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학교 앞 문구점을 기억하는가? 문구점에서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사고, 그 주변에 있는 불량식품과 오락기를 구경했던 추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추억의 문구점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제는 필요보다 취향을 중심으로 변화 중인 문구점에 대해 알아보자!

 

1-1. 문구점의 시작

사진 1 - KBS2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 과거시험 장면 사진
사진 1 - KBS2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 과거시험 장면 사진
사진 2 - 영화 '미나문방구' 스틸컷
사진 2 - 영화 '미나문방구' 스틸컷

 문구점은 우리 사회에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문구점의 시작은 문방사우였다. ‘문방사우란 종이, , , 벼루를 합친 네 가지를 말한다. 과거 조선 시대 선비들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4개의 친구라 하여 문방사우’, 혹은 보물이라는 뜻으로 문방사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는 시간이 흘러 다양한 문구류를 판매하는 문방구로 변화했다. 그렇다면 문방구문구점의 차이는 무엇일까? 문방구는 문구를 판매하는 곳이 아닌 학용품과 사무용품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사실상 문구와 같다. ‘OO 문방와 같은 문구점의 간판을 보고 가게 자체를 문방구라고 인식한 데서 비롯된 표현이다. 반면 문구점은 이러한 문방구를 판매하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둘의 차이를 두지 않고 모두 문구를 파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1-2. 학창시절, 추억의 문구점

 그 시절 학교가 끝나거나 용돈을 받으면 가장 먼저 달려가던 곳, 바로 문구점이다. 당시 문구점에는 연필, 노트, 필통 등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다양한 문구와 장난감들이 놓여있었다. 아이들이 즐겨 쓰던 물건들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잠시 추억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사진 3 - 철제필통 사진
사진 3 - 철제필통 사진

 첫 번째, 1980년대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철제필통이다. 단순히 펜만 들어가는 일반 필통과는 다르게 철제필통은 축구나 야구 등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철제필통은 철로 만들어진 필통으로, 내부 자석 말판의 원리를 이용해 게임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플라스틱 작대기를 이용해 공을 튕기는 축구 게임판이 들어있었다. 이후 1990년대는 대전형 아날로그 핀볼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발전됐다. 그러나 철제필통의 단점은 안에 든 필기구들이 부딪치는 소음이 크고, 떨어뜨리게 되면 경첩이 부서져 망가진다는 것이다. 이에 떨어뜨려도 큰 소리가 나지 않는 자석 필통이 나오면서 철제필통을 사용하는 학생이 줄었고 점차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사진 4 - 오락기 사진
사진 4 - 오락기 사진

 두 번째, ‘오락기. 당시 오락기 앞에는 아이들이 쭈그리고 앉아 저렴한 가격으로 게임을 즐겼다. 오락기는 데스크탑 컴퓨터와 비슷하고, 크기가 작았다. 오락기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1980년대에 출시된 버블보블(Bubble Bobble)’이 있다. 캐릭터가 몬스터를 향해 버블을 발사해 가둔 뒤 터뜨리는 게임이다. 이는 간단한 조작법과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으로 남녀노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결과와 상관없이 게임이 끝난 후에는 오락기에서 꾀돌이라는 과자 한 줌이 나왔다. 이처럼 동전을 넣으면 과자를 먹을 수 있는 대신 덤으로 오락을 할 수 있는 오락기를 과자 자판기라고 칭한다. 이는 2002, ‘싱글 로케이션 제도로 인해 학교 정화구역 내 문구점일 경우 설치할 수 있는 오락기 수가 2대 이하로 제한되며 생겼다. 오락기를 늘릴 수 없으니 과자 자판기로 가장한 문구점의 꼼수인 것이다. 이후 과자 자판기는 자동판매기로 승인되며 문구점에 5~6대씩 놓였지만, 단속이 심해지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는 문구점 자체가 줄어들어 오락기를 보기 어려워지면서 개인적으로 구매하거나 오락실에 가서 게임을 즐긴다.

