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언] 사람들은 왜 ‘동물의 숲’에 열광할까?
[기자일언] 사람들은 왜 ‘동물의 숲’에 열광할까?
  • 권오선
  • 승인 2020.06.17 08:15
  • 조회수 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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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미디어센터 신문편집부 권오선 기자

요즘 유튜브, 각종 게임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가 있다. 닌텐도 스위치를 이용한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동물의 숲)이다. 사람들은 마을을 꾸미는 사람, 일주일 만에 빚을 다 갚았다는 사람, 명품 옷을 만들어 입었다는 사람 등 여러 가지 주제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이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여가 활동을 찾다 보니 이러한 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동물의 숲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게임에 관심 없던 어른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다. 게임 개발 당시 본부장을 맡고 있던 테츠카 타카시는 부모가 먼저 한 뒤, 아이가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개발자들의 생각이 게임에 반영됐기에 나이를 불문하고 인기를 받았다.

동물의 숲을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이 게임이 귀여움을 넘어 어린아이들이나 할 법하게 보인다. 그냥 아기자기해 보이고 단순히 동물들과 같이 마을에 사는 게임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것일까? 다른 게임들처럼 점수를 얻으며 등급을 올리거나, 멋진 캐릭터,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해서일까? 필자는 현실에선 해소할 수 없는 욕구를 게임으로 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이 가장 가지고 싶은 욕구를 자아실현의 욕구 존경의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안전의 욕구 생리적 욕구 총 5단계로 나눠 욕구단계설을 주장했다. 한 유튜버는 동물의 숲이 이런 5가지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일명 갓겜이라 설명했다. 필자는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왜 동물의 숲에 열광하는지 알아보려 한다.

생리적 욕구는 게임 내에서 구현해 놓지 않았다. 보통 다른 게임은 피로도나 체력을 만들어 두어 플레이어가 잠을 자는 방식으로 해소할 방법을 만들어 둔다. 하지만 동물의 숲은 밥을 먹지 않아도, 잠을 자지 않아도 플레이어가 언제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현실과 다르게 게임 내에서는 돈을 쉽게 벌 수 있다. 땅에서 화석을 주워 팔거나, 과일을 따 파는 등 버튼 몇 번만 누르면 돈을 벌 수 있다. 게임 밖에선 어려운 돈벌이가 게임에서는 쉽게 할 수 있어 플레이어는 재정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게임에는 언제나 나에게 관심을 주는 친구가 존재한다. 바로 NPC(Non-Player Character). NPC는 마을을 돌아다니다 마주치면 먼저 말을 걸어주고, 내가 말을 걸었을 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는 등 플레이어에게 애정을 주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를 통해 애정과 소속의 욕구를 해소한다.

사람은 언제나 명예를 얻고, 다른 이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론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선 존경의 욕구라 부른다. 게임 내에선 자랑하기 기능이 있는데, 물고기를 잡거나 아이템 등을 얻었을 때 자랑할 수 있다. 근처에 NPC가 있다면 그들이 손뼉을 치며 축하해 준다.

동물의 숲에선 현실 세계에서 어려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물론 집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큰 빚이 생긴다. 집 대출을 독려(?)하는 너굴이라는 NPC가 존재하지만, 플레이어가 돈에 쫓기게 하는 나쁜 빚쟁이는 아니다. 그저 빨리 갚지 않아도 돼라는 말만 할 뿐이다. 심지어 빚에 대한 이자도 없다.

요즘 여러 가지 힘든 일로 사람들이 지쳐있다. 그렇기에 동물의 숲이 인기를 끌게 된 것도 힘든 현실을 피해 기댈 곳을 찾는 이들의 심리가 표출된 것이 아닌가 싶다. 게임에만 의존한다면 현실은 몰입한 나머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게임을 하면서 힐링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아 게임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힐링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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