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법안’에 따가운 시선들
이 같은 문제, 과실의 정도와 예방효과 및 역효과 등 종합적 고려해야

경찰이 어린이 보호구역 앞을 지나는 차량의 속도위반 여부를 단속하고 있다. (사진=한겨레)
경찰이 어린이 보호구역 앞을 지나는 차량의 속도위반 여부를 단속하고 있다. (사진=한겨레)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자의 과실로 발생한 어린이 교통사고를 가중처벌하는 스쿨존사고 가중처벌법’, 이른바 민식이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운전자들 사이에선 해당 구역에서 기준 이하의 속도로 주행했더라도 사고가 나면 무조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불안감이 나온다. 지난 3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식이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치여 숨진 김민식(당시 9) 군의 이름을 따 제정됐다. 해당 법안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고 안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 같은 법안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2건의 법안을 주축으로 한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식이법과 관련해 개정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354857명이 동의했다. 청원서를 작성한 익명의 글쓴이는 민식이법이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나는 점운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글쓴이는 민식이법을 윤창호법과 비교하며 해당 법안 내의 음주 운전 사망 가해자와 형량이 비슷하다는 점이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던 상황에 발생한 사고의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에 답변한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어린이보호구역이 지난 1995년에 마련됐음에도 운전자들이 별다른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10년간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의 주요 원인 중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과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 전체 사고의 68.7%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할 시 처벌 기준을 강화해 운전자가 경각심을 갖도록 한 것이 민식이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과잉처벌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현행법에 어린이안전의무 위반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기존 판례에서도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때는 과실이 없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무조건 형사처벌이라는 주장은 과하다고 덧붙였다.

본교 윤영철 교수(법학부 법무법학전공)형법에는 제268,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하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가중처벌법이 따로 있음에도 민식이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처벌이라 강조했다.

더불어 윤 교수는 민식이 법이 과실범죄임을 고려할 때 가중처벌의 정도가 매우 과도한 점도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는 과실범죄일 경우, 과실의 정도와 균형, 예방 효과, 역효과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권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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