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그거 나쁜 거 아니야?
게임, 그거 나쁜 거 아니야?
  • 박효선
  • 승인 2020.02.19 13:53
  • 조회수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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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5월 세계보건기구 총회는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을 ‘정신건강 질병’으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이 결정이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일상생활이나 미디어에서 게임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듯이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인식은 항상 존재했다. 하지만 게임이 3대 중독인 알코올, 도박, 마약과 같은 선상에 놓일 정도로 위험한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한 게임중독을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에 대해 알아보고, 이 같은 결정에 대한 여러 의견들을 들어본 뒤, 이 결정을 통해 이익을 노리고 있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자.

 

세계보건기구 총회 WHO(World Health Organization)는 2018년 ‘국제 질병 분류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게임중독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해석하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게임하고 싶은 욕구를 조절할 수 없는가?’, 둘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가?’, 셋째 ‘게임 때문에 삶에 문제가 생겨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가?’ 이렇게 본인의 삶을 돌보기 힘들 정도로 가족 관계와 사회생활이 게임으로 인해 망가졌고 같은 피해가 12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게임중독이라 진단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 혹은 프로게이머처럼 게임을 전업으로 삼는 것은 게임중독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준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결정에 대해 분분한 의견이 나오고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게임중독을 과학적인 근거와 같은 객관적인 판단 기준 없이 오로지 정신 건강 전문가들의 합의에 의해 질병으로 분류한 것이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 또 판단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건강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중독자로 판단해 게임 산업을 침체시킬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즉, 명확하지 않은 판단 기준 때문에 일반인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질병의 기준도 모호한 상태에서 질병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청소년들도 정신병자가 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즉, 게임이 질병코드로 등록된다면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처럼 제한하고 금지해야 한다는 풍조가 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된 보고서에 의하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국내 매출 손실이 2025년 3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등록되면서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정신병자로 낙인 찍힐 수 있으며 상당한 금전적 손실 또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계는 게임중독의 질병 분류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이미 게임 이용 장애에 ‘관한 의학 논문이 많다’고 반박하였다. 건강한 사람까지 중독자로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5개 학회는 “게임 사용 장애는 복합적 요인의 정신행동장애상태를 지칭하는 것일 뿐 대다수의 건강한 게임 사용자를 잠재적 환자로 낙인찍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으로 대인 관계나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이 많다. 이를 확실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면 중독 사례가 줄어 게임이 건전한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아 게임 산업을 건강히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 의견 모두 근거가 명확해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게임은 질병으로 분류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제가 해결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손해 보는 사람과 득을 보는 사람은 명백하게 나뉘어 있다. 당연히 게임업계가 손해를 볼 것이고 의료계는 이득을 볼 것이다. 이 점은 고스란히 게임 이용자에게도 연결된다. 게임중독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정신과를 통하여 전문적인 진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게임=질병’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분위기로 인해 게임을 순수하게 즐기지만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양측 모두 이 점을 서로 알고 있기 때문에 입장 차이는 더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팽팽한 갈등 속에서 게임중독 질병 코드 등록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한의학계이다. 게임중독은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어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신과에서 게임중독 치료를 받으면 정신과 의료 기록이 남아 이를 꺼려 하는 사람들이 기록이 남지 않는 한의원으로 가게 된다. 타 의학계에서는 한의학계가 이런 점을 이용해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며 도덕과 직업윤리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게임중독세’ 논란이 있다. 게임중독세는 2013년 박성호, 손인춘 의원이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공동발의 하면서 등장한 용어이다. 게임사 매출의 5%를 중독 치료에, 1%는 업계 상생용 자금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인데, 해당 발의는 무산되었지만 올해 게임중독 질병 코드 등록과 함께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8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청소년 게임중독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주최한 윤종필 의원이 게임사에 게임중독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그보다 전인 6월 25일,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게임중독세' 신설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정현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추가 부담금 징수 및 수수료 부과는 게임업체에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 돼 게임산업 전반의 활력을 크게 저해할 것"이라며 불안을 토로했다. 또 "중소 게임사에 큰 부담을 안길 뿐 아니라 거둬들인 돈이 제대로 쓰일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게임중독 질병등록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여지는 다분하다. 그렇기에 게임중독 질병 코드 등록이 그저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이 관련 업계에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임중독이 포함된 WHO의 11차 질병분류 개정안은 2022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5년 주기로 개정되며 2020년에 개정을 앞두고 있어 국내 반영 시기는 2025년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남은 6년이라는 기간 동안 더 길고 많은 토론이 펼쳐질 것이다. 또한 게임중독 질병을 받아들이기 위해 여러 관련 법안이 작성, 수정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적용될 게임중독 질병은 우리 일상생활에 작든 크든 눈에 띄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우리는 그 상황을 이용해 이득을 편취하려는 경우도 있음을 인지하고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정말 게임중독 질병등록은 누구를 위한 결정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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