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로 인해 기업들은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특히, 업사이클링 사업은 버려진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업사이클링’, 이에 대해 알아보자.

 

0. 전 세계적인 문제, 환경

0-1. 환경문제의 심각성

전 세계 쓰레기 배출량
전 세계 쓰레기 배출량

 2018년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사람들은 연간 20억 톤의 쓰레기를 배출한다. 그중 플라스틱 폐기물은 35,300만 톤에 달한다. 특히 잘 썩지 않는 난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플라스틱이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2~300, 길게는 500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는 플라스틱이 등장한 1868년부터 지금까지 생산된 모든 제품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중 상당량은 해양으로 유입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해양 플라스틱은 수거가 어렵고 오래 잔류하는 특성 때문에 유입되면 제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해류를 타고 분해한 미세 플라스틱이다. 해양 생물들은 수면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어류의 몸속에 축적된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북태평양 쓰레기 섬
북태평양 쓰레기 섬

 또,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지구 곳곳에 거대한 쓰레기 섬이 발견되기도 한다. 1997년에 발견된 북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섬 ‘GPGP2021년 기준 한반도 크기의 9배나 된다. 2017년에는 남태평양에서도 텍사스주의 1.5배 크기에 달하는 쓰레기 섬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러한 환경오염은 생태계 파괴는 물론 정화작업을 위한 자금과 인력을 소비하는 등 큰 손실을 가져온다. 그러므로 쓰레기 처리 방법이나 친환경적 대체재가 필요한 실정이다.

 

환경적 새탄생, ‘업사이클링

1-1. 업사이클링이란?

 이러한 이유로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업사이클링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폐자원을 가공하거나 다시 디자인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을 말한다. ‘업사이클(Upcycle)’이라는 용어는 1994년 독일의 디자이너 리너 필츠(Pilz.R)가 인터뷰에서 낡은 제품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 것에서 처음 사용됐다. 리사이클(Recycle)이 버려진 제품 본래의 특성을 재사용하는 재활용의 의미라면, 업사이클은 제품의 용도를 바꿔 사용하는 새활용의 의미라는 점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제품뿐만 아니라 공간, 도시, 서비스 등에 새로운 가치를 더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활용 가능하다.

 

1-2. 업사이클링 산업의 효과

 업사이클링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다. 우리가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이다. 그러나 쓰레기 1톤이 연소될 때마다 약 1.1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돼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 눈에 보이는 쓰레기 문제를 태워서 없애버리면 단기적으로는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대한 환경 문제를 가져온다. 하지만, 업사이클링은 쓰레기를 원료의 형태로 되돌리는 과정이 없기에, 쓰레기 매립·소각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업사이클링 제품은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절감시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탄소 중립 등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
업사이클링 제품

 두 번째, 새로운 가치 창출이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제품을 새 활용한다는 점에서 희소성을 갖는다. 더불어 업사이클링 제품을 사용하거나 직접 만들며 친환경 의식 또한 고취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공방, 장터, 매장 등 다양한 곳에서 업사이클링을 체험할 수 있다. 가죽을 리폼한 카드지갑, 폐금속을 가공하여 만든 전등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

 

1-3. 국내 업사이클링 산업 성장세

 전국 녹색가게운동협의회는 “1990년대 재생을 중시하던 단체들을 중심으로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면서 업사이클링이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사이클링 산업이 활성화된 건 2000년대부터다. 2005YMCA 등대 생협 회원들을 주축으로 물건을 다시 쓰는 되살림 운동이 일어났고, 다음 해 아름다운가게가 국내 최초 업사이클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eco party mearry)’를 만들었다. 2008년에는 재활용 전문기업 터치포굿’, 2009리블랭크등 다양한 사회적 기업이 생기면서 업사이클링은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

 업사이클링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201339개 업체, 매출액 20억 원에서 2019150개 업체, 매출액 20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 시장 조사 전문 기업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환경 이슈 및 업사이클링 제품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84.6%가 업사이클링은 소비할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업사이클링 제품 구매 의향 역시 약 81%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많은 전문가는 업사이클링 산업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그 규모 역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 업사이클링의 무한한 변신

2-1. ‘공간 업사이클링

 앞서 말했듯, 업사이클링은 제품뿐만 아니라 공간, 도시, 서비스 등 새로운 가치를 더해주는 모든 곳에 활용될 수 있다. 먼저, 공간 업사이클링은 과거 건축물의 디자인 요소를 살려 새로운 공간으로 되살리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 분야에서는 재생 건축이라는 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는 1990년대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버려진 건축물의 활용 방안을 모색한 데서 시작됐으며, 점차 여러 대륙으로 퍼졌다. 국내에서는 2002년 처음 실행됐으며,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부문과 상업 시설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단순히 기존 건축물에 디자인 요소를 더하는 데서 나아가, 공간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는 등 업사이클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로 7017
서울로 7017
문화역 서울 284
문화역 서울 284

 대표적인 공간 업사이클링은 서울역에 위치한 서울로 7017’문화역 서울 284’ 등이 있다. ‘서울로 7017’은 고가도로를 공중정원으로 업사이클링 한 장소다. 철거 예정이었던 서울역 고가도로에 꽃과 나무를 심고, 수변 공간을 조성하여 공중정원으로 만들었다. ‘문화역 서울 284’는 옛 서울 역사의 원형을 복원하여 2011,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문화·예술의 창작과 교류가 이뤄지는 장소로 다양한 공연, 전시를 개최하고 연극을 상영하는 등 문화예술의 거점 공간으로 거듭났다.

