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익 교수(국어국문창작학과)
장수익 교수(국어국문창작학과)

 흔히들 “밥은 먹고 사냐?”는 질문을 한다. 이는 일을 하거나 해서 생활의 최소 요건은 채우고 있는지 걱정스레 묻는 말이다. 그런데 겉보기로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말로 “밥만 먹고 사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 말은 생활에 필요한 요건을 충분히 채운다고 해도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 필요한 것이 더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두 비슷한 질문의 결정적인 차이 속에 현대인들은 살고 있다. 한편으로 밥을 먹기 위해 일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밥 외에 또 다른 무언가를 하기 위한 삶을 살려고도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두 측면 가운데 전자를 실용성의 삶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일단 ‘비실용성’의 삶이라고 부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비실용성은 그야말로 필요 없는 것인가. 오히려 우리는 비실용적인 것이 역설적으로 실용적인 경우를 숱하게 본다. 예를 들어 먹고 살기 위해 할 수 없이 일을 하는 사람은 일 외에 다른 취미를 가짐으로써 삶의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때의 취미는 비실용적이지만 그의 삶에서는 진정 실용적인 것이 되기 때문이다(비실용성의 실용성). 

그런 면에서 인간이란 복합적인 존재이다. 다른 모든 요건이 사라지고 오직 살아남는 것만이 중요하다면 밥은 생존에 필요한 유일한 것이 된다. 그러나 사막의 한 가운데 있거나 파도치는 바다 위에 떠도는 것과 같은 절박한 상태의 삶을 인간다운 삶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것 없이 일만 하는 경우도 그렇다. 그런 삶이란 정말 비인간적인 삶으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 복합성, 그것이 인간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요즘 한국의 대학 교육은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사회와 정부는 대학이 실용성에 따른 교육을 하기를 요구 또는 강요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교육중심대학들에서는 취업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종착역이자 절대 목표로 제시된다. 그러나 그 와중에 인간의 복합성은 무시되고 만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교육에서 배척되고 만다는 것이다. 인문학도 예술도 비실용적이니 안 해도 된다는 굴레를 쓰고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다.

실용성만 중시하는 교육은 우리 사회를 더욱 비인간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필연적으로 일으킨다. “밥은 먹고 사냐?”는 질문만이 대학에 횡행하는 지금, “밥만 먹고 사냐?”는 질문이 다시금 크게 메아리쳐지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 학생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을 대학 교육에서 갈고 닦게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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