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흐름, 단절인가 발전인가?
다양한 장점 뒤, 양극화 진전으로 소외되는 문제 존재

 나노사회를 아는가? 이는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가 2022년을 이끌 10대 트렌드로 제시한 말이다. 우리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적인 유대를 이루지 못하고 나노 단위로 조각난다는 뜻을 가진다. 공동체는 개인으로, 개인은 더 미세한 존재로 분해되며 오롯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 이는 각자 도생하는 무한 경쟁체제로 내몰리고, 경제적·심리적으로 양극화를 겪게 돼 구성원들 각자의 인간적 소통이 단절돼가는 사회를 의미한다.

 나노사회가 형성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에도 디지털디바이드, 정보격차로 인한 소외가 거론됐지만, 가장 큰 원인은 2020년부터 시작된 팬데믹일 것이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시기에 코로나19의 발생으로 가족을 만나기 어려워졌고, 다인 가구마저 집 안팎에서 모이는 일을 조심했다. 거실의 TV는 존재감을 잃고, 각자의 기기로 유튜브, 넷플릭스를 보며 사회적 관계의 아쉬움을 해소했다.

 나노사회는 경제학적으로 새로운 경제 생태계 탄생의 기반이 된다. 언론학적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심화된 TV·신문 등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회피와 기성언론에 대한 불신이 낳은 결과다. 특히 MZ세대는 선배세대의 사회 생활이 아닌 나노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만의 미디어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새롭게 대두되는 미디어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정부의 미디어와 사회전반에 관한 정책이 뒷받침 될 수 있게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

 나노사회가 심화되며 개인은 자본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는 투자·투잡 등 수입을 다변화 하려는 ‘머니러시’로 이어진다. 또한, 건강에 대한 관심도 급증해 바디프로필, 헬시 플레저, 행복 저금통 등 건강한 삶을 위한 도전이 진행되고 있다. 

 나노사회의 형성으로 사회나 조직보다 개인의 역량과 관심분야도 중요해졌다. 산업적 측면에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양극화의 진전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등 이전에 없던 문제들이 등장했다. 이로 인해 정부 또는 기업에서 파편화된 개인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하기엔 아직 부족한 상태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멀지 않은 미래에는 퀀텀컴퓨터(quantum computer)의 등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기술의 등장이 예상된다. 영화 그녀(Her)에 등장했던 사만다와 같은 메신저 친구가 인간 친구를 대신할 날이 현실이 될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는 변화를 거듭하며 진화해가고 있다. 나노사회라고 정의하지만, 이러한 현상도 유행처럼 지나가고, 다음 사회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류의 역사가 그렇듯 우리는 수정을 반복하며 발전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등장한 나노사회가 전개돼 과도한 측면은 수정을, 부족한 부분은 보완될 것이다. 다시 인간적인 관계설정, 아날로그적 감성 등의 필요성을 인식할 것이다. 개인주의도 사회의 이익을 위해 단합할 순간이 올 것이다.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이상호 교수는 “극단적인 나노화에 대한 염려보다는 각 세대별, 계층별 구성원의 변화를 주시해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정부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나노사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미래세대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민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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