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룩’, ‘#OOTD(Outfit Of The Day)’ 등 사람들은 SNS에 자신만의 패션을 공유해 정체성을 드러내고, 패션 유행을 만든다. 이처럼 자주 변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하고자 패스트 패션이 등장했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 열풍이 불며 지구는 시들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 환경을 앗아가는 멋

 먼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란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따라 낮은 가격에 대량 생산되는 의류다. 패스트 패션은 자주 바뀌는 패션 유행에 빠르게 대응해,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준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의류 생산의 전 과정에 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해 유행에 맞는 옷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옷의 생산부터 유통,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먼저, 옷 생산 과정에서 많은 천연자원이 사용되고,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한 벌의 청바지 생산을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은 약 7,250L, 사람이 10.5년 동안 마시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 후드티 한 장은 약 3,350L, 티셔츠 한 장은 약 1,500L, 양말 한 쌍은 약 375L의 물을 소비한다. 또한, 합성소재를 활용해 만들어진 옷은 세탁 시 막대한 양의 폐수를 방출한다. 또한 연간 100만 톤에 육박하는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하는데, 이는 바다로 유입된 미세플라스틱 중 35%에 달하는 수치다.

사진 1 -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쓰레기 산 (출처=연합뉴스)
사진 1 -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의 쓰레기 산 (출처=연합뉴스)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며 옷 구매 절차가 간편해진 만큼, 폐기 속도도 빨라졌다. 버려진 의류는 지구온난화, 수질오염, 생태계 파괴 등을 유발한다. 선진국에서 버려진 수많은 의류 폐기물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 개발도상국은 의류 폐기물을 수입하고 선별해 재활용·재사용한다. 그러나 선별되지 못한 옷들은 방치되어 쓰레기가 된다. 그로 인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개발도상국에는 쓰레기 산이 쌓이기도 했다. 쓰레기 산은 코를 찌르는 악취는 물론, 주변 수질과 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칠레의 경우, 매년 수입되는 6만 톤의 옷 중 약 39천 톤의 옷이 팔리지 않아 쓰레기로 버려진다.

 

2. 조금 더 천천히, 슬로 패션

 이에 곳곳에서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조장하는 패스트 패션을 지양해야 한다는 흐름이 확산하며 슬로 패션(Slow Fashion)’이 등장했다. 옷의 생산·소비 속도를 늦추자는 취지로 등장한 슬로 패션은 패스트 패션과는 반대로, 제작에 긴 시간이 걸려도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의류를 뜻한다. 슬로 패션은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고, 친환경적인 의류 생산·소비를 추구한다. 노동자의 권리, 동물 권리 보호 등을 추구하기도 한다.

 

#1 환경을 위해, 친환경 의류

사진 2 - 파타고니아 'Don't buy this jacket' 광고
사진 2 - 파타고니아 'Don't buy this jacket' 광고 (출처=파타고니아)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친환경 마케팅과 더불어 윤리적인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의류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Don’t buy this jacket(옷을 사지 말라).’라는 파격적인 광고 문구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광고의 등장한 자켓을 생산하고 구매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켓을 만들기 위해서는 목화 생산을 위해서는 물 135L가 필요하며, 제품의 60%를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 옷을 만들어도 20파운드의 탄소가 배출된다.

사진 3 - 스위스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의 제품
사진 3 - 스위스 업사이클링 브랜드 '프라이탁'의 제품 (출처=프라이탁)

 스위스의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프라이탁(Freitag)’은 방수천, 자동차 안전벨트 등 폐품을 재활용해 가방을 만든다. 트럭의 방수천으로 가방의 몸통을 만들고, 자동차 안전벨트로 끈을 만든다. 가방의 마감에는 자전거의 고무 튜브를 활용한다. 이렇게 재활용되는 천의 양은 무려 수천 톤에 달한다. 이때 방수천을 떼는 것부터 조각을 내고, 세척하고, 재단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가방을 만들 때 활용되는 방수천은 타폴린 소재로 만들어지기에 견고하다. 10년 넘게 사용해도 찢어지거나 물이 샐 염려가 적어 실용성도 챙긴 것이다.

 

#2 SPA 브랜드의 변화

사진 4 - 2017 H&M 컨셔스 익스클루시브(Conscious Exclusive) 컬렉션
사진 4 - 2017 H&M 컨셔스 익스클루시브(Conscious Exclusive) 컬렉션 (출처=H&M)

 

사진 5 - 2017 H&M 컨셔스 익스클루시브(Conscious Exclusive) 컬렉션 (출처=H&M)
사진 5 - 2017 H&M 컨셔스 익스클루시브(Conscious Exclusive) 컬렉션 (출처=H&M)

 본래 SPA 브랜드는 패스트 패션의 확대를 가속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이때 SPA 브랜드는 제품 기획, 생산, 판매의 모든 과정을 일체화해 운영하는 매장이다. SPA 브랜드는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해 생산 원가를 줄여 유행에 맞는 옷을 빠르게 대량 생산해왔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그러나 과잉 생산으로 인해 폐기되는 옷의 양이 급증하고, 환경 악화가 급속하며 패스트 패션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에 SPA 브랜드도 슬로 패션의 흐름에 합류했다. 20174, 글로벌 SPA 브랜드 ‘H&M’'2017 H&M 컨셔스 익스클루시브(Conscious Exclusive) 컬렉션'을 선보였다. 해변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재활용 폴리에스터 바이오닉(BIONIC)’을 비롯한 지속 가능한 소재로 옷을 제작했다. 이 컬렉션에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소망하는 H&M의 비전이 내포돼 있다. H&M은 순환적이고 기후 긍정적인 패션 산업으로의 변화를 이끌고,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공정하고 평등한 기업이 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100% 재활용 혹은 지속 가능한 면 사용, 2030년까지 100% 재활용 혹은 지속 가능한 소재 사용, 2040년까지 기후 친화적인 기업 달성 등을 지속가능성 약속으로 정했다. 이를 달성하고자 오래된 그물, 카펫, 생산 후 남은 나일론,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 재활용 소재로 옷을 생산하고, 섬유 재활용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도 몇 번 입지 않은 옷들이 곳곳에 버려지고 있다. 미래 환경의 모습은 우리의 행동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더 나은 환경을 위해서는 그간의 의류 소비 태도를 반성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슬로 패션을 통해, 환경도 지키고 자신만의 멋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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