자들은 너도나도 대만카스테라 인기를 입증하듯 카스테라를 먹기 위해 1시간 이상의 줄을 선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카스테라 인기가 사그라들자 이번에는 대만식 간편 샌드위치인 <홍루이젠>이 등장했고 국내에서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는 작년 3월 국내서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래 벌써 260여 매장으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대왕연어 초밥>, <지파이>가 SNS 인증샷을 통해 대만 열풍 열차에 탑승했다.

대만 음식 열풍 사이에서 가장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음식으로 ‘흑당 버블티’를 빼놓을 수 없다. 대만 전통 버블티에 흑당을 첨가한 흑당 버블티는 극한의 단맛과 ‘호랑이 무늬’로 강렬한 비주얼이 더해져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다. ‘타이거슈가’, ‘더앨리’, ‘쩐주단’ 등 대만의 여러 대표적인 브랜드는 최근 전국에 매장을 오픈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도 ‘공차’, ‘던킨도너츠’에 이어 커피 전문점인 ‘커피빈’, ‘빽다방’, ‘이디야’ 등도 앞다퉈 흑당 음료 메뉴를 출시하여 다시 한번 인기를 입증했다.

‘흑당’ 열풍은 음료에서 그치지 않고 식품업계 전반으로 퍼지면서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해태는 ‘흑당 쇼콜라 맛동산’, 삼양은 ‘흑당 짱구’를 신제품으로 내놓으며 40년 이상 된 제품에 변화를 줬다. CU나 GS25와 같은 국내 편의점들도 자체 상표 제품으로 디저트, 음료, 빵 등 흑당과 관련된 먹거리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흑당 제품은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흑당 관련 제품을 선보이는 편의점의 경우 대부분 매출 상위권에 들어 또 한 번 인기를 실감나게 하며 관련 상품의 매출은 6월 대비 현재 기준으로 약 10배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닭 껍질 튀김, 지파이, 흑당 버블티와 같은 대만 음식 열풍이 부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8년 사이 5배 늘어난 대만 여행객

 대만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객이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2018년) 대만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101만 9,122명에 달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52만 명에 불과했는데 4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대만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91만 명으로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대만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현지 음식을 먹어본 소비자들의 경험이 대만 음식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대만 음식의 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에 대만 현지 음식을 한국에서 찾는 현상이 보편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관광산업연구소와 여행 리서치업체 컨슈머인사이트의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식도락(食道樂)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지로 어디를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만이 ‘30.4%’로 가장 높았고, 일본 ‘23.1%’, ‘홍콩 17.6%’, 태국과 베트남이 각각 ‘17%’로 나타났다.

 

소비자를 만족시킨 가성비와 가심비

대만 샌드위치의 선두주자인 ‘홍루이젠’은 지난해 3월 한국에 상륙해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래 벌써 250여 매장으로 확산됐다. 이 밖에 ‘메이젠’과 ‘홍베이팡’ 같은 유사 업체들도 국내에서 빠르게 매장을 확보하면서 대만 샌드위치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대만 샌드위치가 인기 있는 이유는 우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과 무엇보다 1700~1900원 수준의 비용으로 부담이 적다는 점이다. 이렇게 대만 샌드위치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대만 음식이 한국 소비자의 가성비를 만족시킨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대만 열풍의 이유는 ‘가심비’와도 연관돼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전망한 2019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한 가심비는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價性比)에 ‘마음 심(心)’을 더한 것으로 가성비는 물론이고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중시하는 소비 형태를 일컫는다. 가성비의 경우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것을 고르는 경우가 많지만 가심비의 경우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을 위한 것이라면 기꺼이 구매하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가격이 조금 비싸고 줄을 서서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이것이 가치 있는 경험이라고 여겨 구매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시간을 들여 줄을 서고 일부러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너도나도 해시태그>

SNS를 통한 정보 공유로 유행이 빠르게 번지며 해외 외식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도 커졌다. 이들은 새로운 맛뿐만 아니라 이색 비주얼에도 열광한다. 인증샷이 SNS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은 화제의 식음료를 단순 먹거리에 그치는게 아닌 차별화된 하나의 콘텐츠로 인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를 드러내는 것을 중시하고 정보 검색에 능한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한 것도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유행은 소비자가 SNS를 통해 지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소비 행태를 보고 따라 하며 생겨난다.

어윤선 세종사이버대학교 외식 창업 프랜차이즈 학과 교수는 “해외에 거주하거나 여행하는 사람들이 국내에 없는 음식점과 카페를 SNS에 공유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게 특정 외식업 브랜드가 유행하다 보니 한국에 입점하면 국내 소비자들도 따라 먹어보고 SNS에 인증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늘도 마라탕을 먹고 말았탕>

최근 가장 핫한 중화권 음식으로 마라탕이 큰 사랑을 받으며 마라(麻辣)의 시대가 펼쳐졌다. 처음에는 국내에 유학을 온 중국학생과 중국을 다녀온 적이 있는 교환학생 위주로 찾던 음식이 이제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호황을 맞았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매운맛>

마라 ‘마비’의미로 입이 마비될 만큼 얼얼한 매운맛을 의미한다. 마라 향신료에는 맵고 자극적인 맛을 내는 여러 가지 향신료가 들어가며 마라를 맛본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혀가 얼얼해지는 맛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이 매운맛은 한국의 매운 음식, 즉 마늘과 고춧가루가 주는 ‘알싸한 매운맛’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새롭게 다가온 생소한 매운맛이 중독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미 자리잡고 있었던 ethnic food>

마라 인기의 배경에는 ‘에스닉 푸드’가 있다. 2년 전 베트남 음식 또는 최근 대만 음식 열풍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에스닉 푸드에 대한 호기심이다. 에스닉 푸드는 민족을 뜻하는 ‘에스닉(ethnic)’과 음식을 뜻하는 ‘푸드(food)’의 합성어로 독특하고 이국적인 느낌이 강한 지역 음식을 일컫는다. 이는 한국인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현지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 쉽게 접하지 못하던 본토의 맛으로 입맛을 자극한 것이다. 또한 국내 체류 중국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에스닉 푸드 인기와 맞닿아 있다. 마라와 관련된 음식점에는 대부분의 직원이 중국인이나 화교라는 점과 마라 열풍을 이끄는 젊은 세대에서는 중국과의 활발한 학생 교류를 인기 배경으로 꼽기도 했다.

 

 지금까지 소비 트렌드와 더불어 SNS 사용 변화 등 대만 음식의 열풍 이유를 여러 방면으로 알아봤다. 대만 열풍과 마라 유행에 발맞춰 창업 아이템으로도 각광 받고 있는 대만과 중화권 음식, 하지만 대왕 카스테라처럼 반짝인기를 끌고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어떠한 외식 품목이 유행을 타면 마치 유흥거리를 점령하는 식으로 변질된 사례가 많다. 또한 유행 속도가 매우 빨라 그만큼 희소성이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열기도 금방 식는다. 유행이 사그라지면 폐점포 자리를 최근 유행하는 가게들이 채우고, 유행이 지나면 다시 폐점이 속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에 우리는 반짝 유행으로 실패한 사례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때 유행했던 음식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닌 오랫동안 한국에 정착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우리의 음식 선택의 폭을 넓힐 뿐만 아니라 바른 외식문화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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