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향기에 취하다, 레트로에 열광하는 이유
옛 향기에 취하다, 레트로에 열광하는 이유
  • 김예진
  • 승인 2020.10.14 11:47
  • 조회수 74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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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시간은 과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추억’으로 색다른 문화와 트랜드로 정착
2020년 여름을 휩쓴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 (사진=MBC TV ‘놀면 뭐하니?’)
2020년 여름을 휩쓴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 (사진=MBC TV ‘놀면 뭐하니?’)
레트로 컨셉으로 돌아온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레트로 컨셉으로 돌아온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현재 대한민국은 추억 속에 잠겨있다. 레트로(Retro)는 패션, 음악, 식품 등 각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널리 퍼져있다. 레트로란 과거에 존재했거나 유행했던 것을 그리워하며 현대에 나타난 흐름이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꾸려진 레트로 컨셉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싹쓰리는 주요 음원사이트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레트로 열풍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30·40세대에겐 옛 추억을, 10·20세대에겐 신선함을 준다. 이렇게 레트로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유행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레트로(Retro)는 과거를 추억하고 회고한다는 뜻 ‘Retrospective’의 약어다. 현대에는 레트로가 과거로 돌아간 듯한 현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스타일로 재창조되기도 한다. 이를 뉴트로(New-tro)라 부르는데 이는 레트로의 재창조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직접 과거를 겪어보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한다.


 흘러간 시간은 과거가 되고, 누군가에게 과거는 추억이 된다. 레트로가 유행하는 이유는 바로 그 ‘추억’에 있다. 누군가에겐 추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신선함이 된다. 레트로가 흥하는 정설로 가장 유력한 것은 경제적 불황기다. 오늘날 불황과 사회적 스트레스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레트로는 과거를 겪어보지 못한 10·20세대에 새로운 의미로 해석된다. 대학생 김지원 씨는 “조급한 현재 사회에 지쳤다”며 “레트로를 통해 느긋한 여유로움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10·20세대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미래가 주는 불안함과 낯섦에서 벗어나고자 과거를 찾는다.


 유행은 소비 측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일명 레트로 마케팅이라 불리며 복고 컨셉을 이용한 마케팅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이 레트로를 잘 이용한 사례다. 현세대에게 익숙한 초록색 소주병에서 과거에 많이 사용했던 하늘빛 투명한 소주병의 디자인이 눈에 띈다.


 또 두꺼비 술이라 불렸던 진로의 두꺼비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진로는 적절한 과거와 현대의 조화를 이룬 레트로 마케팅으로 13개월 만에 3억 병 이상을 판매하는 등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하는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2019년 결산과 2020년 전망’ 세미나에서 5대 핵심 주제를 ▲변화 ▲대세 ▲확장 ▲글로벌 ▲진흥으로 뽑았다. 그 중 ‘대세’는 밀레니얼이 제작하는 90년대 소재의 콘텐츠, 소비자가 주도하는 능동적인 복고 붐 등을 조명한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레트로 열풍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제 레트로는 과거를 추억하기만 하는 장치가 아니다.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로 대두하고 있다. 현대로 소환된 과거는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뿐만 아니라 새로운 신선함까지 주고 있다.


 레트로는 과거의 양상으로만 남지 않고 2000년대에 맞춘 재해석 된 뉴트로로 탈바꿈했다. 과거를 추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대세’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시간의 간극을 넘어 소환된 과거의 향기는 지금도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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