제주도 '눈먼 고래'
제주도 '눈먼 고래'

 또한 개성 있는 공간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카페, 숙박업소 등 상업공간의 업사이클링이 확산하고 있다. 제주도에 위치한 눈먼 고래100년이 넘은 전통 돌집을 게스트하우스로 업사이클링 했다. 낮은 층고와 돌벽은 그대로 두고, 대문과 마룻바닥은 테이블과 침대 등 가구로 재탄생했다. 기존에 단순 주거용이었던 돌집이 이제는 모든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가 된 것이다.

 

2-2. ‘패션 업사이클링

 패션 스타트업 역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한 제조 공정으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업 플리츠 마마는 페트병에서 추출한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을 활용해 니트, 플리츠, 숄더백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리젠의 이점은 일반 화학섬유와 같은 품질을 유지하되, 탄소 감축 효과가 커 환경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리젠을 생산하면 일반 폴리에스터 대비 탄소 배출량이 67%가량 줄어든다. 이는 리젠 1t당 탄소 배출량이 약 1.84tCO2eq 감축돼 30년산 소나무를 약 279그루를 심거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약 35천 개를 줄이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보여준다.

뉴욕 맨해튼 업사이클링 패션쇼
뉴욕 맨해튼 업사이클링 패션쇼

 20199,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특별한 패션쇼가 진행됐다. 업사이클링을 통해 만든 옷으로 진행한 현대자동차의 리스타일(Re:Style) 컬렉션이다. 유명 배우들, 비욘세의 전 스타일리스트, 인플루언서 등 300여 명이 가세하며 더욱 눈길을 끌었다. 작거나 오염돼 폐기 처리됐던 자투리 가죽을 활용한 점프슈트와 원피스 재킷 등 15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이처럼 트렌드를 가장 먼저 적용하는 패션쇼에서 업사이클링을 활용했다는 점을 통해, 업사이클링이 다양한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3. ‘푸드 업사이클링

 ‘푸드 트렌드 2023’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식품 트렌드 중 하나로 푸드 업사이클링을 선정했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식품 생산 과정의 부산물이나 상품 가치가 떨어진 식재료를 재가공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업사이클링 푸드 인증 마크를 선보인 글로벌 환경단체 업사이클 푸드 연합(Upcycled Food Association)사람이 소비하지 않은 성분을 추출하여 검증 가능한 공급망을 통해 조달 및 생산함으로써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못난이 농산물 쓰레기 배출량 절감 식품이라고 정의했다.

못난이 농산물
못난이 농산물

 푸드 업사이클링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폐기된 음식물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농산물의 30%에 이르는 양이 규격에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유통되지 못하고 농가에 버려진다. 이때, 크기가 작거나 못생겨서 낮은 가치를 띠는 식재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예로는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해 과일주, 피클, 스낵 등을 만드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버려지는 농산물을 최소화하고 환경 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껍질 과자 '린드 스낵'
껍질 과자 '린드 스낵'

 두 번째, 식품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새로운 식품이나 원료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린드 스낵(RIND Snacks)’은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 절감을 목적으로 과일 껍질 과자를 만든다. 키위, 사과, 오렌지, 코코넛, 수박 등 다양한 과일을 활용함으로써 202134만 파운드(154)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를 절약했다. 이처럼 푸드 업사이클링은 환경오염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활용 가능한 식량자원을 늘려 글로벌 식량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4. 업사이클링, 앞으로의 전망

'퓨처마켓인사이트' 통계 자료
'퓨처마켓인사이트' 통계 자료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업사이클 시장 규모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530억 달러이며, 연평균 4.6%의 성장률로 2032년까지 83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도 업사이클링 사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2017년 서울시는 국내 최대 업사이클 타운을 조성했다. 업사이클링에 관심 있는 젊은 예술가 및 사회적 기업이 입주하여 소파 가죽, 폐타이어, 폐현수막 등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제작한다. 새롭게 탄생한 제품들을 활용한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업사이클링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 확충도 필요하다. 관련 교육을 통해 환경 의식을 높이는 등 다양한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수적으로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다시 사용할 수는 있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가치 있는 소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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