사진 5 - 불량식품 사진
사진 5 - 불량식품 사진

 세 번째, ‘불량식품이다. 불량식품은 문구점의 필수품 같던 추억의 간식으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맛과 종류를 즐길 수 있어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대표적인 불량식품으로는 네모스낵, 밭두렁이 있다. ‘네모스낵은 한 줄씩 찢어먹는 얇은 쫀드기로 불고기 맛, 매콤한 맛이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다음 밭두렁은 옥수수를 낱알로 튀겨 간을 친 과자로 식감은 매우 단단한 편이다. 옥수수의 고소하고 짭짤한 맛에 씹어먹거나 침으로 불려 먹기도 한다. 최근에는 복고를 지향하는 레트로(retro)’에서 새롭다는 뜻을 더한 뉴트로(new-tro)’가 유행하면서 불량식품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1-3. 대형점포의 등장, 문구점의 위기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문구점. 그러나, 이제는 업주의 한숨 소리만 들릴 뿐이다. 문을 닫는 문구점 또한 만만치 않다.

그래프 1 - 전국 문구 소매점 변동 수
그래프 1 - 전국 문구 소매점 변동 수

 통계청의 전국 문구 소매점 변동 수 조사에 따르면, 2012년에 있던 약 15,000개의 문구점은 2017년 이후 1만 개 이하로 감소했다. 현재는 약 8,000개의 문구점이 남았으며, 매년 500개 이상의 문구점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시간이 지날수록 문구점의 폐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받던 문구점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 번째,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 2011년부터 시행된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는 학교가 교과과정에서 필요한 학습준비물을 구매해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준비물을 못 챙긴 학생의 학습 결손을 막기 위해 실행됐다. 학교 측은 대형점포와의 거래를 통해 대량의 학습준비물을 최저가로 일괄 구매하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예전처럼 문구점에서 준비물을 구매할 필요가 줄었고, 점점 문구점으로 가는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앞 문구점의 상생을 위해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 예산 중 20% 이상을 학교 앞 문구점 이용으로 권장하고 있다라고 말했으나, 학교 측은 문구점을 지정하는 일이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두 번째, 대형점포의 증가다. 예시로 생활용품 판매점인 다이소를 들 수 있다. 다이소는 문구류를 포함해 다양한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학교 앞 문구점의 주 이용층이던 아이들도 점점 대형점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국 문구공업협동조합 등 문구 관련 단체 3곳은 전국 459개의 문구점을 대상으로 다이소 영업점 확장과 문구업 운영 실태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92.8%가 다이소의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 문구점의 77.8%는 카테고리 품목을 제한시켜 다이소를 생활용품 전문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형점포의 증가와 저가마케팅은 문구점을 포함한 골목상권을 속절없이 무너뜨렸다.

 세 번째, 코로나19로 인한 무인 문구점의 등장이다. 코로나19 당시,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등하교하는 아이들이 줄었다. 비대면 환경이 가속화되자 24시간 동안 영업하는 무인 문구점이 등장했다. 무인 문구점은 문구, 완구, 간식 등 물건을 골라 셀프 계산대에서 직접 결제할 수 있다. 24시간 영업이라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지만, 문구점 주인의 다정한 부름은 들리지 않는다. 현재는 무인 문구점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과 편의점에서도 문구류를 판매하면서 동네 문구점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대형점포와 무인 매장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계속되는 문구점 폐업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2-1. 세상에 발맞춰 발전하는 문구 시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구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무리 디지털이 발전하더라도 우리 삶에서 문구는 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에, 문구 시장은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변화하며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떠오르는 소비 트렌드의 중심은 무엇일까? 바로 취향이다. 취향이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을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취향이 있고, 자연스레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과 모이면서 삶의 즐거움을 얻는다.

그래프 2 - 취향 및 관심사 기반 모임 선호도 평가
그래프 2 - 취향 및 관심사 기반 모임 선호도 평가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이 조사한 취향 및 관심사 기반 모임 선호도 평가그래프에 따르면, 취향과 관심사 기반 모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따른 시간이나 비용을 투자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자연스레 늘었다. , ‘다운 게 트렌드고, 자신의 취향이 곧 개인의 정체성이자 삶의 방식까지 차지한다는 것이다. 개인화 시대에 따라 나는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스스로에 대해 알고자 하는 열망은 여전히 뜨겁다. 이는 연령대 상관없이 각자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국내를 넘어 세계까지 교류 속도는 빨라지고 그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트렌드에 맞춰 변화한 디지털 시대의 문구점은 어떨까? 지금은 메모할 일이 있다면 스마트폰을 찾고, 굳이 볼펜을 사러 나가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문구점을 찾는 손님들은 단순히 문구를 필요해서찾는 도구가 아닌 취향이라서찾는 소품으로 여긴다. 누군가에게는 문구가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이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문구의 매력을 쫓고 소장하기에 문구점은 더욱 매력적으로 변화한다. 취향에 초점을 둔 문구 덕후들의 성지를 알아보며 문구점의 변화를 느껴보자.

