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훈(기독교학과, 교목실장)

우리 대학 봄소식은 괴테관(이과대)과 디자인 팩토리(옛 가정관) 마당에 있는 흰 목련꽃이 전해준다. 그로부터 며칠 후 문과대학에서 본관으로 내려오는 언덕길 양편으로 개나리와 벚꽃이 뒤를 잇는다. 몇 주 지나지 않으면 캠퍼스 전체가 꽃밭으로 변하면서 봄이 왔음을 확인시켜준다. 하지만 가벼운 옷차림과 쾌활한 웃음소리로 캠퍼스를 메운 학생들만큼 강력한 봄의 전령사는 없을 듯하다.

코로나 19가 기습해 온 올해 캠퍼스에서는 전혀 봄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학과별 신입생 멘토링이 진행되고 있다. 호기심 가득한 새내기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장면이었다. 우리 학과도 멘토링 날에 교수와 신입생이 모였다. 한 명도 빠지지 않은 것을 보면 서로 간절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학기 초에 이미 학생회의 도움을 얻어 교수들의 환영 인사를 영상으로 보냈고, 신입생들 역시 자신들을 소개하는 영상을 공유했다. 물론 전통적으로 밤을 새우며 진행하던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에 비하면 너무 짧은 만남이었지만 효과는 결코 적지 않았다. 방역지침을 지키느라 마스크를 쓴 채 눈과 눈으로 대화한 일은 유익한 경험이었다. 과거 어느 날 교수와 학생이 서로 눈을 그렇게 깊이 들여다보고, 오랫동안 쳐다본 적이나 있었던가.

비대면 수업이라는 뜻하지 않은 낯선 상황에 적응하느라 교수들도 애를 먹었다. 나 역시 조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줌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멀리서 왔다는 은퇴교수도 있었다. 반면 학습자료를 잔뜩 하이클래스에 올려놓고는 나몰라라 하는 바람에 시스템엔 과부하가 걸리고, 학생들의 불평을 불러온 교수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비면대면 수업에 교수도 학생도 서로 적응해가고 있는듯하다.

그런데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렇게 비면대면 수업에 적응하다 보면 굳이 캠퍼스 강의가 필요할까? 현 단계에서 우리의 강의수준은 MOOC나 사이버대학의 유명강의들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경쟁력이 있을까? 인공지능이 지식 전달을 대신 할 것이라는 데 교수의 역할은 장차 어떻게 변해야 할까? 교수는 점점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되어가는 듯하고, 학생은 컴퓨터 화면 속 한 조각으로만 보이는 이 시대에 우리가 꿈꾸는 인격교육이란 실현 가능한 목표일까? 새내기들이 돌아가고 난 후 다시 텅 비어버린 캠퍼스를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내년 봄소식은 학생들이 가져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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