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투고] 공명
[교수투고] 공명
  • 한남대신문
  • 승인 2020.10.14 11:48
  • 조회수 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완하 교수(국어국문창작학과)

공  명

 

가을에는 허공도 한결 팽팽해진 모습으로 제 속을 비춰 우리에게 보여준다.

지난주 무창포에 가 바닷길 드러난 것을 보고 왔다.
한 달에 몇 번씩 바다도 제 가슴 갈라내 속을 보여준다.
나도 바다에게 내 속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즈음 모든 것들 저를 다 내 보이려 분주하다.
그만큼 가을은 순수한 것, 정직한 것, 투명한 것.
그렇게 모든 것들 조금은 더 외로운 것이니.
가을은 본질에 가 닿는 시간.
제가 본래 온 곳으로 돌아가 안기는 때다.

칡덩굴도 푸른 잎과 줄기 다 말리고 뿌리 쪽으로 가 생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들 벌써 내년 봄에 다시 뻗어 나올 파란 꿈을 틔우는 중이다.

가을은 비우는 것과 비워지는 것 사이의 공명(共鳴),
그 울림으로 가득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