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스포츠화 되어가는 정치계
[데스크칼럼] 스포츠화 되어가는 정치계
  • 어람
  • 승인 2021.04.08 11:41
  • 조회수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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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신문편집부 편집장 김영진
                              영자신문편집부 편집장 김영진

 스포츠,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취미로 공유되는 개념이다. 프로 스포츠를 구성하는 요소는 스포츠를 즐기는 ‘팬’과 그런 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프로 선수’들, 그리고 그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스태프’로 분류할 수 있다. 이 3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져야 이상적인 방향으로 스포츠가 발전한다. 그리고 정치, 나라마다 형태와 공유하는 개념은 달라도 전 세계에 필요한 개념이다. 정치를 구성하는 요소는 정당을 지지하는 ‘지지자’와 그런 지지자 앞에 나서서 연설을 하고 의견을 펼치는 ‘정치인’들, 그리고 그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로 분류할 수 있다. 스포츠와 정치, 이 두 가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 서로 다른 더 많은 구성 요소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큰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정치는 굉장히 유사하다. 그리고 특히 요즘 날의 스포츠는 정치화되어가고 정치계는 스포츠화되어가고 있다.
 스포츠는 앞서 언급했듯이 팬, 선수, 스태프로 분류할 수 있다. 팬은 선수를 보기 위해 구단에 입장료를 지불한다. 인기 구단의 경우에는 유명한 스태프가 존재하는 때도 있으므로 그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에 방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선수들은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경기를 치른다. 그게 축구가 됐든 야구가 됐든 다른 어떤 종목이 됐든 선수들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결과는 곧 팬들의 행복, 만족과 직결되기 때문도 있겠지만, 이후 자신의 몸값을 올릴 수 있고 몸값을 올리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도 있다. ‘현대 축구에 로맨스는 없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이 구단, 팬과의 의리보다는 돈을 좇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돈을 좇는 선수는 팬들을 외면하곤 한다. 
 정치는 지지자, 정치인, 직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지자는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뜻을 표명하기 위해 당에 후원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직원들이 써준 대본을 읽고, 직원들이 만든 작전대로 행동한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이런 부분은 크게 나타난다. 정치인들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결과는 국민의 행복, 만족과 직결되기 때문에도 있겠지만, 이후 자신의 명성을 높일 수 있고 명성을 높이면 더 큰 직위를 얻을 수 있기 때문도 있다. 국민이 아닌 자신의 명성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은 국민을 외면하곤 한다.
 스포츠엔 문제점이 존재한다. 20세기 중후반, 잉글랜드에는 ‘훌리건’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난동을 부리고 타 팀의 팬들은 물론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과격한 팬들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라이벌 팀 간의 경기에서는 훌리건들이 자주 나타나는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경기장을 관리하는 경찰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지나치게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구단이나 선수들이 어떠한 잘못을 해도 옹호하고 감싸주기에 바쁘다. 정치에도 문제점은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 생긴 논란을 무조건 옹호하고 감싸주는 지지자를 ‘문빠’라고 지칭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을 문제 삼는 단어가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는 무조건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옹호하는 극성 지지자들을 ‘태극기 부대’라 부르기도 하였다. 진보와 보수 진영의 지지자들 간의 충돌은 심심찮게 일어나는 편이며 오죽하면 명절날 정치 얘기는 금기라는 말도 있을 정도이다. 해외에서는 더 심한 일이 벌어지곤 했는데, 지난 1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선의 결과에 불만을 품고 국회의사당을 무력으로 점거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렇듯 정치는 스포츠화되어가고 있다. 팬을 위해 뛰는 선수를 보기 힘들어졌듯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을 보기 힘들어졌고 스포츠맨십을 상실한 불건전한 팬들이 생겨났듯이 비판적 사고를 상실한 불건전한 지지자들도 생겨났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스포츠와 정치는 다른 구석이 많고 독립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유명 축구 구단인 FC 바르셀로나가 새로운 회장 선출을 위해 후보자들이 마치 정치인들처럼 선거 유세를 다니며 공약을 내걸고 후보자 토론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회장 선출을 위해 카탈루냐 지역 사람들 약 11만 명이 투표에 참여하는 등 스포츠도 정치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정치가 스포츠라는 개념에 다가가는 것이 아닌, 정치와 스포츠 모두가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딱딱하고 어려운 정치에 스포츠의 엔터테인적인 요소가 가미되면 정치에 무지한 사람들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반대로 스포츠에 정치적인 요소가 더해지면 좀 더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스포츠는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가정은 그들이 그들의 개성과 본질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것이다. 고유의 정체성을 잃고 다른 무엇인가로 변태한다면, 더는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던 것들을 예전과 같이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서로 가까워지기보다는 사회 흐름에 맞춰 거리를 두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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