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에 합당한 말
경우에 합당한 말
  • 한남대신문
  • 승인 2021.06.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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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학부, 양인철 교수
▲ 교양학부, 양인철 교수

김종원 작가의 말의 서랍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좋은 말은 외워서 할 수 있지만, 적절한 말은 많이 생각해야 한다.” 작가는 이 문구에서 우리가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심사숙고하며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심코 내뱉은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최근에 각종 언론 매체가 보도하듯, 갑이 을에게 언어폭력을 일삼는 갑질 논란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많은 부를 축적한 자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보다 지위가 낮춘 사람에게 말로써 상처를 줍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언행으로 인해 그들의 기업 브랜드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하게 됩니다. 이러한 잘못된 언어 폭력이 주는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지침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어떠한 언어가 듣는 상대방에게 격려를 주고, 힘을 주는 언어일까요?

잠언 258-15절의 말씀은 우리에게 때에 따라 적절하게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잠언 258-15절은 통치자의 언어사용에 대한 격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경우에 합당한 말이 은으로 만든 조각품에 담긴 금사과이며, 금으로 만든 고리와 정금으로 만든 장식과 같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늘 잠언 258-15절을 통해 사랑하는 한남가족 모두가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경우에 합당한 언어인지 깨달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첫째, 우리는 타인과 대화를 할 때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잠언 기자는 258-10절에서 이웃과 다투는 상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그는 우리가 이웃과 성급하게 다투게 되면, 그 일로 인해 수치를 면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에 이러한 문구가 있습니다.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언어의 온도, p.30). 우리가 우리의 말을 성급하게 사용한다면, 듣는 자에게 크나큰 상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말을 신중하게 사용할 때,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웃과 대화를 나눌 때, 항상 신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둘째, 우리는 타인과 대화를 할 때, 타인의 은밀한 일을 드러내지 않고, 신실한 언어를 전달해야 합니다. 9절에서 잠언 기자는 이웃과 쟁론을 할 때, 그의 은밀한 일을 누설하지 말 것을 이야기합니다. 잠언 기자는 친밀한 친구와 다툼이 있더라도, 그 친구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다른 사람들에게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잠언 기자는 신실한 언어를 전달하는 자의 역할을 다시 강조하기 위해, 13절과 14절에서 신실한 전달자가 주는 역할선물을 한다고 거짓말로 자랑을 퍼뜨리는 사람을 소개합니다. 그는 13절에서 신실한 전달자는 무더운 추수 때에 차가운 눈과 같이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고 기술합니다. 1963828일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 발코니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는 감동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이 연설은 20세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 가운데 하나로 기억됩니다. 그가 수많은 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메시지가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이 겪었던 고통과 아픔에서 벗어나 자유를 향한 그의 신실한 열망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킹 목사는 비폭력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여러 인종차별주의자들로부터 조롱과 멸시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흑인사회의 인권회복을 위한 그의 열망은 듣는 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의 신실한 열정에서 나온 연설은 듣는 청중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상대방에게 마른 농작물에 비를 내리는 구름처럼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언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거짓 없이 신실한 언어를 사용할 때, 듣는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경우에 합당한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11절에서 경우에 합당한 말이 은으로 만든 조각품에 담긴 금 사과라는 비유는 잠언 기자가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비유라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귀한 금속물에 해당하는 은과 금이 이 비유 안에 다 포함되었습니다. 그만큼 경우에 합당한 말이 은과 금만큼 귀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간음한 여인을 만나셨을 때, 진지하게 고민을 하시고 나서 언어를 사용하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요한복음 753~811).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간음한 여인을 예수님 앞으로 끌고 와서, 예수님을 시험하였습니다. 당시 간음한 여인은 모세의 율법에 따라 돌에 맞아 죽어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성급하게 대답을 하셨다면,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공격할 핑곗거리를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들 앞에서 즉시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히시고 손가락으로 땅에 쓰신 다음에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차분히 자신이 말할 언어를 정리하신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예수님께서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향해 외치십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8:7).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 모두 이 말씀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받아 그 자리를 떠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경우에 합당한 말은 예수님을 공격할 거리를 피하게 했고,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 모두에게도 양심에 가책을 주는 언어였습니다. 사실 예수님의 말씀은 진실로 죄인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언어였기 때문에, 그 말씀을 듣는 청중들은 자기를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한남가족 여러분! 우리가 말을 하기 전에 항상 듣는 상대방의 상황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나서 말을 하는 습관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언쟁이 있을지라도 그 사람의 은밀한 것을 감추고, 상대방에게 마음을 다해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진실한 우리의 감정이 우리의 말을 통해 전달될 때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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