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옛 과거의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레트로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레트로는 왜 많은 이들에게 각광받는 것일까? 지금부터 추억의 향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레트로란?

1-1. 레트로? 빈티지?

 ‘레트로(Retro)’란 추억이라는 뜻의 ‘Retrospect’의 준말로, 과거의 추억이나 전통 등을 그리워해 그것을 재현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레트로라는 용어는 1970년대 중반부터 프랑스 저널리스트들이 처음 사용했다. 이후 영국을 통해 영어권 국가까지 확산하면서 패션, 인테리어, 대중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레트로가 등장했다.

레트로 패션
레트로 패션

 레트로는 과거의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 빈티지(Vintage)’와 유사하게 사용되기도 하지만, 두 용어는 개념상 차이가 존재한다. 빈티지는 본래 와인 생산연도를 나타내는 말로, 오래됐지만 가치가 있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레트로는 과거의 스타일을 현재에 맞춰 재현한다는 점에서 빈티지와 구분된다. 예시로 과거에 생산된 청바지는 빈티지이지만, 과거 디자인을 빌려 새롭게 출시된 청바지는 레트로다.

 

1-2. 나 이제 과거로 돌아갈래

 우리나라는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과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이 컸다. 포스트모더니즘은 1960년대에 일어난 문화 운동으로, 현재에 대한 반감의 대안을 찾는다는 측면에서 레트로 개념과 맥을 같이한다. 이로 인해 1960년대부터 현대 미술과 건축,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현재가 아닌 과거에서 영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출현했다. 최근의 레트로 현상에는 과거의 것을 취함으로써 안정감을 찾으려는 심리가 큰 영향을 줬다. 실제로 레트로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거의 좋았던 기억에만 머무르려 하는 심리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 우리가 과거를 지속해서 그리워하는 이유는 지금의 불만족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세태에서 과거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레트로가 인간의 보편적 감성인 향수를 일깨워 심리적 위안을 제공했고, 현대인들은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원하게 된 것이다.

 

2. 지금은 레트로열풍!

2-1. 레트로의 열풍이 마케팅에게 닿다

 최근 기업들은 이런 복고주의적 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제품으로 공감대를 형성시킨 뒤,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과거 인기 있던 상품들이 재출시되는 것은 물론, 문화, 놀이,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레트로는 단순한 문화의 영역을 넘어 소비산업 전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뉴트로 마케팅(New-tro Marketing)’이 등장하고 있다. ‘뉴트로(New-tro)’, 과거에 유행했던 디자인, 매체, 기술들이 최신 기술과 접목하여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로 재탄생 되는 것을 말한다. 오래된 것을 현대적 가치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기존의 레트로가 해당 문화를 향유했던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과거 콘텐츠를 재소비하는 것에 그쳤다면, 뉴트로는 과거를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차이가 있다. 기성세대에겐 당시 기억을 추억하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겐 신선함을 준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는 뉴트로 마케팅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2. 레트로 마케팅의 성공 비결

 그렇다면, 레트로 마케팅은 어떻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고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었을까?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세대 간의 매개체 역할이다. 레트로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매개체 역할을 하며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옛것을 가져와 자칫 진부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이다. 이러한 신선함을 통해 과거의 기억은 더이상 기성세대의 전유물에 머무르지 않고 젊은 층에도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섰다. 레트로는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로 자리한 것이다.

 두 번째, 비용 절감이다. 보통 한 브랜드를 고객에게 인지시키는데 드는 마케팅 비용은 약 2백억 원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제품, 서비스를 되살려 활용하는 레트로 마케팅은 기존에 존재하던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막대한 홍보 비용의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이미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므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매우 뛰어난 마케팅 전략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 현대인들에게 어린 시절 존재하던 익숙한 것들은 포근함과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이는 자연스레 제품에 대한 호응으로 이어진다.

 

2-3. 추억에 열광하는 소비자들

 그렇다면, 소비자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데 성공한 레트로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하이트 진로' 진로 병
'하이트 진로' 재출시 진로 병

 첫 번째, 하이트 진로다. 하이트 진로는 1970년대에 생산된 진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출시했다. 라벨 크기, 병 모양, 병 색깔 등 과거 디자인을 복원했으며, ‘진로 이즈 백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옛것을 그리워하는 기성세대들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했다. 더불어 소주 업계 최초로 두껍 상회라는 팝업 스토어를 오픈해 젊은 층과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다양한 소비자층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하이트 진로의 열광은 자연스레 매출 증가로 이어져 7개월 만에 1억 병을 판매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포켓몬 빵, 띠부띠부 씰
포켓몬 빵 '띠부띠부 씰'

