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연(한남미디어센터 국장)
김정연(한남미디어센터 국장)

 지난 2월,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서북서쪽 지역에서 7.8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11개 주 건물 8만 4천여 채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워싱턴 포스트는 현지 시각 14일 기준 사망자가 4만 천 명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한스 클루게 WHO유럽사무소 국장은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에 대해 “유럽지역에서 발생한100년 내 최악의 자연재해”라고 밝혔으며,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는 인명 피해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자연재해는 단지 비단 건물의 손상과 인명 피해만을 야기하지 않는다. 전염병의 위험, 행정•의료 체계의 붕괴, 위태로운 치안 등 재난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후 튀르키예에서는 피해지역 전역에서 약탈과 총력전이 기승을 부리는 등 자연재해의 후폭풍이 시작됐다.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 또한 놓을 수 없었으며, 머지않아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지역 도시인 아타레브 외곽을 포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결국, 모두가 우려하던 군사적 충돌이 시작된 것이다. 첫 충돌은 도시 외곽을 포격하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서로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그다음은?또 그다음은?

 평소 우리는 모든 일상이 자연의 자비 아래 살아간다는 것을 망각한다. 이를 잊은 인간들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자연재해는 사람의 힘으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 재난이 발생하면 수습하는 것에 전력을 다하고, 그 속에서 꺼지지 않는 희망을 찾아낸다. 글을 쓰는 지금도 매몰자의 기적적인 생환 소식을 알리는 기사가 포털 메인에 나타난다. 전 세계 각국에서 구호 물품이  쏟아지고 긴급구조대가 결성되며 관련된 이슈는 십 시간 내에 뉴스 기사가 돼 모두에게 전달된다. 그중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도시 신축 건물까지 맥없이 무너져내려 부실 공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로 이어졌다는 소식이다.

 인간은 자연재해에 완벽하게 대비할 수 없다. 그래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임시적인 방어책을 따른다.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와 관련한 임시 방어책은 바로 내진설계였다. 튀르키예 정부는 부실 공사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상자를 냈다.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리는 자연 앞에서 그저 속수무책으로 휩쓸릴 뿐이다.

 각국의 철저한 대비와 경각심이 필요하다. 자연재해의 법칙은 없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과학 기술로는 정확한 예측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인명•재산 피해를 줄이고 체계적인 수습 방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사람들이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첫 번째 요소지만, 이번에 일어난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으로 모두가 다시 한번 깨닫지 않았을까? 자연 앞에서 인간은 이토록 무력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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