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 교수(국어국문창작학과)
공 명
가을에는 허공도 한결 팽팽해진 모습으로 제 속을 비춰 우리에게 보여준다.
지난주 무창포에 가 바닷길 드러난 것을 보고 왔다.
한 달에 몇 번씩 바다도 제 가슴 갈라내 속을 보여준다.
나도 바다에게 내 속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즈음 모든 것들 저를 다 내 보이려 분주하다.
그만큼 가을은 순수한 것, 정직한 것, 투명한 것.
그렇게 모든 것들 조금은 더 외로운 것이니.
가을은 본질에 가 닿는 시간.
제가 본래 온 곳으로 돌아가 안기는 때다.
칡덩굴도 푸른 잎과 줄기 다 말리고 뿌리 쪽으로 가 생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들 벌써 내년 봄에 다시 뻗어 나올 파란 꿈을 틔우는 중이다.
가을은 비우는 것과 비워지는 것 사이의 공명(共鳴),
그 울림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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