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 증가에 따라 사회의 사고방식 변화 일어나

 지난 10월,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검은 토끼의 해 ‘트렌드 코리아 2023’을 출간했다. 본 기획에서 책 속의 2023년, 10개의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네버랜드 신드롬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네버랜드 신드롬이란 우리 사회에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피터팬들이 많아지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며, 외모를 유지하거나 나이 들지 않으려 한다. 또한, 쉽고 재밌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특징을 가진다. 이런 특징들이 누군가 개인의 취향이 아닌 사회 전체의 사고방식 및 생활양식이 되고 있다.
 네버랜드 신드롬은 Return, Stay, Play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Return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추억이 담긴 상품들을 구매한다. Stay는 현 상태에서 나이 들지 않으려 승진을 미루거나 팬 활동과 같은 여가 생활을 즐긴다. Play는 아이처럼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을 찾는다. 독한 위스키에 탄산을 섞어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하이볼이 예다.
 각종 뉴스나 SNS를 통해 ‘어른이’, ‘키덜트’ 등 단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어른이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 장난감 따위에 열광하거나, 이를 광적으로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어른을 뜻한다. 키덜트란 어렸을 적의 분위기와 감성을 좋아하는 어른이다. 이러한 의미가 있는 단어를 쉽게 볼 수 있는 만큼 우리 사회에 네버랜드 신드롬이 스며들고 있다.
 책에서 피터팬 신드롬은 어른들의 세계에서 홀로 아이로 남아 고립된 채 퇴행하는 부적응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라면, 네버랜드 신드롬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나이보다 젊다고 여기고 어른이라고 불리는 것을 즐거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이 어른이 되기를 꺼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미래가 불안정하고 불황기 경제 속에서 마음 편한 여가 활동을 즐기거나 추억을 되새기며 잠깐이라도 불안 속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진 것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사람들의 가치관 및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사람들에게 숙제가 됐다. 시니어 세대는 알파 세대 못지않은 학력과 높은 경제력, 구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퇴직 후에도 새로운 분야에 관한 공부를 이어 나가기도 한다.
 네버랜드 신드롬은 성숙하지 못한 사회, 사회의 유소년화 야기 등 부정적 영향도 존재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통해 안정감을 얻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또한, 알파 세대와 시니어 세대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되려 우리 사회가 어른이라는 존재를 편견 속에 가둬 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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