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속에서 하루종일 일에 치여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노동인구의 42%가 시간 빈곤 상태를 느끼고 있다. 사회에서는 이들을 ‘타임푸어’라고 부른다. 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걸까? 시간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지는 한정적인 자원이다. 그들은 시간이라는 자원을 주어진 상황에 맞춰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 왜 ‘타임푸어’가 되었는지 파헤쳐보자.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바쁘게 일에 쫓겨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시간이 부족하고 일, 가사, 휴식의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렵다. 시간을 뜻하는 타임(time)과 가난을 뜻하는 푸어(poor)가 만나 ‘타임푸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반대로 부자를 뜻하는 리치(rich)가 합쳐진 ‘타임리치’도 존재한다. 과연 현대인들은 자신을 스스로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52시간으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 ‘삶의 질’ 조사에서는 조사대상 38개국 중 28위를 기록했다.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서 36위를 차지했다는 점에 눈여겨볼 만하고, 판단 기준인 주당 근무시간이 50시간 이상인 노동자 비율은 23.1%로 평균(13%)보다 10% 높다. 이는 노동시간과 삶의 질이 연관성이 높고 ‘타임푸어’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자가 진단 테스트를 통해서 직접 확인해보자.

당신도 타임푸어인가요?

 1. 최근 3개월 동안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다른 일을 한 적이 있다.

 2. 바쁘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죄책감을 느낀다.

 3. 무엇이라도 당장 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든다.

 4.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다.

 5. 쉬는 시간동안 휴식보다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낫다.

 6.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때가 있다.

 7. 집으로 돌아와도 일 생각 때문에 마음 편히 쉬지 못한다.

 * 체크리스트에서 4개 이상의 항목에 해당한다면 타임푸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가 진단 테스트를 통해 스스로 타임푸어인지 아닌지 확인해보았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임리치’ 또는 ‘타임푸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일반적인 직장인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사람인’에서 직장인 19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하루 일과를 살펴보자.


 

출처 : 잡코리아
출처 : 잡코리아
출처 : 사람인
출처 : 사람인

 직장인들은 하루의 절반을 일과 관련하여 보내고 있었다. 이 시간표는 평균적인 직장인의 일과다. 야근과 회식을 포함한다면 자신을 위한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자신을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내몬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닌 ‘사회’다. 상대방을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끊임없이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가 돼버렸다. 암묵적으로 사회는 평범한 삶을 살라고 말하면서 입시, 취업, 승진이라는 목표를 갖길 바란다. 언제부터 그런 삶이 평범한 삶으로 정의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남들이 다 ‘YES’라고 말한 그 삶에 대해 누가 ‘NO’라고 대답하겠는가.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10대는 대학입시, 20대는 취업, 30대는 승진이라는 사회가 정해놓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해서 경쟁한다. 남들 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경력과 능력을 쌓다보니 자신을 위한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바쁘게 살다 보니 자연스레 시대의 변화속도 역시 매우 빨라졌다. 과거의 자율적인 노동패턴과 다르게 사회에선 빠른 일 처리를 요구하고 우리는 그런 사회에 있어 마감에 쫓기게 될 수밖에 없다. 시대 발전 속도는 물론이고 업무를 할 때도 속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업무를 비롯해 인터넷과 배달도 신속한 처리를 원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빨리빨리 민족으로 불릴 정도로 속도에 민감하다. 이렇게 현대인들은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아 스스로를 휴식이 없는 곳으로 내쫓고 있었다. 개인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데 도대체 휴식은 언제 보낼 수 있을까?

 사람들은 사회에 맞춰 변화하고 또 변화했다. 그 종점이 휴식이 없는 바쁜 삶이라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래서 더욱 시간을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짧지만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휴식 “패스트힐링” 이라는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바쁜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즐길 수 있는 휴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수면시간이 부족한 현상에 낮잠 문화에 걸맞은 수면·안마 카페와 몇 번의 클릭으로 장을 볼 수 있는 맞춤배달서비스, 집안일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가전제품 등이 있다.

 주변에 ‘패스트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청림이 직접 찾아가 보았다. 직장이 밀집되어있는 대전 둔산동에 위치한 ‘수파두파힐링카페’은 다른 카페와 다르지 않게 다양한 소품과 테이블, 조명으로 꾸며져 있다. 카페 내부에 미닫이문이 있고, 그 안에 칸막이 형식으로 안마의자가 배치된 구조다. 1인 혹은 2인이 함께 쓸 수 있게 되어있어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안마로 육체적인 피로를 풀 수 있었고, 잠깐의 시간 동안 잠을 보충할 수 있다. 또 보드게임, 만화책이 구비되어 있다.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 저녁시간에 찾아와 즐길 수 있다. 5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푹 잤다는 느낌을 받아 패스트힐링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사회 속에서 속도와 경쟁의식이 만들어낸 타임푸어. 사회는 우리를 시간이 없는 세상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적이기에 우리는 사회로부터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도,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더욱 알뜰하게 쓰는 것이 올바른 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서가 될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타임푸어 - 브리짓 슐트지음

"‘블로프트’는 제가 새로 만든 형용사예요.‘ 사실은 힘들어 죽겠는데 괜찮은 척하면서 일을 계속하고, 마치 실험실의 쥐처럼 스트레스에도 무감각하게 반응한다’는 뜻이지요. 저는 지난 7년 동안 매일 블로프트한 생활을 했어요.- 티나페이(작가 겸 배우)"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일과 가사, 휴식의 균형과 관련된 책이다. 단순히 시간을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법을 알려주는 데에 머무르는 책이 아니다. ‘우리는 왜 늘 바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시간’에 대한 촉박함이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2.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라 - 잰예거지음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바꾸라.”

 무의식적으로 보내던 시간을 자각하고,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을 통해 타임리치가 될 수 있음을 담고 있다. 계획은 늘 틀어질 수 있으며,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인생은 매우 짧다. 그렇기에 자신의 목표에 맞는 우선순위를 세워 시간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3. 너무 바쁘다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 토니 크랩 지음

“분주함은 나쁘다. 그러나 충만하고 활동적인 삶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분주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잘못 살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할 일이 많아서 항상 바쁘다고 믿는 것은 이롭지 않다. ‘분주하다’, ‘바쁘다’와 같은 반응은 전형적일 수 있지만 유일하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요구사항이 많다. 이런 세상에 살아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조언과 전략을 말한다. 더 나아가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미칠 것이다.

 시간에 대한 인식이 내 시간 부족함의 유무를 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간은 인생을 살면서 필수적인 요소이자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가치이다. ‘타임푸어’, ‘패스트힐링’ 등 신조어가 생긴 사회가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어쩌면 지금의 시대를 비판하는 것일지도 혹은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 하루 24시간, 1년 8760시간. 유한한 자원을 활용해 가치 있는 삶을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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