사진 6 - 작은연필가게 '흑심' 내부 사진
사진 6 - 작은연필가게 '흑심' 내부 사진

 작은연필가게 <흑심>은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취향을 공유하기 위해 연필만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사라진 브랜드의 제품과 단종된 제품 등 다양한 연필을 볼 수 있다. 또한 연필의 가치를 생각해 보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까지 들어볼 기회를 제공한다. 진열된 연필들은 생산 시기, 브랜드, 제조 국가에 따라 필기감이 다르기에 손님들이 직접 써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돼있다. 최근에는 부라더 미싱창립 60주년으로 꽃님이 몽당연필과 미싱 클립 세트를 선보이면서 연필 마니아들을 꾸준히 사로잡는 중이다.

사진 7 - '오브젝트' 내부 사진
사진 7 - '오브젝트' 내부 사진

 <오브젝트>는 다채로운 개성을 가진 문구 브랜드가 모인 곳으로, 소규모 창작자들과 협업해 만든 제품부터 업사이클링 제품까지 아기자기한 문구로 가득하다. 플래너와 노트부터 다양한 일러스트의 엽서, 마스킹 테이프까지 다양한 문구와 소품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문구 브랜드의 취향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DIY 코너를 통해 직접 고르고 조합하여 문구를 만드는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어 경험과 취향의 공간이라 정의한다.

 

2-2. 문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여기에 문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문구점 프렐류드가 있다. 청림은 세상의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문구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문구점 사장님을 만나 보았다.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문구 브랜드 프렐류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정다은입니다.

 

 Q2. ‘프렐류드는 어떤 계기로 만들어진 공간인가요?

사진 8 - '프렐류드' 외관 사진
사진 8 - '프렐류드' 외관 사진

 A. 프렐류드는 올해 8년 차가 됐습니다. 2020년까지는 온라인으로만 활동했으나, 2021년부터 오프라인으로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프렐류드를 시작했을 때는 축제나 행사에서만 문구를 판매하다가 블로그가 활성화되면서 11개의 매장에 입점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사람들이 저희 제품을 써도 프렐류드를 진짜 경험해보지 못하는 느낌이 들고, 아직 인식이 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공간이 주는 힘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고, 이후 오프라인으로 문구점을 차리게 됐습니다.

 

 Q3. 이곳을 운영하면서 인상 깊은 일화가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희귀병으로 병원에만 계시던 분이 2년 반 만에 첫 외출로 구미에서부터 차를 끌고 친구랑 찾아오셨던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손님께서 호흡 곤란으로 힘들어하셔서 진정될 때까지 같이 대화를 나눴는데 이곳에 정말로 와보고 싶었다.”라고 말을 건네주셨습니다. 그동안 손님들의 오고 싶었다는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몰랐었는데, 이때를 계기로 그 마음들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프렐류드가 손님들에게 의미 있는 공간으로 남겨지는 게 너무 신기합니다.

 

 Q4. 문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진 9 - '프렐류드' 문구 사진
사진 9 - '프렐류드' 문구 사진

 A. 문구의 매력은 기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문구는 겉으로 봤을 때 귀엽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보면 깊이감이 느껴지는 사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한 문구가 기록으로 쓰였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Q5. 과거에는 필요에 의해 문구점에 갔다면, 현재는 취향을 찾으러 문구점에 가는 추세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진 10 - '프렐류드' 내부 사진
사진 10 - '프렐류드' 내부 사진

 A. 현재는 취향을 찾으러 문구점에 간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아직 어르신분들이 필요에 의해 양초, , 복사, 코팅을 물어보실 때도 있지만, 저희 문구점에 찾아오셔서 본인의 취향에 대해 알아가십니다. 저희는 문구를 사용해보는 경험에 중점을 두고, 안 해보던 기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때문에 오시는 손님들이 각자의 취향을 알아가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6.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A.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싶은 게 있거나, 되고 싶은 바람이 있으면 기록으로 남겨두고 잘 보관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서 그 기록을 다시 보게 됐을 때 자신이 원하던 대로 살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꼭 구체적으로 기록을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오늘 하루 어떤 문구를 사용했는지 떠올려보자. 디지털화로 사용하는 일이 줄더라도 문구는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아날로그의 추억에 빠질지도, 자신의 취향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으며 이번 기회에 문구점에 가보는 건 어떨까?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문구점은 힐링의 공간으로 우리를 반길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 한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