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보았나, ROTC!
들어는 보았나, ROTC!
  • 김지연
  • 승인 2020.05.06 18:37
  • 조회수 30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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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학교 풍경은 작년과 달리 한산하지만, 새 학기 설렘은 여전하다. 학기 초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이들이 있다. 각진 가방을 들고 단복을 갖춰 입은 학군단 후보생들이다. 학군단의 정식 명칭은 ‘학생군사교육단(ROTC)’으로, 수료 후 장교로 임관된다.

 ROTC로 선발되면 학교 생활과 후보생 생활을 병행한다는 정보는 많이 알고 있지만, 막상 선발 과정이나 진로에 대해 자세히 아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학군단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고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후보생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담아왔으니 학군단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모두 집중해 보자.

‘ROTC’란?

 ROTC는 Reserve(임시) Officers’(장교) Training(훈련) Corps(과정)의 약자로, 본래 모병제 국가에서 징병제로 변경할 때 장교로 징병할 인원을 육성하는 제도이다. 대한민국에는 1959년 해군에 최초로 도입되었다. 지금의 학군사관 형태는 1960년대 초, 남북 간의 대치 상황으로 인해 군사력이 부족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선발된 대학생에게 군사 교육을 진행해 장교로 임관함으로써 육군 지휘자 인원을 충원할 수 있었다.

 현재는 학군단이 설치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후보생을 모집하고, 졸업 후 장교로 임관하는 형식이다. 1961년 서울대학교 제101 학생군사교육단을 시작으로 약 120개 이상의 대학에 학군단이 설치되었으며, 한남대학교는 제146 학생군사교육단을 운영하고 있다.

 한남대 학군단은 1972년 제115 충남대 학군단의 분단으로 창설되었다. 그 후 1981년에 제146 한남대 학군단으로 승격되었다. 학군단 건물은 2012년에 학생회관 뒤쪽에 신축되었으며 건물 번호는 23번이다. 더욱 자세한 정보는 한남대학교 학군단 공식 카페를 방문하여 알 수 있다.

ROTC 후보생을 만나다.

 학군단에 관해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학군단 후보생을 만나 인터뷰했다.

 Q1. 자기소개

이영찬 후보생(이하 ‘이’) : 학군단 59기 후보생 이영찬입니다.

박혜영 후보생(이하 ‘박’) : 학군단 59기 후보생 박혜영입니다.

 Q2. 학군단에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

이 : 군인이라는 꿈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장교가 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대학 생활과 후보생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ROTC에 끌려서 지원하게 되었다.

박 : 어릴 때부터 군인이 꿈이었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분들을 보며 존경심을 많이 느끼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군인이 될 방법을 알아보다가 ROTC가 대학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느껴져서 지원했다.

사진제공: 한남대학교 146학군단 59기 후보생 이영찬

 Q3. 선발 과정에 관해 말해달라. 면접에서 인상 깊었던 질문이 있었는지.

박 : 남후보생은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선발하고, 여후보생은 경기, 서울, 호남 등 권역별로 선발한다. 한남대학교는 대전·충남 권역에 포함된다. 이후 훈련 과정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다. 면접은 1:1, 1:다수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그중에서 토론식 면접이 인상 깊다. 면접 당일에 주제를 뽑아서 즉석에서 토론하는 방식이다. 면접을 앞두고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막상 면접을 들어가니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였다. 서로의 주장을 어필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고 지원자들끼리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어 좋았다.

이 : 저도 토론 면접이 기억난다. ‘상명하복(上命下服)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였다. 8명이 한 조였는데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하니까 찬·반 토론이 원활하진 않았다. 다들 장교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게 놀랍고 신기했다.

 Q4. 단복이 멋있다. 단복은 언제 입는지?

박 : 개강 후에 한 달 동안 ROTC 홍보 기간이어서 단복을 계속 착용한다.

이 : 그 이후에는 주 2회 군사학 수업 때 단복을 입는다. 학군단 행사나 선배님이 방문하실 때 입기도 한다.

사진제공: 한남대학교 146학군단 58기 김민겸

 Q5. 학군단 단복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면?

