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다. 서로 안부를 물을 때도, 아플 때나 반가울 때도 제일 먼저 건네는 말은 ‘밥 먹었니?’, ‘밥 한번 먹자’다. 우리는 밥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런 밥 한 끼를 먹을 때마다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결식 우려 아동이다. 이러한 아동을 대상으로 대전광역시는 지난해 중순부터 ‘아이누리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지금부터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아이누리카드란?

 

​사진 출처: 2019년 08월 22일 자 충청신문 (http://www.dailycc.net/news/articleView.html?idxno=548256)
​사진 출처: 2019년 08월 22일 자 충청신문 (http://www.dailycc.net/news/articleView.html?idxno=548256)

 대전시는 아이누리카드를 시행하기 전까지 종이로 만든 식권과 도시락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종이 식권은 낙인감과 분실 및 파손 등의 문제가 있었고, 도시락은 부패하는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작년 5월부터(대덕구는 8월) 휴대가 간편한 카드를 지급하는 제도로 변경했다. 카드는 하루 6,000원이 충전되며 1일 1식 기준 최대 12,000원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18세 미만의 아동 중 결식 우려 아동이라면 누구나 카드 발급 대상자가 된다. 카드 발급 방법은 대상 아동의 주소지 동·행정 복지센터에서 신청한 후, 구청에서 적합 여부를 판단한 다음 선정되면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

 대전시 측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누리카드는 동구 1,071매, 중구 743매, 서구 1,624매, 대덕구 809매, 유성구 443매가 발급되었다. 사용률은 평균 70% 이상으로 많은 아동이 카드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다음으로 카드 사용현황을 살펴보면, 학기 중과 방학을 비교해보니 방학을 맞는 7, 8월에 카드 사용이 증가했다. <표 1>은 중구의 학기(6, 9, 12월)와 방학(7, 8, 1, 2월) 중 카드 사용 인원과 사용량을 정리한 것이다.

<표 1> 내용 제공: 대전광역시 중구청

 카드 사용현황을 보면 학기보다는 세 끼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방학 기간에 카드를 더 사용하는 모습을 알 수 있다. 카드 사용매장은 대전의 식당과 편의점 중 1,471곳이 협조하고 있다. 이를 지역별로 나누어 본 결과 동구 233곳, 대덕구 203곳, 중구 237곳, 서구 480곳, 유성구 313곳의 식당이 위치한다. 음식점의 형태를 편의점(편의점 형태의 일반 슈퍼 등 포함)과 일반가맹점으로 분류한 결과 편의점은 1,114곳, 일반가맹점은 357곳이었다. 카드로 살 수 있는 식품은 도시락, 김밥류와 각종 빵, 음료를 비롯해 냉장식품 등 간편식도 구매할 수 있다.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 주류 또는 담배, 스낵, 생활용품은 살 수 없다. 이 밖의 자세한 정보는 아이누리카드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카드 사용처를 조사한 결과이다.

내용 제공: 대전광역시
내용 제공: 대전광역시
내용 제공: 대전광역시
내용 제공: 대전광역시

한눈에 보기에도 편의점 비율이 매우 높다.

대전의 ‘선한 영향력’

 이러한 아이들의 어려움을 짐작해 카드를 소지한 아이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이들이다. 이 프로젝트는 2019년 8월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홍대 <진짜 파스타>의 업주 오인태씨가 결식 우려 아동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겠다며 SNS 글을 올려 화제가 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전국 각지의 업주들이 뜻을 함께하고자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모였으며, 오인태씨가 단체의 대표를 맡았다.

 대전에도 선한 영향력 상점이 있다. 카드를 소지한 아동들은 상점 주인이나 계산대에 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동반 3인까지 2게임을 무료 제공하는 볼링장, 특정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 등 업종도 다양하다. 그중 아이들에게 음료와 디저트를 제공한다고 밝힌 한 카페를 찾아가 보았다.

바로 중구 중앙로역 9번 출구 근처에 있는 <선화동 커피집>이다. 커피집을 3년째 운영 중인 이혜령씨는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함께 했다고 한다.

① ‘선한 영향력’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진짜 파스타> 사장님이 SNS에 올린 걸 보고 좋은 생각이라고 느꼈어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함께 하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어요. 아이들이 카드를 쓸 때 밥을 사 먹지 음료나 디저트를 먹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밥 한 끼를 먹는 것과 케이크 한 조각을 먹을 때 비슷한 가격이어도 느낌이 다르잖아요.

② 실제로 아이들이 많이 찾아오나요?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한 명도 오지 않았어요. 카페 위치도 나름 시내라고 생각하는데…. 속상하네요. 평소 SNS를 이용해 홍보도 많이 하고, 손님들도 더 적극적으로 홍보도 해주세요. 그래서 요즘엔 아이들이 안 오니까 제가 직접 보육 시설에 연락해 머핀과 같은 음식을 나눔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요. 직접 방문해 나눠주는 게 아이들이 찾아오기보다 쉽지 않을까 해서요.

③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인지,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게가 망하지 않는 한 지속해야죠. 그리고 홍보 관련해서 개인이 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거든요. 공적인 차원에서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 홍보가 많이 되면 좋겠어요.

④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주변에 카드를 소지한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부끄러워하거나 그러지 말고 아이들의 당연한 권리니까 여기 편하게 와서 먹으면 좋겠어요. 성장기 때 먹고 싶은 게 많을 텐데, 그럴 때 못 먹으면 되게 서럽잖아요. 여기서 받은 음료수랑 빵을 집에 가져가서 가족이랑 먹어도 괜찮거든요. 제가 이렇게 도와주면 그 아이들이 나중에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풀 수도 있고요. 카드를 쓰는 건 본인들의 혜택이니까요. 당당하게 누리고 사회의 좋은 일원으로서 자라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따스함을 나누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행을 베푸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받았음을 잊지 않고, 타인에게 나누는 따스한 사회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우리 사는 세상을 더 좋은 쪽으로 밀고 나가는 힘은 언제나 보통 사람들의 선의에서 시작되었다.’ 라는 김정숙 여사의 말처럼 보통의 선의가 계속되어 아이들이 ‘밥 한번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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