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사이에서 착한 소비가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했다.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다양한 방법 중, 업체의 선한 영향력에 보답하려는 돈쭐문화가 MZ세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이다. ‘돈쭐문화란 무엇이며, 소비자들이 업주를 돈쭐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I. 착한 소비란?

그래프 1 - 착한 소비에 대한 인식

 착한 소비는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본래 소비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활동이지만, 오늘날 많은 소비자는 제품 구매를 통해 사회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기도 한다. 2019년 트렌드모니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나의 소비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면 행복하다’, ‘나의 소비가 남을 돕는 데에 쓰이는 건 뿌듯하다라고 응답했다. 제품의 가격보다 가치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착한 소비의 유형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환경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소비이다. 이는 산업혁명 후 발생한 환경 오염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며 등장했다. 친환경 소비는 이동 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 컵이 아닌 다회용 제품을 구매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생산자와 노동자가 만든 물건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해 그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공정무역이다. 이는 개발도상국 생산자의 노동력 착취를 줄이고, 공정한 교역 조건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등장했다. 현재 커피, 코코아, , 과일과 같은 식료품뿐만 아니라 의류, 수공예품, 침구류 등 다양한 공정무역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윤리·환경적 기준에 부합하는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기업에 대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이콧(boycott)’바이콧(buycott)’이다. ‘보이콧은 특정 제품을 사지 않기로 결의해 생산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조직적 운동으로, 불매동맹이나 불매운동으로도 불린다. 보이콧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9년 한일 무역 분쟁에서 비롯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있다. 일본의 한국 공업 소재 수출 규제 조치로 시작된 이 운동은 일본 제품 매출 약 30%, 일본 여행 예약 건수 약 70%를 감소시켰다. ‘바이콧은 보이콧과 반대로, 소비자가 특정 제품·서비스를 의도적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제품 구매를 통해 소비자의 생각을 알리는 소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돈쭐문화가 바이콧에 해당한다.

 

2. MZ세대의 착한 소비, ‘돈쭐문화

사진 1- '진짜파스타' 점주의 인스타그램 게시글

 

 ‘돈쭐이란 혼쭐내다의 합성어로, 어떤 사람이 사회적으로 옳은 행동을 했을 때 돈으로 혼내야 한다라는 뜻의 신조어다. ‘돈쭐문화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식당 진짜파스타에서 시작됐다. 2019, ‘진짜파스타의 업주는 자신의 SNS결식아동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화제가 되어 소비자들의 많은 응원을 받았다. 사람들은 미담을 공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업주의 선행을 돈으로 혼내주기위해 직접 가게를 방문했다.

사진 2 – 철인 7호 홍대점 대표에게 보낸 형제의 편지

 

 그 이후, 선행을 베푼 수많은 가게가 돈쭐을 당했다. 그중 하나로는 치킨 프랜차이즈 철인 7홍대점이 있다. 2020년 초, ‘철인 7홍대점의 점주는 어려운 형편의 형제에게 대가 없이 치킨을 대접했다. 1년 후, 형제가 철인 7호 본사에 보낸 감사 편지가 알려지며 점주의 선행이 화제가 됐다. 소비자들은 돈으로 혼쭐을 내야 한다라며 해당 지점에 치킨을 주문하고 선물을 보냈다. 게다가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음식을 받지 않고 결제만 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돈쭐은 가게의 영업을 중단할 정도로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후 돈쭐문화는 MZ세대의 새로운 문화가 되었다. MZ세대는 1980~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전체 노동인구 중 약 2/3를 차지하는 이들은 총인구의 50%이라는 높은 구매력을 자랑하며 경제 활동의 중심 세대로 자리했다.

 MZ세대의 첫 번째 특징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MZ세대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세상의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에 사회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이들은 SNS를 활용하여 사회의 트렌드를 이끈다.

 두 번째는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이 있다는 것이다. M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환경, 윤리, 사회적 책임 등의 이슈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선한 영향력을 중시하는 이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소비 습관을 공유하여 합리적인 소비를 주도한다. 이처럼 자신의 정치·사회적 신념을 소비 행위로 표현하는 것을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 한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아닌, 자신의 신념을 소비함으로써 소신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착한 소비와는 조금 다르다.

 이러한 MZ세대의 특징은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도 미닝아웃은 존재했지만, 당시 소비자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이었기에 참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에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주체가 등장하며 이들이 소비 시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오늘날 소비 시장의 주도권은 소비자, 특히 MZ세대에게 있다. 이들은 제품 가격보다 자신의 소신에 따른 미닝아웃을 즐긴다.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불매, 선행을 베푼 착한 업자에게는 돈쭐로 대응한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으로 사람들의 분노를 산 남양유업은 지금까지도 불매 대상 기업으로 남아 있다. 남양유업의 제품을 판별해주는 웹사이트 남양유없이 등장할 정도로 적극적인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3 - '남양유없' 웹사이트

 

 이뿐만 아니라 미닝아웃은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환경을 위해 포장재를 줄인 제로웨이스트 제품, 동물성 원료를 넣지 않은 비건 식품을 선호한다. 비싸도 품질이 더 좋은 국산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MZ세대는 이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소비를 SNS에 공유함으로써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경제 주체로 성장한다.