 유통업체의 레트로 열풍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998년 출시해 어린이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포켓몬 빵16년 만에 재출시했다. 포켓몬 빵의 인기 비결은 제품 안에 동봉된 띠부띠부 씰 이었다. 이 스티커는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159종의 모습을 형상화해 수집 욕구를 자극했다. 재출시된 현재도 일명 띠부실을 모으기 위해 매장에 오픈 전부터 대기하며, 포켓몬 빵의 배송 차량을 기다리는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또 구하기 어려운 만큼 띠부씰의 시세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반 띠부실의 경우 판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호가되고 있으며, 값어치 높은 띠부실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출시 일주일 만에 150만 개 판매를 돌파했고, 출시 1주 동안 판매량 150만 개를 돌파했고, 2주일 만에 350만 개가 팔릴 정도로 그 파급력은 나날이 더해지고 있다.

'응답하라 1988' 포스터
'응답하라 1988' 포스터

 두 번째, 방송계다. 대표적인 예시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들 수 있다. 1980년대 생활소품이나 노래, 중요 사건들을 드라마로 재현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어린 시절 감성을 자극했다. 그 결과 응답하라 1988’이 방송된 이후 복고 제품들의 매출이 급상승했으며, 레트로 생활소품 판매량이 전월 대비 87% 증가했다.

당시 음원차트 캡처본
당시 음원차트 캡처본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음반 시장에서도 복고의 열풍을 확인할 수 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1980년대 방영했던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모방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방송을 진행했다. ‘토토가는 엄정화, 지누션 등 과거 연예계에 한 획을 그은 가수들을 섭외하여 추억의 노래를 선보였다. ‘토토가방영 직후 실시간 음원 차트는 그 시절 사람들이 열광했던 노래들로 가득했다. ‘토토가의 정규 회차가 다 끝났음에도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지누션의 말해줘가 당시 실시간 음원 차트에 오랫동안 남았던 모습을 보면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큰 열기를 가져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디지로그
'디지로그'

 세 번째, 즉석카메라 디지로그. 디지로그란,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로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적 요소를 결합한 것을 말한다. 즉석카메라 디지로그는 복고적인 디자인과 느린 속도로 출력되는 사진 한 장을 기다리는 재미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1980~9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고스란히 겪은 세대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기기의 편리함을 경험하면서도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 감성에 끌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앞으로 디지로그 제품 시장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이끄는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 레트로 공간에 발걸음을!

3-1. 대전 동구, LP 매니아 운영진 인터뷰

대전 동구 원동 'LP 매니아'
대전 동구 원동 'LP 매니아'

 영화, 패션, 물품 등 다양한 종류의 레트로 중 우리는 소장 가치가 있는 물품에 관심이 많다. 수많은 LP판이 놓여있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과거를 회상하고 싶진 않은가? 추억의 향기가 가득한 LP 공간, 대전광역시 원동 LP매니아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Q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대전시 동구에서 ‘LP매니아를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입니다.

 

Q2. 레트로 공간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교사를 정년 퇴임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버지께서 음악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신 덕분에 저도 자연스레 클래식, , 가요 등을 자주 접했습니다. 여러 가지 음악 활동을 접하며 LP 수집을 취미로 삼았고, 본격적으로 이 공간을 꾸린 건 1년 정도 됐습니다.

 

Q3. 많은 이들이 레트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레트로 열풍이 부는 것은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입니다. 현실이 각박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들은 과거를 찾게 됩니다. LP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소 느리고 예스럽지만 기성세대들의 추억이 있기에 재조명 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레트로 열풍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지속될 것입니다.

 

Q4. 본인이 생각하는 LP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LP만의 매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LP만의 고유 음질입니다. CD 음은 날카롭고 섬세한 면이 있지만, 더욱 웅장한 울림을 내뱉는 LP는 포근하고 장중한 느낌을 줍니다. 턴테이블과 레코드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LP만의 아날로그적인 사운드를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수집하는 재미입니다. 수집 공간에 놓여있는 수많은 LP판을 바라보면, 마치 그 음악을 소유한 기분이 듭니다. 음반은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에 다른 물건에 비해 소유하고픈 욕망이 큽니다. 세 번째, 음악을 스스로 세팅해서 듣는 재미입니다. 스트리밍 음악은 한 번 틀어두면 계속 흘러나오지만, LP는 한 목차가 끝나면 턴테이블을 직접 조정해 틀어야 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Q5. 마지막으로, 시민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음악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레트로를 즐기시고, 더 나아가 LP의 매력에 빠지시길 희망하겠습니다.

 

 레트로가 유행하는 원동력은 바로 추억이다. 기성세대가 가진 추억이 지금의 MZ세대에게 새로운 신선함과 추억이 돼가는 것처럼, 레트로는 서로를 이어주는 소중한 매개체이다. 디지털 감성에 익숙한 요즘 시대, 아날로그 감성에 발 담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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