이 : 단복은 맞춤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입단할 때보다 체형이 커지면 옷이 안 맞을 수도 있다. 주변에 운동을 열심히 한 이후로 단복이 안 들어가서 곤란했던 동기도 있다. 혹시 단복을 맞춘다면 조금 여유 있게 맟추는 걸 추천한다. 또, 단복을 입으면 개인적인 언행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박 : 아무래도 단복을 입으면 신분이 나타나기 때문에 언행과 태도를 의식하게 되는 것 같다. 굳이 단복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신분이나 학군단으로서 정체성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고, 신중해진다.

 Q6. 각진 가방 속이 궁금하다.

이 : ‘007가방’이라고 많이 부르기도 한다. 처음에는 선배들이 안에 총이 들어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박 : 저도 들은 적 있다. 친구들이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많이 궁금해하는데, 그냥 책가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공계 학생들은 실험복을 넣기도 하고, 총은 없다.

이 : 책이랑 필기구…. 그냥 똑같다.

 Q7. 훈련 방식이 궁금하다.

이 :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 한 달간 입소해 훈련을 받는다. 기존에는 2학년 겨울 방학, 3학년 여름·겨울 방학, 4학년 겨울 방학에 훈련을 다녀왔다. 현재는 개편되어 2·3학년 겨울 방학, 4학년 졸업 전 방학에 마지막 훈련을 받는다.

 Q8. 훈련 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 : 두 가지가 떠오른다. 먼저 밤늦게까지 훈련을 받고 생활관으로 복귀할 때 하늘에 별이 가득한 그 풍경이 아름다워서 잊혀지지 않는다. 또 하나는 저녁 식사로 일명 ‘군대리아’라고 하는 포장된 햄버거 빵이 나왔는데, 친구가 푹신하다며 베개로 쓰겠다고 반출했다. 그걸 베고 누워있다 걸려서 혼났던 기억이 있다. 그 친구의 별명은 아직도 ‘햄식이’다.

박 : 괴산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이어서 오르막길을 많이 오른다. 방독면, 소총 같은 군장을 몸에 지니고 걷기만 해도 체력적으로 힘들다. 한번은 오르막길을 걸을 때 뒤처진 상황이었다. 속상하고 힘들었는데 한 친구가 뒤로 와서 같이 걸어준 게 무척 고마웠던 기억이 있다. 끝나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그랬다. 훈련 때는 사소한 일도 귀하고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Q9. 학교 생활과 병행하며 힘든 부분은 없는지.

이 : 일주일에 6시간 군사학 수업을 듣고, 아침 훈련을 하며 학교 생활과 병행하는 게 쉽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시간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지도력이나 발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 바쁘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박 : 그 부분에 대해 초반엔 많이 걱정했다. 힘든 것은 각자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학군단도 대학 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수월해지고 오히려 재밌게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시험 기간에는 학군단 내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사진제공: 한남대학교 146학군단 58기 김민겸

 Q10. 학군단 후보생들의 전역 후 진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박 : 학군사관 의무 복무 기간인 28개월 이후에는 전공을 살려서 직업을 갖거나, 학군사관을 시작으로 직업군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의 진로는 다양하다. 학군사관은 복무 기간 때 학과와 관련된 병과가 가능하다. 이는 사회로 진출할 때 전공 지식을 활용할 수도 있어 여러 요인에서 ROTC가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 : 학군단은 60년의 역사와 전통이 있고, 22만 명 이상의 인적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특정 기업에서는 학군사관들을 특별 채용하는 예도 있다. 이처럼 ROTC는 사회 곳곳에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제공: 한남대학교 146학군단 59기 후보생 박혜영

 Q11. 지원을 희망하는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

박 : 겁먹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저는 선발 과정에서 합격하긴 했지만, 합격 여부에 연연하는 조바심은 금물인 것 같다. 또, 본인이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고 솔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ROTC를 하고 싶은가, 왜 군인, 장교가 되려고 하는가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저도 항상 하는 고민이다.

이 : 학군단은 정말 가치있는 일이다. 리더쉽을 배우고 싶은 사람, 체력을 배우고 싶은 사람도 괜찮다. ROTC에서 자신이 목표를 실현하는 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다린다.

 지금까지 ROTC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터뷰 내내 신중하게 답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학군단으로서의 책임감과 신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훈련 뒷이야기 등 생각지도 못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1·2학년 학생 중 관심 있는 이들은 2020년도 61, 62기 학군사관 후보생에 도전해보자. 학군단 생활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만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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