 

3. ‘돈쭐문화의 확대

 3-1. 위로, 격려의 돈쭐

 최근 돈쭐문화가 일상화되며 그 목적이 확대되고 있다. 선행의 주인공에 대한 칭찬에서 나아가 위기에 처한 업체에 대한 위로, 격려 등 더욱 다양한 의미의 돈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4 – 고깃집 사장과 갑질 모녀가 나눈 대화

 

 소비자들은 갑질모녀사건에 대한 돈쭐을 통해 업주에게 위로를 전했다. 지난해 5, 경기도 양주의 고깃집에서 한 모녀가 식사 후 옆 테이블에 노인이 앉아 불쾌했다라며 점원에게 불만을 제기했다. 고깃집 사장은 모녀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5분 뒤 어머니 A 씨가 가게에 전화해 화가 나니 고깃값을 환불해 달라고 다시 항의했다. 그와 함께 옆에 늙은 것이 와서 밥 먹는데 훼방 놓았다’, ‘기분이 나쁘면 깎아준다고 해야지라며 사장에게 폭언을 날렸다. 심지어 A 씨는 방역수칙을 어겼다고 신고하겠다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식당은 당시 모든 자리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했으며, 오히려 A 씨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며 사람들의 돈쭐이 시작됐다. 가게에 직접 찾아가 매출을 올리는 것은 물론, 후원금과 선물을 보냈다. 고깃집 사장의 아내는 수많은 위로와 응원 감사하다라며 이익이 남는 부분은 좋은 일에 쓰겠다라고 감사의 말을 남겼다.

사진 5 – 강원도 화천의 애호박 농가

 

 강원도 화천군 애호박 농가에 대한 격려의 돈쭐은 따뜻한 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화천군은 전국 애호박 유통량의 70%를 차지하는 곳으로, 118개 농가에서 연간 45백만t의 애호박을 생산하고 있다. 작년 화천군의 애호박 생산량은 2020년보다 약 14% 늘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가격이 40%가량 폭락했다. 학교 급식 물량과 외식 수요가 감소하며 소비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화천군은 결국 213t에 육박하는 애호박을 폐기하기로 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화천군 애호박의 주문량이 폭주했다. 화천군 직영 농특산물 판매 사이트 스마트마켓에서는 8kg짜리 애호박이 1만 상자나 판매됐다. 우체국 쇼핑몰에서는 이틀 치 판매 물량으로 배정받았던 4천 개의 상자가 모두 팔렸다. 화천군은 애호박 산지 폐기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부터 이틀 동안 112t의 주문이 접수됐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는 8기준 14천 상자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폐기하려 했던 애호박의 절반 이상이 팔린 셈이다. 막대한 애호박 주문 덕분에, 화천군은 온라인으로 애호박을 다시 판매하기로 했다. 이 일은 화천군 농민들이 다시 희망을 얻은 기적 같은 일로 남았다.

 

 3-2. 방송가에서의 돈쭐

 ‘돈쭐은 소비가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 잘 드러나는 문화이다. ‘돈쭐문화의 영향력이 알려지며, 최근 방송가에서는 이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 6 - iHQ '돈쭐 내러 왔습니다'

 

 iHQ ‘돈쭐 내러 왔습니다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돕는 푸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돈쭐을 내고 싶은 소상공인에 대한 시청자의 제보를 받아 진행된다. 대식가 출연진으로 구성된 먹피아조직이 60~90인분의 음식을 먹어 가게의 매출을 올리는 내용이다. 출연한 식당들은 방영 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소상공인의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시청자들의 참여와 응원, ‘먹피아조직의 돈쭐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3월에 막을 내렸지만, 시청자의 많은 관심 덕분에 한 달 뒤 돈쭐 내러 왔습니다 2’를 선보였다.

사진 7 - 티몬 '미션파라써블'

 

 이커머스 기업 티몬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유통센터와 라이브커머스 미션파라써블을 진행했다. 이는 티몬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인 티비온(TVON)’과 중소기업유통센터의 플랫폼 가치삽시다을 통해 송출됐다. ‘미션파라써블은 고객에게 우수한 중소기업의 제품을 소개하며 이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시청자들의 구매를 독려한다. 또한 방송 중 깜짝 등장하는 미션을 통해 제품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사장님의 영상 편지' 코너를 통해 판매자의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티비온입점 파트너의 매출 상승뿐만 아니라 티몬의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왔다. ‘미션파라써블은 제품 판매를 통해 소상공인 상생을 돕고, ‘티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다방면으로 선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우리 사회엔 수많은 갈등이 존재하지만, 그 안의 자그마한 선한 영향력은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한다. 생산자의 선한 영향력이 돈쭐의 수단으로 변질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다정함과 소비자의 돈쭐은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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