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옥 전 사무처장
▲나경옥 전 사무처장

세월 참 빠릅니다. 정년퇴직한 지 벌써 6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더 잊히기 전에 37년 재직기간에 있었던 추억 몇 꼭지를 되새겨 봅니다.

동아리란 단어의 유래를 아십니까? ‘동아리1988년까지 서클(circle)’이라고 불렀습니다. 1988학년도는 학생운동의 절정기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할 때였습니다. 당시 본교 서클연합회장이 학생과장인 제게 찾아와, “서클이 외래어이니 순수 한국말로 어떤 말이 좋은지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마 전국모임에서 명칭 개정을 논의키로 했던 모양입니다. 절친 동기인 국문학과 박영환 교수에게 자문했지요. 순수 우리말 중에, 한 동아리, 두 동아리이렇게 사용하는 동아리라는 말을 추천해 주었어요. 집단(무리)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추천한 동아리란 명칭이 전국서클연합회에서 통과되어 그때부터 전국동아리연합회로 개칭하여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네이버 사전에는 80년대에 학생 활동을 위한 모임을 이르던 서클이라는 외래어를 대체할 말로 한자어인 동호회’(同好會)와 유사한 순우리말 동아리를 찾아내어 쓰게 된 () 동아리는 연세대의 한글물결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쉽기 짝이 없죠. ‘동호회와 유사한 순우리말이어서라는데, 사실은 박영환 교수가 발굴해서 추천한 순우리말이었던 겁니다. 분명 효시는 한남대이고, 원작자는 박영환 교수임을 밝힙니다.

상징탑이 종합운동장 본부석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면 어떤 그림일까요. 불과 14년 전에 그럴뻔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상징탑을 제자리로 다시 돌려놓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조명까지 설치해 더 아름답고 튼튼하게 만들었으니까요.

그러기까지 상징탑은 철거, 이전 설치해체, 원위치에 다시 재건립하는 곡절을 겪었지요. 완성됐던 분수대는 해체되어 경계석만이 교정 주변에 돌의자로 남아있고요. 결국 3년 가까운 시간을 허송한 흑역사지요. “상징탑이 학교 경관을 가로막으니 옮겨야 한다는 주장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큰 상흔과 손실을 남겼죠. 머릿돌에는 다음과 같이 새겼습니다. “이 상징탑은 20078월에 이전을 추진하다가, 다시 2009213일 현재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교육환경시설을 대폭 개선하여 더욱 양명한 캠퍼스로 만든 일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제일 먼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접하고 사용하는 곳부터 손을 댔지요. 강의실 환경개선을 시작으로, 각 단과대 출입문을 교체하고, 화장실들도 시차를 두고 고쳤습니다. 교정도 인도마다 수목을 정해 수종별 테마 길을 만들고, 화단을 정비하였지요.

본관 건물 옥상에 개교 초 모습처럼 기와를 올리고, 중정 뜰을 정비하고, 인돈 동상을 세웠습니다. 가장 오래된 본관 건물 주변이 환하게 바꿨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이 캠퍼스는 관리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자는 애초 목표를 달성한 셈입니다. , 종합운동장에 인조 잔디를 깔고 본부석도 만들었지요. 모두 김형태 총장님의 진두지휘와 정해성 시설팀장과 팀원들의 헌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박병희 교수의 아이디어도 큰 몫을 하였고요. 2008~12년 일입니다.

또 한 가지, 지족동 소재 6층 빌딩을 매입한 일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기적 같습니다. 그때 못했더라면 아마 기회가 없었을 겁니다.

법인 수입을 늘릴 방법은 임대업이 안정적 투자에서 최고죠. 투자 원금을 날릴 염려가 없기 때문입니다. 캠퍼스타운 임대 수입이 전부였던 터라 새 건물은 법인 수입원의 효자가 되었죠. 법인 역사상 최대 투자처였는데, 의외로 매우 순조롭게 가결되었어요. 때마침 교육부의 평가정책과 맞물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법인지표 개선을 위해서는 수익용 기본재산의 확보율을 올려야 했으니까요. 법인 최고의 수익용 재산을 늘리게끔 의결해 주신 당시 김정렬 이사장님과 이사님들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실무 이영철 과장의 노고도 컸음은 당연합니다. 2013년의 일입니다.

어찌 이뿐이겠습니까마는 추억 몇 자락을 소환하자니 지금도 가슴이 뿌듯합니다. 좋은 일들은 더불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그분들과 맘 놓고 일했던 그때가 아련합니다. 물론 아픈 기억도 있고, 사나운 일도 있었지만, 한남은 영원한 저의 본향입니다. 몸은 나와 있어도 마음만은 항시 한남을 향해있습니다. 한남을 늘 응원하며 좋은 소식을 기다립니다. 한남의 꾸준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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